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문준경 전도사 제70주기 추모예배가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에서 열렸다. 국내 기독교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故 문준경 전도사는 섬 선교에 힘쓰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 순교했다.
이날 예배 설교를 맡은 지형은 목사(한목협 대표회장, 기성 부총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는 ‘그러므로 힘써 지킵시다’(엡 4:1-10)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지 목사는 “기독교 복음에서 ‘하나 됨’은 핵심적인 가르침 중 하나이다. 하나 됨의 반대는 ‘분열과 갈라짐’으로 죄는 갈라지게 만든다. 최초의 사람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사람과 사람 사이도 깨지게 되었고, 사람과 주변 환경도 갈등을 겪게 되었다. 구원은 갈라지고 깨지고 멀어진 관계가 다시 창조의 온전함으로 하나 되는 과정이다. 눅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에 이 주제가 명백하게 나타난다. 둘째 아들의 가출은 단순한 성공을 위해 타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깨지고 갈라지는 것을 뜻한다. 집 나간 아들은 타지에서 고생하면서 하늘과 아버지께 지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고 돌아가 아버지의 품에 안겨 하나 됨을 회복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지나친 보수와 지나친 진보의 갈등, 계층이나 세대 간의 갈등 등 심각한 분열과 갈등상황에 대해 지적하며 “다른 의견을 다양성의 조화로 보는 태도 곧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의 지도력이 넉넉해져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성숙의 디딤돌로 선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민족의 용기로 이겨냈다”며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가 이런 갈등을 극복하고 더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분열과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 깊다는 것과 독선적 태도는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아가며 성령의 이끄심에 순종하는 그리스도인은 타인에 대하여 공격성과 적대감을 갖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환대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이어지는 기독교 신앙의 오랜 전통으로 그리스도인이 싸움과 갈등을 일으켜서는 하나님께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우리 사회에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살아야 한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상설교에서 주신 가르침”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본문인 에베소서 4장은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교회에서 드리는 기도인 ‘하나 되게 하소서’는 에베소서 4장 3절과 연관되는 표현이다. 현실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을 때 그 현상을 놓고 ‘하나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에서 본다면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있다. 에베소서 4장 3절은 걸어갈 미래에 ‘하나가 되라’고 말씀하지 않는다 ‘성령께서 과거에 이미 하나가 되게 하셨는데, 그것을 지키라’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이어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이란 3절 표현의 헬라어 원어를 직역하면 ‘성령의 하나 됨’ 또는 ‘성령의 통일성’이다. 원어에는 시제에 관련된 표현이 없으나 1장부터 3장까지 문맥에서 하나가 된다는 주제를 꼼꼼히 읽으면 과거시제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에베소서 1장에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의 목적을 10절에서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밝힌다. 갈라진 모든 것이 통일되는 것 곧 하나 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서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하나 되는 위대한 사건은 23절에 교회에서 먼저 중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2장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방인과 유대인이 하나가 되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다. 3장에서 바울은 이방인과 유대인이 복음 안에서 온전히 하나가 된 것은 우리의 모든 생각을 뛰어넘은 하나님의 역사이며 이로써 하나님의 영광이 영원무궁하게 이어진다고 말한다. 1장부터 3장까지의 문맥의 흐름을 통해 4장 3절의 ‘성령의 하나 됨’은 ‘성령께서 이미 하나가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명령”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문준경 전도사님의 추모 예배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문준경 전도사님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동족상잔의 현장에 계셨다. 한국전쟁 중에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은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였다. 여러 지역에서 민간인이 인민군과 국군 양쪽에게 학살을 당했고, 민간인들도 이념을 놓고 갈라져서 서로 살상을 저질렀다. 그러나 기독교적인 사랑과 평화의 정신이 강렬하게 타올라서 증오와 살육의 악순환이 끊어진 지점들이 있었다. 증오와 살육의 현실 속에 용서와 사랑의 거룩한 꽃이 피어난 ‘하늘의 정원’, 문준경 전도사님은 바로 그런 정원을 만든 분이셨다. 이분의 신앙과 삶에서 감화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을 용서했고 이로써 용서와 화해, 사랑과 평화의 거룩한 힘이 퍼져갔다”고 했다.
지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 아니 21세기 세계에 문준경 전도사님의 신앙과 삶이 다시금 절실하다. 문 전도사님과 함께하셨던 삼위일체 하나님의 그 은혜가 오늘날 우리에게 절박하다. 성결교단에 이렇게 위대한 신앙의 선배가 계신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 거룩하고 소중한 이 유산을 우리의 온 삶으로 헌신하며 따라가자. 성령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이미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자. 이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가정가문 대대로 큰 복이 있을 것”이라며 “이 가을의 아름다움과 기쁨이 여러분 영혼의 정원에 맑은 시내처럼 흐르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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