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열한 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일산시 백석동에 있는 ‘변두리교회’(예장 통합) 담임 김혁 목사(50)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김혁 목사는 졸업 이후 기독교계통의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곳의 열린 부흥사경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하나님의 일을 ‘단순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00년에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입학했다. 이후 교회 부목사로 사역을 하다가 기존의 교회론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이 때문에 김 목사는 2017년부터 변두리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변두리교회는 ‘허브스쿨’이라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청춘야채가게를 통해 교회 젊은이들과 ‘정직’을 팔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는 복음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개인적으로 고백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일상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곳에 계시며 그분과 함께 구원을 이뤄가는 삶이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대안학교, 청춘야채가게 등 삶의 기반 위에서 매일 함께 교인들과 만나고 싶다. 개인적인 성경공부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복음이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교회 개척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A.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이후 기독교 정신을 가진 한 회사에서 근무했다. 거기서 1996년 부흥사경회가 열렸는데 홍정길 목사님(남서울교회 원로) 등의 설교를 듣고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났다. 평생 하나님의 일을 단순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0년에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개척을 시작하려는 생각은 원래 없었다. 개척은 변두리교회를 세우게 된 2017년도 5월부터 시작했다. 대안학교를 세우고자 뜻을 모은 가정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 형식으로 시작했다.
Q. 교회를 개척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A. 교회를 원래부터 개척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중요하다. 기존 교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기존 교회를 거쳐 오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교회론이 무너지게 됐고 새로운 교회론을 생각하게 됐다. 개척하면서 좋은 점은 기존 교회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말 그대로 필드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목회를 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았다.
Q. 생각하게 된 새로운 교회론은 무엇이었는가?
A.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개척의 출발이었다. 공간, 설교, 교육 등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Q. 지금 하고 있는 사역이 있다면?
A. 대안학교가 있다. 내게 자녀가 4명이 있다. 교육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요즘 교회에서는 부모의 신앙 교육을 강조하고 있고 아이들도 부모로부터 신앙 전수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공교육은 부모가 터치할 수 없다. 교회 교육마저도 1주일에 1번씩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교육이 명분만 남아 있는 상태인 것이다. 고민이 깊어졌다. 부모는 가장 위대한 교사라고 생각한다. 일반교육과 신앙교육, 그리고 삶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 변두리교회 부모님들이 허브스쿨 대안학교에 직접 교사로 와서 가르치기로 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교과과목, 어떤 분들은 요리나 체육을 가르치기도 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사가 돼야한다는 시도인 것이다. 신앙교육도 마찬가지다. 기독교 배경일지라도 아이들 신앙교육이 더 힘들 수 있다. 특히 성인이 되면 아이들이 교회와 신앙을 떠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교육과 신앙교육이 분리된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함께 합치고 고민하는 역할을 부모가 해야 한다. 그런데 요새는 부모가 돈만 벌어주는 등 아이들 교육의 환경만 만들어주는 경우로 전락됐다. 이에 대해 성경적 대안을 주고자 대안학교를 시작했다.
Q. ‘허브스쿨’ 대안학교만의 특징이 있다면?
A. 공교육은 보통 경쟁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세대 통합 교육을 지향한다. 가령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글쓰기 수업이 있다. 순진한 초등학생의 글을 대학생 형·누나들이 읽고 순수함을 배운다. 또 대학생의 조직적인 글쓰기를 초등학생들이 보고 배운다. 마치 가정 같은 모습을 추구한다.
현재 교사는 3가지 층위로 운영되고 있다. 부모 교사, 재능기부 교사, 전임교사다. 부모들이 할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전문적인 분야들은 재능기부 교사들이나, 전임교사들이 맡아준다. 특히 글쓰기 수업은 부목사 시절에 함께한 청년이 도와주고 있다. 유튜브에 허브스쿨 글쓰기 수업이란 콘텐츠도 올리고 있다.
세대 통합 교육 안에서 서로가 어우러지는 아이들 공동체에는 자생적인 치유 능력이 있다. 공교육에서 따돌림 등을 당한 친구도 있다. 아이들이 서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다. 잘 보듬어주는 치유 능력이 있다. 특히 대학생 형·누나들이 초·중·고등학생 동생들에게 멘토 역할도 해주고 있다. 물론 대안학교도 공교육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그대로 가르친다. 그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Q. 아이들 진로는 주로 어떤가?
A. 현재 전체 인원이 20명 안쪽이다. 졸업생은 한 해 2~3명 정도다. 검정고시를 치르고 수시나 정시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외국 대학교에 들어간 학생도 있다. 무엇보다 교회와 학교가 연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일터와 연결해서 학생들이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면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령 청춘야채가게가 그것이다. 우리 교회 교인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매장도 새롭게 오픈하면서 하나의 기업처럼 만들 계획이 있다.
Q. ‘청춘야채가게’에 대해서 듣고 싶다.
A. 대안학교에 속한 우리 아이들이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과일 도시락 등을 만들어서 임대아파트나 요양 시설에 계신 독거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위로해드린다. 교회에서 프로그램을 작위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프로그램을 위한 프로그램이 된다. 일상과 교회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함께 가는 것을 추구한다.
또 지역 주민들이 청춘야채가게를 ‘착한 가게’라고 칭찬한다. 우리는 우선 정직하게 운영한다. 손님들이 ‘맛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특히 과일이 그렇다. 과일이 당도가 떨어지면 보통 상인들은 그래도 ‘맛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직하게 ‘맛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고마워한다. 그리고 ‘다른 맛있는 게 뭐냐’고 물으시며 다른 것을 구매하신다. 우리는 심지어 다른 가게도 추천하기도 한다(웃음). 우리에게 팔게 있는데도 말이다. 정직한 태도로 인해 손님들 반응이 좋아졌다. 맛있는 것을 보내드리려고 노력한다. 온라인 판매에서 피드백이 안 좋게 들어와도 이를 그대로 반영하려고 한다. 제품이 안 좋으면 연락을 드려서 환불 조치를 해드린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식품을 공급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엇보다 그분들의 삶을 들으려고 한다. 종교적 행위라기보다 주민들이 어려움과 아픔들을 얘기하시면 우리가 격려해드리는 부분이 있다.
Q. 사역에 있어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A. 대부분 교회들이 코로나 이후의 방향성을 찾아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작은 교회들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공간, 재정 등에 대한 문제를 무작정 대형교회의 방식만 쫓아가지 않는 것, 그리고 지역 속에서 작은 교회로서 색깔을 잘 찾아가는 것이다. 작은 교회 간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작은 교회가 재정, 공간에 있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일산에서 예배드리는 변두리교회 공간은 은혜교회가 임대해줬다. 은혜교회는 11시 예배, 우리는 2시 예배로 정해서 참여한다. 우리 교인들도 그 교회의 1부 예배에 참여할 수가 있다. 한 마디로 공간과 정신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작은 교회들이 공간을 유지하려다 재정적인 빚을 떠안기도 한다. 더구나 지금 코로나 탓에 헌금도 적은 상황이다. 때문에 공간의 공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예배 공간이 없는 작은 교회와 공간을 공유하면서 각자 작은 교회마다 지닌 특징도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작은 교회들이 연대하고 각자의 장점들을 다 취합해서 풍성하게 누리는 것이다.
가령 어떤 교회는 기도, 다른 교회는 말씀, 또 어떤 곳은 구제나 교육에 강점을 보인다. 이들 강점을 취합해서 작은 교회들이 성경공부, 프로그램, 예배 등을 같이 해가는 것이다. 개교회주의만 없다면 이런 부분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이 대안학교 공간도 10여 명의 교인이 다니고 있는 파주소망교회에서 빌려줬다. 파주소망교회 청년들과 변두리교회 청소년들이 함께 연합예배를 시작하기도 했다. 1달 전부터다. 이렇게 작은 교회들이 공유와 연대를 하면 재정, 프로그램, 공간, 창의적인 목회에 있어 서로의 약점이 충분히 보완된다. 이런 창의적인 목회를 한다면 기성 교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Q. 사역하면서 붙들고 있는 말씀이 있다면?
A.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버지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내가 복음으로써 너희를 낳았음이라’(고린도전서 4:15)이다. 요즘 아이들이 스승을 존경하지 않는다. 스승에 대해 왜곡된 인식이 있고 선생님이 직업화된 측면도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스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업적인 선생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고 있다. 단순히 스승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아비의 마음으로, 부모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면 신앙과 일반교육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Q. 끝으로 ‘나에게 복음 ’이란?
A. 이전에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개인적으로 고백하는 것을 복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복음은 말 그대로 삶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의 삶이다.
Q. 그러면 목사님에게 ‘하나님 나라’란?
A. 가정적이다. 그리고 삶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동행 하는 것이다. 여전히 일상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하나님과 함께 풀어가는 일상의 삶, 그 자체가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한다. 즉 하나님이 일상 가운데 계시고 그곳에서 하나님과 함께 구원을 이뤄가는 삶인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만들어가고 이뤄가는 하나의 사명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교인들을 만나고 싶다. 학교, 청춘야채가게 등의 삶의 기반 위에서 매일 교인들과 만나는 삶을 추구한다. 또 학교에서 배우고, 청춘야채가게로 배달도 가면서 지역 사람들과 많이 만난다. 개인적인 성경공부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복음은 구현되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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