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중가요가 풍년인 시절이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보기 힘든 광경인데 그 당시엔 음반 판매량이 정점을 찍었다. 인기가수의 앨범이 약 200만 장씩 판매되던 때였다. 인기 가요의 노랫말 속에 나오는 메시지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실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룹 가수의 노래 중에 ‘Come Back Home’이라는 가요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가출청소년들에게 집에 돌아오게 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반면에 폭력물을 담은 영화는 학교폭력을 조장하기도 하는 악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예술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강력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오감으로 체험한 문화·예술적 경험은 우리의 생각과 사고를 지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문화나 예술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어떠한 영감을 받아야만 마침내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맞는 부분도 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린 대중가요를 부른 가수는 어떤 경험이나 영감을 받아서 부른다고도 한다. 영화 속에서 본 장면과 내용은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잔상을 남긴다. 우리의 생각을 침투하며 행동을 결정짓기도 한다.
“매체가 바로 메시지이다” -마샬 맥루한은 내용뿐 아니라 전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은 이미 우리에게 즉각적인 경험에만 익숙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이나 게임, 15초 만에 전할 수 있는 메시지나 춤 행위 등이 인기가 많은 이유다. 지속적이면서 끈기 있게 정독하는 “독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차분하게 표현하는 “글쓰기”는 이미 진부하고 재미없는 일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대중문화를 피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문화, 예술 속에서 설 자리를 빼앗기고 끝난 것인가?
하나님은 우리를 창조주의 형상으로 만드셔서 자신의 영역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게 하는 힘을 이미 우리 안에 불어 넣어주셨다. 창조라는 것은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근원이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만이 타락된 예술을 고품격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저자(찰스 콜슨)는 말한다. 그렇지만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영(마귀)이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고 판을 치는 문화, 예술계에서 대중문화를 구원하라는 부르심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대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라고도 말한다. 문화·예술의 쇠퇴는 ‘창조,타락,구속’에 대한 잘못된 세계관의 엄청난 영향을 설명해 주고 있다. 찰스 콜슨은 이것을 분석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과 우리의 본연의 것으로 문화를 되돌리는 방법을 안내해 주고 있다.
세속문화는 도덕적 자유와 감정적 해방, 동물적 에너지와 생생한 감각이라고 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었고, 록 음악의 충만한 에너지, 비트 등 감각과 감정에만 호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의도를 품은 문화이기에 그리스도인들은 대중문화의 내용뿐 아니라 예술 형태 자체, 표현 방법을 분석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찰스 콜슨은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 일반문화가 내용만 바꾸면서 주류문화의 스타일만 흉내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기독교 록과 랩, 기독교 헤비메탈 등이 생겨나는 것이 대중문화를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진정한 기독교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 단지 기독교적인 장식을 갖춘 유사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기에 우리가 우선 해야 하는 훈련 방법을 이 책(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은 다음과 같이 제시해 주고 있다.
첫째, 문화, 예술을 고품격으로 만드는 그리스도인의 영향력이 강력해지기 위해서는 “창조”를 주장해야 한다.
둘째, 스스로가 가장 나쁜 형태의 세속문화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셋째, 가정에서의 교육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보상을 주면서라도 분별하는 힘을길러주어야 한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훈련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시장에 나오는 상품에 재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나쁜 문화를 만들어 내는 집단의 상품 구매를 거절하는 방법 등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기독교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매체를 권유한다. (긍정적인 메시지로 영향을 주는 영화 등)
이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진리를 전파하고 질서 있는 고품격 문화를 만들어 내며, 모든 생활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담대하게, 그리고 즐겁게.
이 책을 완독한 후 달라진 것이 있다. 내 손에 문화예술계에 침투한 골리앗과 같은 거물을 만군의 이름으로 물리친 다윗의 물맷돌이 쥐어졌다는 것이다. (KELLA는 히브리어로 이 다윗의 ‘물매’를 뜻한다)
내 손에 든 물맷돌, 북한땅으로 보내다
어릴 때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매체가 있었다. 바로 “라디오”였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DJ의 잔잔한 목소리로 듣는 사연과 그에 맞는 노래들은 어린 나이에도 있었을 스트레스 속에서 내게 쉼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의 감수성을 키웠다. 그때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도 많았고 밝은 노래도 많이 나왔던 것 같다. 타인의 사연을 들으면서 응원도 하고 위로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비교적 순수했던 매체였다고 느끼게 된다. 모두가 각자의 스마트폰 속에서 생활을 하는 요즘엔 라디오는 낡은 매체로 추억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라디오라는 매체가 아직도 인기가 많은 나라가 있다. 인기가 많다고 해도 마음껏 들을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
북한은 세계빈곤국이자 3대 독재체제로 여전히 인권이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 들을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하나님의 세계관과는 정반대의 세계관을 가진 아픈 땅이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많은 동포들이 라디오를 몰래 들으며 외부세상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들리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먹고 살기 위한 노동 끝에 라디오 듣는 시간이 유일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렇듯 남한에서는 흔해서 인기가 식어버린 라디오가 북한에서는 귀하다는 것이다. 이 라디오가 북한 동포들에게 하나님의 세계관과 문화를 전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하니 북한에 라디오를 통해 먼저 문화를 심는 일은 복음통일을 앞당기는 문화사역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이 일을 통하여 망가진 그 땅에 무너진 성벽을 새롭게 재건하는 내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내 손에 쥔 물맷돌을 가지고 북한땅의 해방과 복음통일을 준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
방은지 (KELLA 회원)
* CDNK 라디오 방송 : 우리나라에 있는 대북 라디오 방송 , 2021년 3월 2일 개국
주파수 7580KHZ, 단파방송으로 매주 화,목,토 밤11:00~11:30 북한동포들에게 송출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