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4월경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교회들은 대비를 해야 한다고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몇 주만 조심하면 코로나가 사태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필자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 예견했던 것은 당시 코로나19가 이미 지역사회 곳곳에 파급되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정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코로나19의 파급이 현재까지 가속화되고 있다.
신천지 집단감염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파급되고 신천지에 대해 모두가 맹비난을 하고 있을 때 일부 기독인은 이런 경고를 했었다. 신천지를 공격하는 그 공격이 나중에 한국교회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고.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광화문에서 8.15 집회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광훈 목사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어떤 매체에서는 교회가 신천지보다 더 악하다고 기사를 쓴 것도 보았다.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었고 정부의 방역지침이 격상되어 대면예배 금지(수도권 소재 교회 대상-편집자 주)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필자는 과거에 신천지가 정부의 몰매를 맞을 때, 신천지의 비윤리적인 모습에 분개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신천지에 뒤집어 씌우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고 신천지 교인을 감염시킨 최초 감염원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는 한국교회에 과거와 똑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가 8월 11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8월 13일부터 100명을 넘게 되었음을 볼 때 8.15 집회가 이번 코로나 재확산의 출발점이 아님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의 모든 책임을 8.15 집회와 한국교회에 전가하고 있다. 자극적인 기사거리를 선호하는 각종 매체들은 이미 교회에 대한 비난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검사 편중, 정부의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특정 집단에 마녀사냥식 책임전가를 하는 것 등 문제의 소지는 많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교회가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아 집단 감염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비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동안 대부분의 교회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도 정부가 제시한 8가지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음에도 추가 감염이 없었던 사례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교회에 대한 감시와 간섭이 과도한 것일까? 필자는 과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교회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도 일부 교회에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라도 지키지 않으면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전체 교회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어느 지방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최근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 교회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성가대를 서는 것은 물론이고 예배 후 식사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서로 먹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였다. 아무리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이런 안일한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심지어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수도권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회에서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여호수아서에 보면 아간 한 사람의 범죄함으로 인해 이스라엘 전체가 벌을 받게 된다. 기독교 신앙은 공동체 신앙이다. 비록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나도 같이 벌을 받을 수 있다. 나 한 사람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인해 한국 교회 전체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일반 성도가 그런 생각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인습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전의 신종플루, 메르스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면회를 안 오면 섭섭해 하는 문화라든지, 식사를 한접시에 나누는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교회의 목회자들은 이러한 인습적인 행동들이 일어날 상황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각 교회의 담임목사가, 그리고 교단의 간부나 회장이 판단하여 지침을 만들고 설명하고 인도했어야 했던 부분인 것이다. 나 한 사람의 부주의로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특히 요즘은 반기독교적인 세력이 많아 어떻게든 교회의 잘못을 크게 부풀리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어 더욱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 내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적은 수 차례 있었다. 반면 천주교나 불교 등 타종교 집단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사실은 교회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예배를 드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해당 교회에서 코로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 확산에 대한 정부의 책임 전가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회도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의 방역지침은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서 안 지켜도 되는가? 과연 그것이 죄가 되지 않는가? 나의 예배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은가? 한국교회가 예배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한 것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그 과정 가운데 타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생각해 보자. 율법에 따라 죽어가는 사람을 놔두고 예배 잘 드리고 집에 돌아간 제사장과 레위인이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준 사마리아인을 본받으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매우 높고 치명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전염병이다. 지금 내가 코로나19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가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즉 자만과 나태함에 의해, 코로나19 전파의 매개체가 되었다면 이를 놓고 회개해야 한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만나면 거의 괜찮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대중교통에서 코로나가 집단감염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물며 마스크를 잘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예배를 드린다면 코로나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마스크를 벗는 상황이다. 식사, 성가대 찬양 또는 소규모의 모임에서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있다. 나와 친한 사람이라고 하여 코로나19가 전염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성가대를 운영하겠다면 연습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마스크를 쓴 상태로 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도구들을 사용하거나 컴퓨터로 개인의 음성을 합성하여 성가대 찬양하는 방법도 필자는 본 적이 있다. 교회 외부에서 코로나 감염을 주의해야 할 곳은 식당, 커피숍 그리고 수영장이다. 공통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곳이다. 이러한 곳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고, 식당을 이용하더라도 알코올 젤로 손 소독을 잘 하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앉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감염관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가 모든 사람을 감염원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설령 전염병이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전염병이 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분 나쁠 일이 아니다. 이런 원칙이 바로 과학이고 윤리이다. 전염병에 걸리더라도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숨기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래서 전염병 관리를 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을 감염원으로 보는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 있다 보면 내가 코로나 확진자가 아닌데 마치 코로나 환자처럼 대우했다고 화를 내는 분들이 많다. 감염관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우리 교회에 코로나 감염자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온 나라와 온 세계에 코로나 19의 씨앗이 뿌려져 있다.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도 매우 많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교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병원에서 감염관리를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모든 성도가, 설령 건강하더라도 코로나 감염자를 대하듯이 대해야 한다. 혹 감염자가 다녀가더라도 우리 교회에 추가적인 감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교회의 방역책임자들은 특히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정부가 제시하는 지침보다 더 높은 기준을 지켜 세상의 칭찬을 받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되거나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 사회적인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단순히 정부의 명령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 교회를 지키고 전도의 문을 열기 위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김수정(내과 전문의, 성누가병원 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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