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친 서민들에게 물가상승은 큰 짐이다. 천정부지 장바구니 폭탄물가에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이어지는 가을장마, 태풍, 국제유가 추가 상승, 은행금리 인상 등 물가 상승요인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88%가구에 25만원씩 총 11조원을 푼다고 하니 추석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뛸 전망이다. 과거 같으면 정부차원에서 대대적 물가잡기라도 하고 비상이 걸리겠지만 요즘은 온통 대선전의 이슈에 매몰돼 서민 물가는 뒷전으로 내몰린 상태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상승은 내수 소비 회복의 심리적 걸림돌이 되어 경제회복이 더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 정부의 선심성 예산이다. 문정부가 끝나는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 규모가 604조 4000억 원이다. 사상 첫 600조원 돌파다.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어선다. 현재 국가채무는 965조 3000억원에서 내년 1068조 3000억원으로 사상 첫 1000조원대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빚잔치 국가’, 일명 1000조의 빚을 진 ‘천조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문 정부는 5년간 나라 빚을 408조 증가시켰다. 김대중 정부 85.4조, 노무현 정부 143.2조, 이명박 정부 180.8조, 박근혜 정부 170.4조, 문재인 정부 408.1조에 이르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원 수준이었던 국가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 이상 불어났다. 이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빠른 속도인데, 이후에도 국가채무는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해 2025년에는 1,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2년 50.2%, 2023년 53.1%, 2024년 56.1%, 2025년 58.8%로 60%에 접근하게 된다.
특히 국가채무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뉘는데, ‘적자성 채무’는 갚을 대책, 자산이 없이 빌려 결국은 국민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고, ‘금융성 채무’는 대응 자신이 있어 채무 상환이 가능한 재원이다. 내년 국가채무 중 64.2%를 차지하는 것이 대책 없는 적자성 채무라는 점이다. 2023년에는 국가채무가 1,175조 400억원으로 그중 적자성 채무가 766조 2,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어진 2024년에는 1,291조 5,000억원 중 66.2%의 854조 7,000억원까지 증가된다. 이자만 내년 16조 9,596억원, 2023년 16조 9,596억원, 2024년 17조 1,108억원으로 늘어난다. 대책 없는 ‘적자성 채무’로 국가경제는 골병이 들고 곳간은 텅 텅 비게 된다.
국민 한 사람당 빚도 2,000만원을 넘어선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확장재정 운용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측 항변이지만 한 미디로 너무 했다. 정권이 바뀌는 내년 이후부터는 현재의 지출 증가율 8%를 5% 이하로 낮추겠다고 선언했지만, 차기정부는 자신들의 몫이 아닐 것 같다. 이번 정부에선 쓰고 싶은 만큼 쓰고, 지출 감축은 다음 정부에 떠 넘겼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에선 펑펑 재정을 쓰고 펑크 난 재정을 정상화하는 일은 차기 정부에 떠민 셈인데, 재정 건전성이나 정상화는 요원해 결국 미래 세대에 빚 부담을 씌우고 일명 ‘먹튀(?)’하는 격이다.
집집마다 빚이다. 지난해 한국의 ‘정부+가계’ 부채 증가율은 10.8%로 캐나다, 미국, 호주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다른 국가들이 정부 부채를 늘리는 식으로 경기 방어를 해 왔다면 한국은 가계 부채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캐나다의 경우 가계 부채가 3.2%, 정부 부채가 13.3% 각각 늘어난 반면 우리는 정부 부채가 4.2% 늘어난 사이 가계 부채는 이보다 많은 6.6% 증가했죠. 주요국 가운데 가계 부채 증가율은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27조 원, 올해 1분기에는 1,765조 원로 불어났다.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4위 수준이며 한은 통계에서 빠진 전세보증금, 개인사업자 대출(자영업자 대출)까지 넣으면 3,00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매번 재난지원금은 왜 나눠주는 것일까.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 건가. 재난지원금은 일명, 수송기로 구호물자를 떨어뜨리듯 국민에게 돈을 나눠준다 해서 미국에서는 ‘헬리콥터 드롭(drop)’이라고 불리는데, 정말 헬리콥터 머니드롭을 해도 괜찮은 걸까?
가령, 디플레이션(deflation)처럼 전반적 물가 수준의 장기간 하락 현상 때문에 소비가 매우 저조하다고 가정할 때, 이때 헬리콥터 머니(money)는 다소나마 소비를 진작하고, 디플레이션을 완만한 인플레이션(inflation), 즉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으로 지속해서 상승하는 경제 현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추측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해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방법(이자율 인상)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째든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헬리콥터 머니는 실제 성공 사례가 없다. 이론적인 추측이나 감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 신호가 강력하게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에 맞서기 위한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다소 경제 위기를 넘기는 데 일조했지만 시장에 풀린 돈이 결국 부메랑이 돼 물가 상승으로 돌아올 것이다.
화폐를 계속 발행해 나눠주면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훗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서 화폐를 발행해 나눠준다면 인플레이션과 물가불안정성을 피할 수 없다.
이달 소비자 물가가 두 달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은 전년 같은 달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체감지수는 2017년 이후 최고치이다. 월급 빼곤 다 뛰었다. 국민도 돈이 없고 국가도 돈이 없다. 국민은 은행 이자내기 바쁘다. 이자도 배나 뛰었다. 한국은행이나 돈을 계속 찍어내고, 외국에서 빌려오다보면 이렇게 늘어난 빚은 누가 갚을 것인가? 향후 계속되는 적자 국채발행은 향후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잠재적인 빚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선심성 퍼주기에 희희낙락하고 마냥 환영할 일이 아니다.
‘빚잔치’다. 돈 뿌리는 잔치에 나라 빚이 1,000조를 넘었다면, 그 돈은 어디로, 누구 주머니로 들어간 것인가? 문정부에서 퍼주기식 지원으로 인해 과연 삶은 나아졌는가? 또한 정부는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선거 전후 시기에 반복적으로 추진하고 집행해왔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했다는 오해는 감수해야 한다. 국민 혈세는 꼭 써야 할 곳에 써야 한다. 지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국가의 빚이 국민과 기업의 부담으로 바로 이어진다. 빚낸 돈을 자기 주머니 쌈짓돈 쓰듯 선심성으로 뿌린다면 국가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가령 연봉 5천 이상 월급이 꼬박 꼬박 들어오는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탐내면 안된다. 생계가 없고 수입이 없는 저소득층의 서민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돌아가야 하는 게 취지에 맞다.
올해 저출산 대책에 43조를 퍼부었다는데 합계출산율 속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2분기 출산율은 0.8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빚이 1,000조인데 어디로 돈이 다 들어간 것일까? 그런가하면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 연금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8조원 수준에서 2025년엔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개혁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개혁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상 모든 개혁 작업이 중단된 상태로 빚더미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다. 빚 1,000조 중 어려운 서민에게 단돈 500만원이라도 들어 온 적이 있는가?
빚의 대물림은 가정이나 국가의 불행이다. 지금 우리는 후손들에게 너무나도 큰 빚을 안겨주고 있다. 이 모두가 결국 우리 후세대 청년들이 갚아야 할 빚인가. 안그래도 대한민국 청년들은 참으로 어려운 청춘을 보내고 있다. 빚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 된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마당에 인국공 사태,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집값 문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국가채무가 50% 이상인데, 재정수지 개선으로 재정 건전성 회복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
빚 좋아하다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언제까지 달콤한 복지만 누릴 수 있을까? 브레이크 없는 재정 질주 및 독주는 미래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60년 전 베네수엘라는 일본보다 4배 더 잘 살았다. 세계 4위의 경제규모로 남미에서는 1위 국가였다. 미국의 달러화 다음으로 가치가 높은 화폐였고, 완벽한 의료체계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런 나라가 10년만에 사회주의로 인해 거지나라로 전락했다. 이렇게 되진 말자. 빚 1,000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허리 띠 졸라매고 지금이라도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최대한 줄이자. 정부는 민간 부문 성장을 장려해 세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재정집행 효과가 불분명한 선심성 복지정책은 통폐합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선거’를 의식하지 말고, 살아남기 위해 나라 빚 줄이기에 동참하도록 대국민 설득에 나서여 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정부·기업·가계가 한꺼번에 부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나아가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면 외국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국가 부도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심각히 경고한다.
이효상 원장(근대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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