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화상 프로그램 ‘ZOOM’을 통해 이뤄진 이날 포럼에서는 환경 생태 문제에 대한 실제적 심각성 뿐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과 정치 관계, 인류의 참여 등에 광범위한 분석이 이뤄졌다. 특히 기후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 포럼은 이규영 교수(서강대)와 김대식 교수(숭실대), 정범진 교수(경희대)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으며, 남궁태준 박사(KHN행정기획국장)가 좌장을 맡아 순서를 진행했다.
먼저 ‘환경문제와 국제관계’를 주제로 발제한 이규영 교수는 국제사회에 환경문제가 전면으로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기껏해야 경제 문제의 일부로 다뤄지거나, 군사안보에 대한 중압감으로 상대적인 중요성이 낮게 평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체제의 종식과 함께 환경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바뀌었다고. 안보, 경제와 더불어 국제정치의 3대 쟁점으로 자리를 잡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가 됐다고 한다.
인류사회의 발전에 따른 인구의 증가와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 경제개발은 오늘날 환경문제의 토대가 됐으며, 이는 국가 간의 분쟁 혹은 협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오염물질이 백령도 같은 청정지역에 산성비를 내리게 하며, 낙동강 상류지역의 오염물질이 부산 경남 지역 식수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면서 오염 영향의 광역화가 오염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염해결에 대한 비용 부담 등에서 지역 간, 국가 간 분쟁을 초래하거나 지역간, 국가간 협력체제구축의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오늘날 환경 문제가 전 지구적 과제이며, 결코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교수는 환경문제는 생태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기상학, 지질학 등의 자연과학 뿐 아니라, 철학, 종교, 법학, 경제학, 역사학, 사회학, 지리학 등 인문사회과학에서도 깊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대식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명연대’란 주제의 발제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심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대해 고찰했다. 김 교수는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과 스스로의 우월성이 결국 균형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체들은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면서 “어느 존재자보다 월등하다는 인간의 괜한 자부심으로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해도 된다는 섣부른 판단은 공생, 공존, 상생의 관계를 깨뜨린다”고 말했다.
자연과 성서, 자연과 하나님, 자연과 교회, 자연과 신앙의 변증법적 관계를 조명해, 상호침투적 통전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연의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해야 할 인간이 자꾸 그 관계를 깨뜨림으로써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은 것은 이제 자제력 뿐이다. 개발과 성장의 자제력, 죽임과 파괴의 자제력이 요구된다”며 “오늘날 환경문제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로 다시 ‘절제’라는 덕성을 생태학적 덤으로 펼쳐나가야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의 실제성에 대해 살펴본 정범진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에 중점을 맞춘 현 정부의 정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먼저 태양광 에너지, 풍력 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로 각광을 받는 재생 에너지는 일단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다는 부분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자연적 조건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태양광 에너지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2분의 1, 사우디에 비해서는 3분의 1의 효과밖에 낼 수가 없다고 한다. 풍력 에너지 역시 제주도 등 곳곳에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낮은 풍질로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 발전기에 있어 강력한 풍압도 중요하지만, 바람의 방향이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들 재생에너지는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하며, 전력생산이 일정치 않은 단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정 교수는 퇴출 요구가 거센 원자력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장했다.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만 바로 잡는다면, 여전히 이용가치가 높은 에너지라는 것이다. 실제 세계 역사의 3대 원전 사고로 불리는 미국 TMI-2(1979년), 러시아 체르노빌(1986), 일본 후쿠시마(2011)의 경우 실제적 사망자는 매우 낮다고 했다.
이날 정 교수가 제시한 UNSCEAR(유엔 산하 방사선영향과학조사위원회)의 UN공식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에서 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 나머지 미국과 일본에서의 사망자는 없었다.
정 교수는 “원전사고가 한번 터지면 다들 끝장이라 생각하지만, 미국, 러시아, 일본 현재 다 건재하지 않나? 오히려 저들은 여전히 원전을 주요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오해와 편견이 과학기술이 이롭게 쓰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이사장 이정익 목사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기후 붕괴는 미래를 빼앗고 빈곤을 심화시키는 이 시대의 영향력이 가장 큰 부정의다”며 “기후붕괴가 지구적 정의를 파괴하는 일이기에 정의를 위한 종교들의 역할과 사명이 더 없이 중한 시점이다. 모든 종교 속에 담겨진 녹색 가치가 그 빛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문제에 무관심한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생태의 현실을 볼 수 없는 생태맹(生態盲)이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자연가치에 눈 뜨지 못하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줄여가는 전 지구적 기후정책을 지지하고 비판하는 일은종교가 감당 할 책무다. 이를 위해 함께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교회의 구체적 실천사항으로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환경단체 지원 및 생태 교육 실행 △정책 개발 및 시행의 적극적 참여 등을 제시했다.
한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한기채 목사)는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경건한 40일, 탄소금식’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캠페인은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 탄소금식을 통해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한 위급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이를 위해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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