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유승준 세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유승준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그의 입국금지 이후로 새로운 남성 댄스가수인 비와 세븐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걸 알면서부터였다.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삶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이 바뀐다는 게 소름 끼치면서도 신기했다.
그에 대한 관심으로 필자는 유승준이 1997년에 데뷔한 후 냈던 앨범들은 물론, 입국금지 후 2007년에 낸 앨범, 2015년 인터넷방송, 그리고 지난해 낸 앨범까지 모두 들어왔다. 지난 19일 방송도 물론 봤다.
유승준의 군 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가 2002년부터 입국금지 당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유승준 씨는 교포가 아닌 정통 한국인임에도 군대 가기 전 해외 시민권을 취득한 것, 그리고 입국금지 대상 조항인 출입국관리법 11조의 3항(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그가 해당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수 유승준은 공인인가?
유승준 씨와 같이 해외 시민권을 취득해 군 면제를 받은 경우, 군대를 갈 수 없는 나이(70년대 이상은 만 36세, 80년대 이하는 만 38세)가 되면 입국이 가능해진다. 군 면제 사유가 ‘해외 시민권’에서 ‘고령’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76년생 유승준 씨는 만 36세가 된 이후에도 입국이 좌절된다. 두 번째 이유인 출입국관리법 11조 3항에 따라 그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인기 연예인이기 때문에 입국을 허용하면 병역기피 문화를 확산시킬 만한 ‘공공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럼 연예인을 과연 ‘공인’이라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연예인은 한낱 ‘광대’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인이 공인이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연예인이 공인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기독교인 혹은 보수주의자는, 청소년들의 선택은 아직 부족하기 쉬우며 아직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그들에게 연예인이 끼치는 공공성은 정치인 이상임을 안다. 이에 2002년 당시 인기 연예인이었던 유승준의 공공성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에게 2002년에 내린 입국금지는 정당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유승준에 대한 실수는 없었나?
유승준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도 매우 많았다. 그가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할 때 해병대 홍보대사를 했다거나, 병무청의 보증 아래 미국에 갔다가 시민권을 취득했다거나, 2015년 인터넷방송을 마치고 욕을 했다거나, 세금을 면하기 위해 지금 한국에 오려고 한다는 등의 내용은 모두 거짓말이다. 2015년 당시 욕을 했던 사람은 PD였고, 유승준 씨가 현재 한국에 원하는 것은 국적 회복이나 취업이 아니라 입국 하나이기 때문에 세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를 보면 유승준 씨는 마녀사냥을 당한 부분도 상당히 많이 있다. 또한, 그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던 당시는 9.11 테러 이후라 시민권 취득이 앞으로 어려워졌다는 점, 오랫동안 가족끼리 미국에서 살아왔다는 점 등을 보았을 때 그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분명히 안타까운 면이 많이 있다. 물론, 법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하기에 2002년에 내린 입국금지는 불가피했다고 보지만, 그런 유승준의 약한 면을 이용한 이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금할 수 없다.
유승준 씨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유승준 씨는 이미 한국에 못 온지 약 19년이 되었고, 지난 19일 방송에서 본인도 말했듯 이미 오래된 연예인이자 옛날만한 영향력이 없다. 그가 한국에 와서 TV에 출연하려고 애쓴다 한들 가수 MC몽 씨와 비슷하게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과 언론이 그를 부추겨 그의 영향력을 키워주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북한 김정은이 한국에 오는 건 환영한다 하면서 유승준 입국은 막는다 하는 그들의 ‘공공성’ 논리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의도를 했건 안 했건, 국민들이 정치권의 비리 의혹에 신경 써야 할 판에 유승준으로 시선 돌리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승준을 향한 이중성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원래 유승준 씨의 입국을 옹호하던 이들은 좌파 혹은 진보 진영의 주장이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가수 신해철, 성시경, 그리고 문화평론가 김갑수 등이 유승준 씨의 입국을 옹호한 바 있다. 고 신해철 씨는 SNS로, 성시경 씨는 방송을 통해, 김갑수 씨는 글과 방송을 통해 그와 같은 주장을 했다.
그들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낮게 바라보며 연예인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크기에, 잘못된 문화 속에서도 국민들 혹은 청소년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연예인을 공인이 아닌 한낱 광대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광대’ 유승준을 한국에 들이고 정치권 내의 ‘공인’ 군 면제자들이나 비판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논조의 내용은 영화 ‘더 킹’에도 등장한다. 우파 정치인이 자신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연예인 스캔들을 터뜨린다는 식으로 영화에서 꾸며낸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된다. 물론 연예인의 영향력이 정치인 못지 않게 엄청나기에 이런 상상력을 보일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왜 꼭 우파 정치인들에 한정하며 유승준 씨는 왜 잘못한 것 이상으로 정치적 이용을 당할 수밖에 없었나.
필자는 유승준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많은 이들의 주장이 일관성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19년 가까이 한국에 못 들어오는 힘 없는 연예인의 공공성이 더 큰지, 한국에서 온갖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채 국가의 정통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도층의 공공성이 더 큰지 알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유승준 씨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그들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이다.
황선우 작가(<나는 기독교 보수주의자입니다> 저자, 전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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