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가 10일 오후 서울역 AREX1(지하 1층 회의실)에서 4월 성산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전윤성 미국 변호사가 ‘태아 생명의 법적 보호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태아와 관련된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주로 형법 낙태죄를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태아와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이날 포럼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특히 법이 이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낙태를 비롯해 태아와 관련된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태아에 대한 법적 정의를 분명히 해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 형법은 임산부가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한 가운데,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을 시작한 때, 즉 분만 개시부터를 생명으로 본다. 민법은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돼야 생명으로 인정하는데, 손해배상 청구권이나 상속 순위 등과 관련해선 태아도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또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 판결에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기도 했었다.
이처럼 태아 생명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법적 기준이 서로 불일치하다는 게 전 변호사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앨라바마주는 지난 2006년 제정한 ‘브로디 법’(Brody Act)에서 살인죄나 폭행죄의 피해자를 지칭할 때 쓰는 ‘사람’(person)이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즉, 사람은 독자적 생존 가능성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발육 단계에 있는 자궁 내 태아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앨라바마주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앨마바마주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앨라바마주의 형법에서 태아 생명의 가치는 다른 사람의 생명 가치와 동등하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같은 해 앨라바마주는 주 헌법을 개정해 “태아의 권리와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이 앨라바마주의 공공정책”이라고 명기했다.
전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법적 용어를 분명히 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 형법 제250조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제257조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람’의 정의를 추가하는 것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소한 독자 생존 가능성 시기 이후의 태아는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래서 제3자에 의한 태아 상해와 살인 행위로부터 태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또 “동일한 생명의 가치가 장소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가”라며 “같은 주수의 태아가 살해된 장소가 모체 안인지, 밖인지 아니면 일부분만 밖으로 나와 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법적 기준의 일관성이 크게 결여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태아 생명의 법적 보호 방안으로 △태아 상해죄·살인죄 도입 △낙태 생존아 보호법·부분출산 낙태금지법 제정 △낙태아 장기 매매, 기증, 연구목적 사용 금지 입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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