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 교수(서울대)가 16일 옥정 사귐의교회(담임 강정규 목사)에서 ‘과학시대의 신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우 교수는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학시대라고 할 만큼 과학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 우리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경험적 증거, 합리적 추론을 통해 사실관계를 판단한다”며 “이 시대 현대인들은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과학을 다루지 않으면 복음을 전하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믿는 바를 합리적으로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과학을 다루지 않으면 오히려 교회가 위기를 맞게 된다”고 했다.
이어 “제가 ‘과학시대의 도전 그리고 기독교의 응답’(과도기)이라는 책에서 한국교회가 직면한 도전을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과학이다. 지난 100~200년 동안 과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이 보여준 우주와 지구와 생명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매우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은 기독교 신앙과 반대되는 것이 아닌가, 창조를 부정하는 게 아닌가’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게 과학의 도전”이라고 했다.
또, 우 교수는 “두 번째는 과학을 이용해서 기독교를 공격하는 무신론자들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사람들은 ‘과학 안에 신의 증거가 어디에 있는가, 신이 창조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 거꾸로 과학은 신이 없다는 무신론의 증거’라며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다. 이런 도전 앞에서 한국교회는 어떻게 응답하고 신앙을 변호하고 있는가. 심각한 문제”이며 “세 번째로 교계 안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질문을 던져 원하는 답변을 찾고자 하면 마치 성경의 본문의 내용이 과학과는 서로 충돌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성경을 문자주의, 근본주의로 이해하고 마치 과학 교과서처럼 잘못 읽으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우 교수는 “오늘 나눌 이야기는 이 3가지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이 강의를 통해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 지 출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두 가지 책’이 있다. 한 분 하나님이 두 책을 쓰셨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순될 수 없다. 하나는 성경이다. 성경을 읽고 해석함으로써 구원의 길이 무엇이고 예수가 누구시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배우게 된다. 성경 말고 또 다른 책은 자연이다. 과학은 자연이라는 일반은총의 계시로 읽어낸 내용이다. 또, 과학은 무신론의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이 자연을 통해 어떻게 우주를 창조하셨고 생명을 만드셨는 지를 담고 있는, 자연이라는 책을 읽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교회가 직면한 3가지 도전 중 하나인 과학이란 것은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를 성경이 보여주지 않는 다른 측면에서 하나하나 보여주는 훌륭한 도구일 수 있다. 과학은 하나님의 창조역사를 낱낱이 보여준다”며 “과학은 창조의 광대함을 알려준다. 우리 은하에 수천억 개 별이 존재하고 우주에는 천억 개 이상의 은하가 존재한다. 우주는 백억 광년 이상의 크기이고 광대한 우주는 신의 존재를 암시한다. 하나님은 지구를 넘어서 광대한 우주를 창조하신 분”이라고 했다.
우 교수는 “과학자들은 누구보다도 과학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빅뱅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의 진화(화학진화), 의식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정보·자연법칙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왜 무 대신 유가 존재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문제를 과학을 통해 다 설명할 수 있다는 과학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며 “과학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지만, 과학이 절대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과학은 우리 삶에 궁극적인 답을 주진 않는다. 우리의 궁극적인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내가 추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과학은 답할 수 없다. 과학은 유용한 도구이고 자연이라는 실제에 대한 영원한 근사이다. 과학은 중립적이므로 유신론 무신론의 증거가 아니”라고 했다.
또,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성경(신학)을 통해서는 창조주를 이해하고, 자연(과학)을 통해서는 창조계를 설명하므로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창조과학은 이 두 가지를 섞으려 하는데 따로따로 봐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2개국어를 하면 두 나라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이해가 되지만, 두 언어의 단어를 섞어서 말하면 이해할 수 없다. 성경과 과학을 두 가지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 창조과학은 두 가지를 섞다 보니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며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학의 도전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과학이 보여준 자연의 역사를 창조의 역사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편견을 깨고 나와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바르게 봐야 우리의 신앙이 성장한다”고 했다.
우 교수는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두 번째 도전은 ‘과학주의 무신론’의 도전이다. 21세기 과학주의 무신론이 등장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 스티븐 호킹은 ‘위대한 설계’라는 책을 썼다. (이런 영향으로) 과학이 맞고 기독교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과학주의 무신론자들은 물질이 있었고 우연히 인간을 진화시켜 만들었고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과학을 통해 설명이 가능해지므로 신은 이제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과학적 내용을 사용하지만, 과학이 아니다. 또, 과학주의 무신론자들의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과학주의 무신론자에게 물질은 어디서 기원했는지, 자연법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어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과학과 세계관은 다르다. 유신론과 무신론은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 전제를 가진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동등하다.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알르스터 맥그라스는 과학이 답하지 못하는 형이상적 영역에서 기독교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의미의 문제, 가치의 문제에서는 무신론이 답할 수 없다. 또, 과학주의 무신론의 주장은 ‘과학이 아닌 해석’이다. 과학은 자연현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하므로 무신론, 유신론과는 무관하다. 과학주의 무신론은 과학을 무신론적인 관점으로 해석해 신의 창조를 기적의 영역으로 제한한다. 과학과 무신론적으로 해석한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 기독교가 과학을 받아들이면서 거꾸로 과학은 무신론의 증거가 아니라 창조의 힌트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 교수는 “3번째로 한국교회가 즉면한 문제인 근본주의 문제이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진화는 시간에 따른 ‘인과적 변화’를 말한다. 여기에는 철학적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진화과학은 시간에 따라 변한 현상의 작동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며 “진화주의는 세계관, 철학적 관점이다. 진화과학을 무신론적으로 해석한 신념이다. 이 관점 때문에 인간이 우연한 존재이고, 동물처럼 여기게 되는 잘못된 현상들이 일어나게 됐다. 진화라고 하는 현상은 데이터이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설명할지는 진화과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아직 진화과학자들이 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 그러나 진화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우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과학의 도전에 대한 기독교적 응답을 정리하면 첫째로 과학이 제시하는 우주의 역사에 관해서는 창조의 역사로 이해하고 인간과 우주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과학주의 무신론의 공격에는 과학이 아닌 해석, 지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 번째 기독교 내 근본주의 기독교의 문제에 대해서는 올바른 성경해석과 건강한 창조신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과학이 던지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선제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는 입장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유전자 가위, 기후문제에 기독교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기독교 내의 전문성이 너무 얕다. 복음을 전할 때에도 무신론자의 공격을 막아내고 우리 아이들을 신앙적으로 기르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더 나아가서 하나님이 맡겨주신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다스리는 데에도 과학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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