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봉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가 지난 9일 소망교회 ‘화요 조찬성경공부’ 시간에서 ‘교회됨의 비일상성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는 한국교회에 ‘예배 없는 교회’ 또는 ‘교회 없는 예배’라는 초유의 상황을 가져왔다”며 “우리가 좋든지 싫든지 준비가 되었든지 안 되었든지 이번 사태로 예배를 비롯한 교회의 모임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급전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교회를 가지 않고 주일을 지킨다는 것은 한 때 이단시 되었던 무교회주의자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 탈교회성을 주장하는 기술만능주의자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며 “주일에 교회 가지 않고 가정이나 홀로 온라인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이런 혼란의 때에 교회가 교회될 수 있는 본래성은 무엇이며, 교회가 지켜야 할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게 된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했다”며 “성경은 교회를 조직이나 제도, 기관이라고 말하지 않고 몸이라고 했다. 몸은 기계가 아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기계는 부품을 교체하거나 해체 하지만, 몸은 연결된 한 덩어리로 서로 살아있는 세포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또 “교회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연결되어 있는 생명유기체이다”며 “그런데 주목할 것은 몸은 몸이지만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이다. 몸은 머리가 규정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오늘 그분의 몸인 교회를 통해서 다시금 세상 가운데 성육신하여 계시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교회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타의 조직이나 모임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령한 모임이다”며 “미국 예일대 조직신학 교수인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는 ‘교회는 삼위일체적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히 교리가 아닌 교회 존재 방식에 대한 고백이다. 교회는 단순한 제도적, 조직적 관계 이상의 실제적인 만남을 이루는 한 몸의 공동체라는 뜻이다. 교회는 세상의 모임과는 질적으로 다른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 몸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사랑은 성도들로 함께 만나고 연합하게 한다”며 “초기 그리스도인들과 종교개혁자들은 교회를 가리켜 ‘성도의 교제’로 이해했다.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서에서 ‘교회는 말씀으로 역사하는 성령이 만들어가는 교제의 공동체’라고 말했으며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는 보이는 교회와 함께 보이지 않는 교회를 말했다. 여기서 ‘보이는 교회’는 건물과 제도, 조직 등과 같은 실체들도 포함하나, 보다 정확하게 그것은 신자들의 사회적 행위, 곧 모이고 헤어지는 구체적인 회집을 뜻한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교회가 신자들의 구체적인 모임이 되지 않고서는 세상 가운데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교회의 진면목과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교회가 건물이나 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회집의 행위가 없다면 보이는 교회로서의 역사적인 교회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성도의 구체적인 회합과 모임이 없는 ‘보이지 않는 교회’를 강조하게 될 때 그것은 자칫 교회의 가시적 역사성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교회론의 이단인 ‘교회론적 가현설’로 발전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본 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는 하나님의 사랑의 활동성의 관해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로 다른 사람들을 향하게 하고, 분리된 사람들을 모으고, 나와 남의 벽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속하며, 함께 만나고 사귀게 하고, 교제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의지를 북돋우는 힘이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역사의 부분마다 해체와 소멸의 위기를 맞이해야 했다”며 “그러나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 안에서 신자들의 회합의 모임인 교회를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생명력으로 세상 가운데 일으키셨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의 활동성은 말씀으로 발생하며 그 말씀이 활동하는 장이 바로 예배이다”며 “하나님의 사랑을 활동하게 하는 말씀은 흩어진 성도들을 불러 모아 결속시킨다. 성도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그들을 결속시키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고 예배를 통한 성도들의 결속은 더욱 강화된다”고 했다.
그는 “이는 우리에게 교회에 대한 바른 표현을 제공한다”며 “말씀으로 활동하는 하나님의 사랑은 성도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로 실제적 공동체가 되게 하며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은 소멸치 않고 성도들을 계속해서 교회로 세운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의 모이려는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의 말씀, 그 스스로가 교회를 성도들의 구체적인 회합의 모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교회는 예배하는 현장을 통해 하나님의 생동하는 말씀을 경험하고 그것을 현재화한다”며 “하나님은 분명히 우리를 일대일로 독대하신다. 그러나 동시에 흩어져 있는 양들을 부르는 목자이다. 그리고 그의 자녀들을 한대 부르시고 그들이 한대 모인 곳에서 함께 만나기를 더 기뻐하신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를 통해 알게 되는 예배에 대한 또 다른 진실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한 비대면 예배는 정보전달이나 소통에는 효율적이고 편리하지만 현장성을 지닌 예배에는 맞지 않다는 점”이라며 “예배는 우리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읽어내고 또 다른 영상을 찾아 가듯이 하나님이라는 정보를 공유하고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예배는 성령의 역사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역동적이며 생동하는 현장의 사건이다. 그럼으로 디지털 영상이나 가상의 현실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도가 함께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비대면 온라인이나 원격방식의 예배는 재난상황에 불가피하게 취하는 교회의 비일상적이며 임시적인 방편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므로 속히 교회됨의 일상성이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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