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멈춘 기독문화생활의 아쉬움을 돕고자 독자들에게 기독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기독 미술 작가 소개> 코너를 준비했다. 이번에 소개할 기독작가는 홍대 판화과 학부와 뉴욕주립대 판화과 석사를 마치고 CREATIVE13 기업문화예술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은정 작가이다.
-최은정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성경말씀 속에서, 때로는 예배와 찬양 중에, 또 기도 속에서 받은 은혜를 묵상하고 나만의 화법(혼합기법)으로 표현하는 ‘그림큐티’와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와 회복의 통로가 되고자 하는 자전적 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그림에세이’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기독 미술을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나름대로 화가로서, 미술교육자로서 세상에서 영향력을 쌓기 위해 성실히 살아오다 벽에 부딪히고 작업의 공백이 있던 시기에 새로 등록한 온누리교회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미술인선교회 안에서 ‘그림큐티’라는 장르로 기독미술 나눔 시간을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기독 미술 작품을 그리고 계신가요?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고난의 시기에, 안일한 모태신앙인의 연약함 속에서 오히려 뜨겁게 찾아주신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흔적으로 남기고자 다시 시작한 작품들은 제작과정 가운데 이미 나 자신이 치유됨을 발견하게 되었고 작품을 통한 나눔으로 복음을 전하고 소통하는 도구로 이어지는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청년작가 시절 성공을 향한 조급함만 앞섰던 활동과 비교해 볼 때 작품에 임하는 나의 태도 자체가 변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의 기쁨이 넘치는 여유로움과 평안 가운데 탄생하는 작품들은 가장 적합한 장소에 전시되고 가장 빛나는 통로로 사용되는 과분한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작품 한 점 한 점에 담겨있는 내용을 나누다 어느새 삶의 내용의 공감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시간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순간들 안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본인의 대표 작품 소개 부탁 드려요.
“‘모든 통치와 권세와 능력과 주권과 이 세상뿐 아니라 오는 세상에 일컫는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시고’ (에베소서 1:21)
반복되는 양극적, 이원론적 사고와 대립의 양상 속에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며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 우리의 삶 가운데 좌정하셔서 우리를 다스리시며 그 완전하심으로 우리 삶을 선하게 채우시는, 인간의 모든 이론과 세계관을 뛰어넘는, 모든 것 위에 계신 하나님께만 해답이 있음을 믿습니다. 선명히 보이지 않을지라도, 장벽의 난관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하고 그분께 우리의 중심을 맡겨 드림으로 세상의 어떤 분야와 영역에 있든지 영향력 있는 주님의 몸 된 교회로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모든 것 위에 뛰어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의 확증’을 작품 전체의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석판과 목판 기법으로 찍어낸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 8점을 자르고 다시 재 조합해 모자이크처럼 배열하는 과정을 통해서 또 하나의 자연 공간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가운데 의도된 명암 배열로 창조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bara’ 와 십자가의 형태가 겹쳐지는 화면을 구성하고, 그 위에 스텐실 기법으로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표현한 후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창조의 사랑 속에 예정된 구원역사를 암시하는 성경구절을 십자가 안에 붙여 콜라쥬로 마무리 했습니다. 작은 정방형 한 점 한 점을 각기 역할대로 정성껏 제작하고 가장 적절한 자리에 채워 넣는 작업 과정 가운데 한 영혼을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 마음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이 세상이 하나님의 창조 목적대로 회복됨으로 이 땅에도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꿈꾸며 기도합니다.”
“거친 광야의 풍경이 있습니다. 그 곳에는 나를 짓누르고 있는 커다란 바위 형상 이기도 한 고통의 덩어리 조각들이 모여 협곡을 이루며 빈 들판과 중첩되어 있습니다. 협곡 사이로 상처 난 잎들이 떨어지며 소멸되어 가고 있기도 하지만 거친 들판 한 가운데에는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새싹 위로 십자가 형상의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 곳 광야는 그렇게 텅 빈 결핍의 공간이지만 나에게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며 나의 안식처였습니다. 내 삶의 절망의 자리에서, 빈 들에서 부르짖어 기도할 때, 그 곳은 더 이상 빈 광야가 아닌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 찬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임재로 성령 충만하지만 나를 정결케 하시려 시험이 있는 곳, 生과 死가 교차하는 곳, 역설의 은혜가 넘치는 곳, 그 마음의 풍경을 그려 봅니다.
‘나 여호와가 시온의 모든 황폐한 곳들을 위로하여 그 사막을 에덴같게, 그 광야를 여호와의 동산 같게 하였나니 그 가운데서 기뻐함과 즐거워함과 감사함과 창화하는 소리가 있으리라’(이사야 51:3)”
“우리는 ‘십자가’라는 수술대 위에서 옛사람을 올려놓고 ‘생명 이식’된 자들입니다. 우리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허락하신 ‘생명 이식’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 ‘생명, 사귐, 기쁨’ 온누리교회 주일예배 말씀 중에서”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하시고 절망 중에 회복을 일으키시는 십자가는 나의 소망입니다.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부활하신 영광의 십자가를 찬양합니다. 십자가 밖의 나의 모습은 광야를 걷고 있는 나이며 죄인 된 나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은혜로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여전히 옛 습성과 싸우고 있는 나이지만 오늘도 거듭남을 상기하며 말씀 의지하고 나아가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모두에게 특별히 힘들었던 시간들로 기억될 시기이지만 그로 인해 또한 특별한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낍니다. 이 시기를 통해 하나님과의 더욱 친밀한 교제의 시간들을 갖게 되었으며 기간 연기가 있었지만 두 번의 오프라인 개인전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고 이전부터도 계획하고 병행하려 했던 온라인 시스템 구축 위한 전시영상제작, 자료정리, 도록안 정리 등을 실행하는 시기가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작품에 대해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019년 1월의 교회 개인전 중에 남편의 지인들로 한국을 잠시 방문한 프랑스인 친구의 작품안의 메시지에 대한 큰 공감과 함께 교회 내 곳곳을 둘러보며 신앙적 담소를 나누었던 일, 작품 내용에 큰 관심으로 많은 질문 주었던 일본인 친구의 가족들을 교회로 초대해 우리 가족과 함께 일어예배, 영어예배를 드렸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그림언어’로 복음을 전하고 나누었던 따뜻한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계획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가정에서의 역할로, 무엇보다 성도로서의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 목표이고 계획입니다.”
<최은정 작가 프로필>
뉴욕주립대 대학원 판화과 졸업(M.F.A.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NewPaltz)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졸업 (B.F.A. Hong-ik University)
홍익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협성대학교 강사 역임, 현) CREATIVE13 기업문화예술교육 강사
개인전 및 아트페어 : ‘마음기억’ (파비욘드갤러리,2020), ‘The Message’ Christian Art Weeks (산지갤러리,2020), ‘The Message’ (서빙고온누리교회 카페갤러리,2019), ‘My Quiet Time’ (극동방송갤러리,2016), 서울판화미술제 (예술의전당,1998), 최은정 판화전 (종로갤러리,1997), M.F.A. Exhibition (SUNY Art Gallery, New York,1995)
수상 :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2020,2015) 우수상(밀알미술관), 서울모던아트쇼 아트마이닝 선정작가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7), 한가람미술공모전 서양화부문 동상(선화랑,1997), 미술세계대상전 우수상(서울시립미술관,1996), 동아미술대전 특선(국립현대미술관,1996) 외 수상 및 단체전 다수
작품소장 : 홍익대현대미술관, 극동방송국, 워싱턴온누리교회
출석교회 : 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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