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 결합 지지’ 발언 논란에 교황청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의 비서실에 해당하는 교황청 국무원은 지난주 전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교황청 대사에 공문을 보내 “교황의 동성애자를 위한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 제정 발언은 과거의 인터뷰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벌어진 것”이라며 “동성 간 결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한 부분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는 교황이 “동성애자도 주님의 자식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며 시민결합법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장면이 나와 세계적인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2003년 교황청은 “교회의 존중과 평등이라는 원칙은 동성애 행위를 인정하거나, 동성애자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파장이 더욱 컸다.
국무원은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한 교황의 발언은 2019년 5월 멕시코 방송사 텔레비사와의 인터뷰와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직접 진행한 인터뷰 두 건을 편집해 맥락이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국무원은 “1년여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터뷰 발언을 문맥을 삭제한 채 삽입해 마치 하나의 답변처럼 편집·공개해 혼선을 빚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인터뷰에서 교황은 동성애 성향의 교인이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에 공개된 텔레비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교황은 “동성애자들도 가정에 속할 권리가 있다. 그들도 신들의 자식이다”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가정에서 내쫓을 수도 없고, 그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나는 늘 가톨릭 교리를 지켜왔다”며 “동성 간의 결혼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교리에서 ‘부적절’하다”고 말했으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삭제됐다.
국무원은 또 교황이 ‘시민 결합법’을 언급한 것은 일부 국가가 동성애자에게도 일반 국민과 같은 복지 혜택을 주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영화 상영을 앞두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두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히며 “교황의 ‘시민결합법’ 발언은 통역을 동반한 인터뷰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국무원의 반박에 따라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감독은 여전히 편집 과정에 대해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교황청 국무원은 공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리를 부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2010년 동성 커플을 위한 법적 보호를 확대한 아르헨티나의 결정에 교황이 지지를 표명한 것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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