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 박사(미국 칼빈신학교 교수)가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25일 온라인 줌(ZOOM)을 통해 개최한 특별초청 강좌에서 ‘기독교 철학의 관점에서 본 세속 시대의 기독교 선교’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전했다.
강 교수는 “우리의 처한 현실은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종말론적 관점에서 예수님이 초림하신 이후부터 재림 때까지 ‘이미 왔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고 있다”며 “구속사적 관점에선 하나님은 당신과 사귐을 누리는 방식으로 창조하신 사람과 세상이 죄로 인해 무너졌지만, 다시 예수님의 초림으로 세워진 교회와 하나님 백성들의 삶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대는 선교적 교회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재 우리는 포스트 모던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이성과 경험, 합리성 등을 중시했던 모더니즘 시대가 억압했던 감정, 무의식, 성욕, 해방 등이 전면으로 대두되는 시대다. 혁명의 관점에서 이 시대를 접근하자면 핵심은 바로 세속시대”라고 했다.
그는 “종교개혁 이전은 세계를 세속과 거룩으로 구분지어 바라봤다. 가령 수도사, 신부, 교황 등은 거룩하고, 농부 등은 세속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바로 종교개혁을 기점으로 해체됐다”며 “루터는 우리 일상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곳으로, 하나님이 거룩하게 지으신 피조세계를 위한 섬김은 곧 거룩한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종교개혁은 역설적으로 세속화를 견인했다. 원래 교회로 귀속됐던 땅, 건물 등이 일반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소위 세속화가 진행된 것”이라며 “서구사회가 기독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서, 학문은 점점 자율화되기 시작했다. 계몽주의의 출현이 그 예”라고 했다.
강 교수는 “계몽주의의 핵심 주제는 바로 ‘나는 인생과 자신의 주인이고, 여기엔 어떤 권력도 침입할 수 없다’는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즉 종교는 공적 위치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고, 사적 영역에서만 우위를 갖는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팽배하기 시작했다. 공적 공간에선 종교가 어떤 방식으로든 힘을 발휘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세속화에 대해 ‘인간의 삶을 뛰어넘는 초월성이 일상에서 배제되고 오직 경험과 이성으로만 획득하는 내재성만 강조된다’고 말했다”며 “그에 따르면, 현대인은 소통하지 않고 오직 자기라는 캡슐 안에서만 존재하도록 자아는 개인화됐고, 기독교 신앙은 여러 종교 중 하나인 선택사항으로 치부됐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시대를 살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계에 던져진 피투성이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보냄받은 사도적 관점에서 스스로를 봐야 한다”며 “요한복음 17장은 예수님이 세상과 그리스도인의 관계에 대해 말씀하신 본문이다. 특히 예수님은 요한복음에서 ‘세상’을 40번 이상 말씀하실 만큼, 세상에 대한 관심사를 드러내셨다"고 했다.
강 교수는 “예수님은 하나님이 손수 지으시고 아끼시며 사랑하시는 세상에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을 보내 거주하도록 하셨다. 이와 반대로 세상은 예수님을 대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이런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존재란 하나님이 친히 뽑으시고 부르셔서 아버지와 예수님의 것으로 삼으신 사람들이다. 요한복음 21장에서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며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셨다. 보냄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이 아닌,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삼은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요한복음 3장 16절처럼 보냄받은 목적은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뿐만이 아닌, 온 세상과 천하를 하나님이 원래 창조하신 목적대로 회복하길 원하신 것”이라며 “결국 선교란 내 영혼뿐만 아니라 가족, 공동체, 사회, 그리고 피조세계 등 만물을 회복하는 사역이다. 그런 점에서 선교사역의 핵심이란 복음을 전파하고, 복음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미용사, 요리사, 공무원 등 삶의 모든 자리가 선교지로서 보냄 받은 자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를 본받아 밀알이 되는 삶을 살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앞서 찰스 테일러의 말처럼, 세속시대를 살아가는 이 때 기독교는 여러 종교 중 선택 가능한 옵션사항이 돼버렸다. 소통과 관계를 위한 언어가 무너지고, 보편적 진리보다 파편화된 진영논리로 편가름이 가속화돼, 진리의 상대화로 인한 다원화된 삶의 형태가 공고화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세속화 시대일수록, 기독교 신앙의 참됨은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나 많은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 오늘날, 사람들은 진정성에 굶주리고 있다”며 “복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닌, 이에 발맞춰 삶으로 살아내는 그리스도인들이 열매를 드러낼 때, 세속시대 속에서 기독교 진리의 참됨이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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