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오자 케밥(Kebab) 전문집이 보였다. 가게 통유리창 너머엔 아랍 출신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숯불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근처엔 이와 비슷한 케밥 전문점 3~4곳 정도가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속 작은 지구촌’으로 불리는 이태원. 오가는 사람들 가운데 외국인을 쉽게 마주할 수 있어 붙여진 별칭이다. 그 언덕배기엔 우리나라 최대의 회교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17년 동안 복음을 전하고 있는 송성현 목사(60)를 지난 6일 만났다.
송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통마트로 본지 기자를 인도했다. 들어서자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바질가루, 케첩 통조림 등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물품들이 선반 위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는 “교회로 외국인들을 인도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아랍, 아프리카계 등 여러 외국인 손님들과 농담하고 친구처럼 지낸다”며 자신의 전도방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트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My Friends” “Thank You Brother” 등의 호칭을 붙이며 환대했다. 마트 직원인 아프리카계 유학생도 원래 회교도였다. 하지만 송 목사의 친밀함에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현재 복음을 향한 마음도 반 즈음 열린 상태라고 한다. “프레이징 갓(God)”이라며 만발하는 그녀의 웃음 속엔 송 목사의 관계전도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송 목사는 “회교도들에게 먼저 복음을 전하면 마음이 되레 닫힐 수 있다. 말씀 선포를 앞세우기 보단, 진심으로 친구처럼 대하면 마음이 열린다”며 “그렇게 마음이 열린 상황에서도 친구처럼 지내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한다. 그들에게 고민을 들어주는 사랑방 아저씨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마트로 찾아온 외국인 고객들도 송 목사를 보면 자신의 근황을 자연스레 털어놓기 시작했다.
송성현 목사는 예수를 믿기까지 25년 동안 방황했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며 모태신앙으로서 출석했던 교회 교인들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우주는 그토록 광대한데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고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되물었죠. 25년 동안 답을 찾아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38살 늦깎이로 입학한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드디어 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이 땅에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죽으시고 다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접하면, 누구든지 믿는 자 안에 내주하셔서 내가 곧 성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교회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는 것이죠. 단 몇 초만의 영접기도 이후 내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내게 지겨운 책이었던 성경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송 목사는 1.5~2세 외국인 자녀를 대상으로 한 선교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한 몽골 여성도 그의 제자다. 몽골 대사관 영사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한국에 거주해 온 그녀는 이태원 근처 공립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송 목사를 이웃집 아저씨로 여기며 가게에 자주 찾아와 복음으로 양육 받았다고 한다.
아프리카계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로 현재 이태원 인근 공립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도 송 목사의 제자 후보다. 그는 "그 아이가 인간적으로 나를 좋아해서 우리 가게로 많이 찾아왔다"며 "그런데 현재 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부모에게 직접 '아이 양육을 내게 맡기라'고 했다"고 했다. 송 목사에게 양육 받은 한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지구상 전 세계 민족들이 이태원으로 모이고 있다. 가령 파키스탄 선교를 예로 들면 그곳에 직접가기 보단, 이태원에 거주하는 신실한 파키스탄 사람을 찾아 복음으로 훈련시키는 게 낫다고 본다”며 “왜냐면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현지인의 마음을 여는데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복음 안에서 양육받은 파키스탄 출신 제자가 고국으로 돌아가 선교한다면 파키스탄 전체를 복음화 할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해외 선교의 문이 닫힌 상황에선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성현 목사는 회교도 등 외국인에 대해 환대와 경계를 동시에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태원에서 회교도 등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대체적으로 술, 유흥, 음란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회교도 등 외국인 선교를 단순히 교회로 데려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또한 “회교문화 특성상 이들이 교회에서 음행을 일으켜 교인 여럿이 실족한 사례도 봤다”며 “가령 회교도들이 기독교 개종을 조건으로 교회 자매들에게 결혼을 요청하지만, 실은 그 자매들이 회교도화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내 이주민사역 전담조직도 송성현 목사의 지속적인 제안에 가시화됐다고 한다. 송 목사는 30년 동안 해온 외국인 사역을 정리한 책을 내년에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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