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연구해 온 비영리 단체 ‘한국미래이니셔티브’가 국제 종교자유의 날인 27일 ‘신앙에 대한 박해: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7개월 동안, 북한의 종교 자유 침해 생존자와 증인 등을 대상으로 117건의 인터뷰를 진행해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총 273명의 종교 자유 침해 피해자들을 확인했고, 이중 기독교 신자가 215명으로 대부분이었다.
조사 결과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피해자의 연령대는 3세부터 80대까지였다. 피해자 중 여성 및 여아의 비율이 약 60%를 차지했다.
종교 물품 소지, 포교 행위 등 혐의자들에
임의적 체포·구금·투옥·심문, 고문·폭행 등
범죄 혐의는 △종교적 행위 149건 △중국 내 종교 활동 110건 △종교적 물품 소지 78건 △종교 관계자와의 접촉 77건 △예배 장소 방문 72건 △포교 행위 22건이었다. 한 명의 피해자가 다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종교적 물품 소지’ 혐의와 관련해 조선노동당 당원이었던 사람이 성경 소지로 인해 체포되어 혜산비행장에 모인 3천 명의 주민들 앞에서 처형당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응답자들에 의하면, 주민들은 강연회나 인민반회의 때 성경책을 읽어서는 안 되고 성경책을 소지한 사람을 보면 신고해야 한다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이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이어 침해 사건은 △임의적 체포 244건 △임의적 구금 195건 △임의적 투옥 125건 △임의적 심문 111건 △강제송환 79건 △연좌제 적용 36건 △고문 및 지속적 신체 폭행 36건 △성폭행 32건 △ 처형 20건 △공개재판 및 공개폭로 모임 19건이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복수의 침해 사건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침해 사건들은 85개의 북한 전역 및 중국 내 시설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정보기관 25곳 △북한 구류장 21곳 △중국 구금시설 10곳 △북한 집결소 8곳 △사형 및 공개재판·공개폭로모임 장소 7곳 △북한 교화소 6곳 △북한 노동단련대 5곳 △북한 정치범수용소 2곳 △북한 구금소 1곳이었다.
다수의 침해 사건이 발생한 시설은 △평안북도 신의주 도보위부 구류장(64건) △함경북도 청진 도보위부 구류장(42건) △단동 변방대 구류장(34건) △함경북도 온성 군보위부 구류장(26건) △함경북도 청진 수성 정치범수용소(22건)이었다.
“종교의 자유, 양도불가한 보편적 기본권”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이번 조사를 진행하게 된 계기를 보고서 첫 머리에서 밝히고 있는데, 지난 2018년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도보위부 집결소에 구금되었던 한 남성이 아래와 같이 겪었던 사건을 알고 나서였다고 한다.
수감자의 감방을 들여다보며 계호원(북한의 간수)이 물었다.
“너는 왜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했냐?”
성경책 소지를 이유로 붙잡힌 수감자가 대답했다.
“나만 딱 알고 있으려고 그랬습니다.”
계호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아예 안보이는 세상에 가야겠구나.”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조사관들은 기록된 사례마다 피해자의 신앙, 혹은 종교와 관련된 요소가 침해발생에 있어 부차적이지 않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본조사 결과는 의심의 여지없이 국제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양도불가한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으로서 북한 주민들도 그 기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이러한 자유에 대한 침해는 북한 주민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보편적인 원칙에도 큰 위협요소가 된다”고 했다.
“종교의 자유 없이 어떤 자유도 없어
생존자들의 증언 절대 잊혀선 안 돼”
기독교인이자 탈북민인 주일용 북한인권운동가는 이 보고서의 서문에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라며 “북한에서 산다는 건 이러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대신 북한 주민들은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두 종류의 침해를 겪는다. 첫째는 우리 몸에 대한 선택의지를 앗아가는 육체적 인권침해이고, 둘째는 우리의 생각과 신념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정신적 인권침해”라며 “정권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은 3대가 고통받는 등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이유만으로 나는 종교의 자유가 북한 내 다른 모든 자유에 대한 기준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자유 없이는 북한 주민들의 인간성을 되찾게 해줄 어떠한 자유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 씨는 “나의 할아버지는 주체사상에 대한 문제점을 논하다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나의 고모는 시아버지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온 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서 이제는 생사 여부도 모른다”며 “제 사촌의 가족은 중국에서 성경을 접했단 사실이 발각되어 부모는 처형되고 사촌은 실종되었다. 단지 종교를 접했을 뿐인데 그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다수의 생명을 빼앗고 생각을 통제하는 소수 특권층의 잔인한 행동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죽음을 지나온 생존자들의 증언은 절대로 잊혀져서는 안 된다”며 “아우슈비츠를 떠오르게 하는 북한 위정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기록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 자유 북한인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도적 행위이다. 우리에겐 자유가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아니”라고 했다.
한편, 80여 페이지분량의 이 보고서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북한 내 종교 배경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종교의 자유에 대한 북한 법 체계, 종교 범죄 혐의 유형, 종교 자유 침해 유형 등을 차례로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미래이니셔티브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s://www.koreafutur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