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사회학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가 18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서울 영등포구 도림감리교회에서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마지막 세미나인 7월 2일은 오후 5시), 5주간에 걸쳐 진행 중이다.
이날 정재영 교수(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 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한국사회의 변동과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미래 한국교회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기독교의 현실과 전망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가 선교연구지 IBMR(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를 통해 발표한 ‘2010년 세계종교인구 및 세계선교 연례 통계’에 의하면, 세계 기독교인은 22억9245만 명이며 무슬림 15억4944만 명, 힌두교인 9억4850만 명, 무종교인 6억3985만 명, 중국종교(도교) 추종자 4억6873만 명 순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어 “지구촌이 100명의 마을이라면 33명은 기독교인, 22명은 무슬림, 14명은 힌두교인 인 셈이다. 기독교 안에는 가톨릭 11억 5562만 명과 개신교 7억 8847만 명, 독립교회 4억 1931만 명, 정교회 2억 7444만 명, 성공회 8678만 명, 기타 기독교 3491만 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여기서 독립교회란 다른 종파에서 분리된 교회나 외국인 선교사 등에 의해 시작되지 않은 토착교회를 뜻한다. 따라서 기독교를 세분해 나눈다면, 이슬람교가 세계 최대종교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의 기독교인 증가율은 이슬람교는 물론 시크교와 힌두교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계인구 대비 기독교인의 비율도 낮아져, 정체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독교인의 비율이 100년 사이에 대륙별로 커다란 변화가 있어 왔다는 점이다”며 “유럽의 경우는 94.5%에서 76.8%로 크게 감소했고, 북아메리카도 96.6%에서 84.2%로 감소했으며 라틴아메리카는 95.2%에서 92.7%로 약간 감소했다. 유럽 교회의 쇠퇴를 대표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2000년에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 44%가 무종교라고 답했고, 이것은 1993년의 31%에서 더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 중에는 3분의 2가 무종교라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독교인 수의 감소를 전적인 세속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비교적 세속화한 나라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신앙을 가지고 있고, 교회는 안 나가도 하나님은 믿고 있으며 대다수는 확신은 없어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여긴다”며 “제도로서의 종교가 쇠퇴한 뒤에도 한 세대 종교는 기독교가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30~40년 뒤의 상황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정 교수는 “기독교 교세에서 특징적인 것은 오순절 계통의 성령강림교회들이 급성장했다는 점이다”며 “이 계통에 속하는 교인의 수는 1900년 98만 명에서 2000년에는 5억 2천만 명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물론 이 숫자 가운데에는 개신교의 여러 교파와 가톨릭교회의 교인 숫자도 포함되어 있다. 개신교 가운데서는 장로교 계통의 교인 수가 가장 많은 7,500만 명이고, 다음으로는 성공회가 7,300만 명, 침례교와 감리교가 각각 7,000만 명, 루터교 6,500만 명 순이다”고 했다.
이어 “세계 교회에서 성령강림운동의 강세는 한국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인의 종교성은 전통적으로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열광주의, 부흥운동, 성령강림운동이 크게 호응을 받고 있는 것도 한국인의 감정적인 문화적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 종교문화의 현세적 공리주의 성향은 성령강림운동이 한국 교회에서 급성장할 수 있는 풍토를 제공한다”며 “지난 10~20년 사이에 일부 선교 단체를 중심으로 성령 체험과 성령 은사를 강조하는 성령강림운동이 강하게 일었고, 이것이 많은 교회에 영향을 미쳐 최근에는 엄숙주의를 전통으로 하는 장로교회 예배에서 조차 이러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를 구하는 것 자체는 성경적임에 틀림이 없으나, 지나치게 감성만을 강조하고 신비를 추구하거나 현세에서의 복을 비는 신앙 행태는 본래 기독교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며 “또한 영성이 봉사 및 지원 활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영성이 우리 사회의 도전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른바 ‘수도원식 영성’으로 개인의 사사로운 공간 속으로 깊이 은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사회에 반하는 사사로운 경건은 성서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다”며 “성숙한 기독교인의 관심은 마땅히 공공의 관심으로 바뀌고 공동체의 삶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최근 한국 교계에 새로운 유형의 교회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특별한 사역에 특화된 교회, 전통적인 교회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영역으로 교회의 사역을 확장하고 있는 교회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며 “먼저는 ‘문화사역에 초점을 맞추는 교회’”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는 교회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과 새로운 교회문화를 만들어 내려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최근 대형교회의 성공은 기독교 청년문화와 교회성장담론이 함께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은 청년들을 전도하기 위해, 적어도 기존의 교회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감각적이고 세련되어 보이는 대중문화의 코드를 교회 안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이러한 문화중심적인 특징은 이머징 교회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이버 교회”라며 “좁게는 목회적 또는 선교적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온라인상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는 데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에 대한 관심은 거의 모든 교회와 교인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이버 교회는 단순히 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성도들이 신앙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목사와 사이버 교인이 존재한다. 즉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이들이 조직한 모임을 의미한다”며 “한국에서 사이버 교회는 90년대 말에 등장해 2000년대 초에 이에 대한 논쟁들도 있었다. 사이버 교회를 옹호하는 이들은, 미래를 지배하게 될 하나님의 신앙공동체는 가시적 교회에서 비가시적 교회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신앙공동체를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평신도교회이다. 흔히 신학대학을 나오지 않은 순수한 평신도들만 구성된 교회를 의미하는 평신도 교회는 말 그대로 평신도 집단이 교회 운영에 전면적으로 개입을 하고, 교회 조직의 중심에 서게 되는 교회를 지칭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형제교회나, 지방교회 등 평신도교회와 같은 구조를 가진 교회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이제는 상당수의 교회들이 세워졌다. 이러한 평신도 교회의 등장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으나, 갈수록 많은 교회들이 민주적인 교회 운영, 개방적인 의사소통 구조로의 전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교회의 정체성이 평신도 교회인지 아닌지를 묻기보다는, 평신도의 참여도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라며 “다만 평신도의 사역을 위해서는 평신도의 역량 개발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넷째는 다문화 교회이다. 다문화 사역의 전문가인 조지 얀시는 다문화 교회는 외형 면에서 한민족 집단이 교회 전체 출석 교인의 80%를 넘지 않는 교회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한국교회 역시 다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보수진영 내부에서 사회참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소수자의 인권, 시민권,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라는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정과 교육이라는 보수 기독교 친화적인 주제와 엮이면서 다수의 교인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선교의 측면에서,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타문화, 타종교를 가진 이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게 되어 새로운 선교적 이슈와도 결합하게 된다”며 “외국인들을 한국에서 개종시키고 교육시켜서 재이주를 하게 될 때 현지인 선교사로 파송하는 전략이 사용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교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다가 예배 처소도 변하고 있어 전통적인 형태의 교회당이 아닌 학교나 시민단체 강당뿐만 아니라 카페, 레스토랑, 심지어는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며 “이러한 모습이 기존의 관점에서 보면 교회가 변질되고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단지 교회가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교회 운동은 일종의 ‘한국형 이머징 처치’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들리고 있다”며 “젊은이들은 한 사회 안에서 언제나 기성세대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회의 변화를 가장 첨단에서 수용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은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미래 사회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본질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항상 역사 형태로 나타난다는 한스 큉의 말대로, 교회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세대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갱신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교회 조직은 보다 탄력 있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며 “교회 구성원은 보다 주체성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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