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총회장이어서 감사합니다.
뒷마당에서 앞마당을 더 넓혀보겠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에 홍경호 부목사님이 설교를 하셨는데 설교 중에 하나님의 뒷마당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그분의 고향이 강원도인데 강원도에도 뒷마당이 있었나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집 앞마당에서 한참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집안에 어르신이 오시거나 마을 손님들이 오시면 부모님이 무조건 뒷마당에 가서 놀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뒷마당은 참으로 후미지고 어둡고 쓸쓸한 곳이었지요. 홍목사님 역시 ‘아, 우리 집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둡고 습기 차고 외로운 공터로 느껴졌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기 전에 광야라는 뒷마당으로 가게 하셨지요. 마찬가지로 본인에게도 인생에서 두 번의 뒷마당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첫 번째 뒷마당은 군목 생활 중에 진급을 하지 못하여 전역을 할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그분의 인물이나 학벌, 설교의 능력으로 볼 때 당연히 좋은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야 했는데 이상하게 일이 어그러지게 되어 우리교회에 부목사님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뒷마당은 최근에 사모님께서 갑상선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하게 된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하나님께서 그런 뒷마당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연단하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시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 뒷마당이라는 말이 콱 꽂혀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저도 뒷마당 총회장이지 않습니까? 코로나 이전의 총회장님들은 행사가 많았습니다. 미국, 캐나다, 남미, 유럽, 일본 할 것 없이 해외 행사도 많이 초청받아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융숭한 대접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단 총회장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관인 한교총 대표회장이 되었지만 해외 한 번도 못 나가고 국내에서도 변변한 행사 한번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사역은 앞마당 사역이 아니라 뒷마당 사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바쁘게 뛰어다녀도 칭찬은커녕 비난과 원망을 받기가 일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뒷마당’이라는 이야기가 너무 큰 은혜가 된것입니다.
저는 젊었을때 원 없이 해외를 다녔던 사람이라 해외행사에 큰 미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교단총회장과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으로서 해외를 다니며 자주 주일을 비우면 우리교회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아무래도 교회가 침체가 되고 영적으로 다운이 될 수가 있겠죠. 저부터도 내면세계가 황량한 사막이 될 수 있고요. 그러나 다행히 제가 뒷마당 총회장이 되어서 해외를 나가지 않기 때문에 기도와 묵상의 시간이 더 많고 주일예배와 철야기도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수요예배도 거의 안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하여 뒷마당 총회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비록 뒷마당 사역을 한다 해도 기쁜 마음으로 앞마당 사역을 준비하고 더 넓히는 사역을 할 것입니다. 제 이후 다른 총회장과 다른 연합기관의 대표회장들이 앞마당에서 더 잘 사역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또 뛸 것입니다. 뒷마당에서 한국교회의 앞마당을 더 넓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소강석 목사(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예장 합동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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