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24일 서울시 강북구 소재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창조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제76차 정기논문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개회예배에서 조성헌 총장(개신대 총장)은 ‘하나님은 일상의 자리로 찾아 오신다’(마13:31~33)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조 총장은 “우리의 삶이 말씀의 진리 위에 바로 서게 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성숙한 성장에 대한 가르침을 살펴보면 먼저는 하나님은 작고, 연약한 것을 사용하신다는 것이며, 둘째는 하나님 나라는 온 세상을 다스릴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셋째로 하나님의 나라의 성장을 방해하는 사탄의 세력이 있음을 알고, 믿음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록 작고 연약한 겨자씨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선한 영향력을 세상 구석구석에 전하는 모두가 되길 바란다”며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이웃과 교회 공동체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후 주제발표 시간에는 성주진 교수(합신대 명예교수)가 ‘창조와 환경에 대한 언약신학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성 교수는 “온 세상이 코로나에 포로로 잡혀 있는 동안에도 장기적으로 인류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위기에 대한 뉴스를 접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흔히 현재 세계가 당면한 주요 환경문제로 대기오염, 지구온난화, 쓰레기처리 문제, 해양산성화, 생태계의 다양성 감소, 삼림파괴, 오존층 감소 등을 든다. 환경과 관련된 각종 지표들은 자연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일부 생태학자들은 지구의 녹색 표면과 바다의 프랭크톤 파괴가 자행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자연은 재순환 과정을 되풀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으로 진단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대한 대응으로 환경 운동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 가운데 2차 환경운동과 관련이 깊은 역사학자 ‘린 화이트’는 기독교를 환경운동의 가장 큰 적으로 규정했다”며 “그는 착취적 파괴 본능을 자극하는 문화명령(창 1:26-28)이 정복과 약탈과 파괴를 허가하는 면허증으로 사용되었다고 비판하고, 자연 착취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성경의 ‘지배와 정복’ 개념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또 “같은 맥락에서 ‘이안 맥허그’는 ‘무시무시한 세 줄’(문화명령)이 기독교 문명이 지배한 지난 2천 년간 파괴와 약탈을 가져온 구절이라고 비난했다”며 “이러한 과격한 주장이 불러온 뜨거운 찬반논쟁은 한편으로 기독교인들이 환경에 대한 성경적 입장을 숙고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창조와 환경에 대한 논의의 틀로서 성경적 언약신학은 하나님의 약속과 명령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책임, 그리고 하나님의 축복과 저주를 아우르는 신학적 구조”라며 “언약적 접근방법의 장점은 창조세계를 돌보는 문제를 언약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이것은 인간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를 주변으로 내몰지 않고 언약 신학 안에서 적당한 위치를 부여하는 일을 포함한다. 그 핵심은 환경문제가 창조세계를 돌보는 문제라고 이해하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그 지으신 땅을 지키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인간은 창조 명령의 틀 속에서 선물로 받은 창조세계를 돌보는 청지기로 부름을 받았다. 이렇게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보호와 인간의 다스리는 책임은 모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환경 문제의 중요성과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모든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잣대(canon)가 될 수 없다. 또한 환경이라는 특정 부분에 대한 강조가 더 큰 문제를 왜곡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창조와 환경의 주제는 총체적인 신학구조, 예컨대 언약신학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창조와 구속과의 관계에서도 생육하고 번성하면서 땅과 만물을 다스리라는 문화명령은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지만, 문화명령 자체는 하나님의 일반적 복을 누리게 할 뿐 지상으로 천국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또한, 성경은 환경론적 환원주의(reductionism)를 말하지 않는다. 이는 창조와 환경 문제를 언약적인 틀 속에서 보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해 준다”고 했다.
성 교수는 “환경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창조세계의 돌봄이라는 실천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는 21세기 ‘제자도’의 일부”라며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 보존하는 문제에서 환경과 개발의 바람직한 관계는 모세 언약이 율법에서 예시한 것처럼 지속가능성의 효과적인 보장에 달려 있다. 이는 탐욕을 절제하는 제자도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남용과 오용을 금하고, 탐욕과 이익을 절제하는 일은 기독교 윤리의 기본적인 덕목으로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생활양식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며 “삶의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낭비와 탐욕을 피해야 한다. 환경 문제는 또한 공동체와 지구촌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창조의 돌봄에서 책임 있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개인의 필요를 넘어 공동체와 하나님을 섬기는 태도가 요청된다. 이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아가서 환경이 인권문제인 것은 취약한 사람들이 취약한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쉽지 않은 도전이나 순종할 때 하나님의 언약적 축복을 약속하신 요청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창조와 환경은 문화명령이 가르치는 대로 생존과 생명의 문제”라며 “땅을 정복하고 생물을 다스림으로 인간도 먹고 살 수 있다. 삶의 질과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창조 돌봄은 생명운동의 성격을 띤다. 인간의 생명도 다른 피조물에 의존한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 출생률을 낮추고 태아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과 같다. 나아가서 지금 급한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영적 민감성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고 햇다.
또 “이제 환경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가 된 지 오래되었다. 환경문제는 현재 세대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포스터에 의하면 칼빈도 창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인식하고 축하한다는 점에서 창조와 환경 문제에 대한 기독교의 기본적인 입장을 확인해준다. 그리고 그의 신학은 다음 세대들의 환경복지를 위하여 창조세계에 부당한 해악을 끼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감소시키는 각종 위협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책을 취해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주의한 태도는 그의 신학에 미치지 못한다. 창조세계에 대한 그의 ‘다스림의 교리’는 창조 질서의 훼손이나 파괴와는 거리가 멀다”며 “칼빈은 하나님의 궁극적인 권위 아래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창조세계도 함께 감안하는 기독교적인 창조세계 돌봄을 시행하는 일에 믿을 만한 안내자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창조와 환경에 대하여 민감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안동일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팬데믹이 되려면’이라는 제목의 발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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