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주에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및 경찰이 부모에게서 자녀인 아동을 분리하고 아동보호기관으로 데려간 사건이 발생했는데, 부모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분리된 아동(6)의 친아버지 유형주 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즈음 파주 경찰서 소속 형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고양시 아동전문보호기관’ 관계자와 함께 파주시 소재 유 씨 집에 방문했다. 현장엔 유 씨와 친아들이 함께 있었다. 관계자들은 집안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아이를 양육할 환경이 아니”라며 유 씨에게서 아동을 분리시킨 뒤 고양 아동전문보호기관으로 인도했다. 당시 설거지가 안 된 그릇들, 책이 가득히 쌓인 방, 김치 밖에 없는 냉장고, 화장실 욕조에 낀 물 때 등 집안 위생 상태가 불결했다는 게 ‘즉각 분리 조치’의 이유였다고 한다.
유 씨는 일선 관계자들이 아동복지법 제17조 6항을 근거로 ‘학대 피해 아동 즉각 분리제도’를 현장에서 실행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해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가 ‘아동에 대한 방임 및 유기’에 해당돼 아동학대로 간주한다. 그러면서 ▲기본적 의식주 미 제공 ▲불결한 환경에 아동 방치 ▲출생신고 하지 않은 경우 등을 예시로 명기했다.
아울러 아동복지법 제15조 6항도 ‘1년 이내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게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대 피해가 강하게 의심된다면, 일정기간 아동일시보호시설에 입소시킬 수 있도록 명시했다.
본지는 구체적인 정황과 분리 조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고양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개인 정보”라며 거부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형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담당 형사와 지난 6일 통화했다는 주요셉 목사(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대표)에 따르면 그 형사는 “지난해 4월부터 고양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유 씨의 집안 위생이 불결하다며 아동방임에 따른 학대 의심 신고가 여러 번 들어왔다”며 “경찰에도 지난 1월 29일 당일에 신고가 들어와 유 씨 집에 보호기관 담당자와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복지법 제17조를 근거로, 집안 환경이 불결해 아동학대에 대한 방임행위로 판단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라 부모에게서 아동을 분리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유 씨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져 나는 ‘교회 활동보조’ 부목사로, 아내는 방문교사로 맞벌이해 바빠서 집안 청소를 자주 하지 못했다”며 “아이는 어린이집과 우리 집에 방문하는 돌봄 아주머니가 차려주시는 식사로 중·석식을 해결해왔고, 우리 부부도 즉석요리 등으로 식사를 해결해 냉장고엔 식자재가 별로 없는 편”이라고 했다. 화장실 욕조도 37년 된 주택인 탓에 변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등 다수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이 아동복지법 제17조의 무리한 적용이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경찰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도대체 왜 청소가 안 된 것이 방임행위가 된단 말인가”라며 “그렇다면 물건을 마구 어지럽히는 자녀들과 함께 사는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양육하지도 못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강제로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청은 부모에게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통보를 내렸다. 유 씨의 아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에 100m 이내로 부모의 접근이 불허된 상태다. 현재 아동은 사례관리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6개월 이상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아동은 부모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객관적 정황을 확보하거나, 제3자의 판단 없이 일선 관계자들이 ‘방임에 따른 아동학대’라고 판단한 것은 주관적이라서, 이를 근거로 부모와 아동의 즉시 분리 조치를 시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편, 피해 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탄원서, 법적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많은 경제적 빚을 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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