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사회학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가 11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서울 영등포구 도림감리교회에서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지난 4일 첫 시간에 이어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됐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마지막 세미나인 7월 2일은 오후 5시), 5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정재영 교수(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 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공공성과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2016년 말에 발표된 인구센서스 결과 개신교가 우리나라 1위 종교로 등극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의아한 결과”라며 “그 이유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등 주요 교단 통계에서 교인 수는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로 보고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공식 통계조사에서 개신교가 대표종교로 나온 것은 기뻐할 일이나 단순히 교인 수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라며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라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래 초기 한국교회는 비록 그 수가 적고 교인 수도 적었지만, 남녀와 신분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며 사회를 앞서 나가는 선구적인 역할을 감당했다”며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스러운 종교의 영역마저도 세속 가치에 매몰되어 교회에 대한 평가를 양과 수의 측면에서만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 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진리를 선포하고, 상대방을 단순히 전도 대상자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절대 진리를 수호하는 입장에서는 전도의 대상자와 타협하기 어려우며, 도덕적 우월감으로 상대를 낮잡아보기 쉽다. 이렇게 자신의 집단 안에 매몰된 사람은 더 넓은 사회의 지평을 바라보지 못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위해 나름대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는 더 나빠진다”며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가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결국 이것은 한국 개신교가 더 이상 기존의 성장주의 패러다임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회신뢰도 조사를 포함하여 많은 관련 조사에서 개신교가 공신력을 잃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일련의 일들에서 볼 때 개신교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하나의 이익집단과 같이 여겨진다”며 “실제로 한국교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매우 커다란 사건과 이슈들에 연루됐다. 종교개혁 5백 주년이 무색할 만큼 한국교회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 교계에서 공공성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서구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고, 국내 학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공공신학, 공적신앙, 교회의 공적인 책임을 외치며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공공신학’이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신학은 당연히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사사로운 신학(private theology)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굳이 ‘공공’이라는 말을 붙여서 강조하는 것은 그동안에 신학이 당연히 강조해야 할 공공성을 소홀이 여겨 왔다는 반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공공신학이나 교회의 공공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흔히 교회에 대하여 ‘공동체’라는 말을 사용한다. 신앙공동체, 예배공동체, 증인공동체 등 자주 듣는 표현이 바로 ‘공동체’라는 말”이라며 “공동체가 외부와는 단절된 채, 안으로의 결속에만 집중한다면, 일종의 동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는 ‘끼리끼리’의 집단으로 전락하고 변질될 것이다. 곧 공공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이 공동체는 게토화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 훈련된 기독교인이라면 교회 밖에서도 일반인들과는 다른 도덕성, 곧 더 엄격한 도덕 기준에 따라 일반인들의 삶의 양식과는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사회를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야 할 삶의 무대로 여기며 자신의 신앙을 공공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독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독교 시민으로서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며 “또한 하나의 조직으로서의 교회 역시 공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우리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인 기독교인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사회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은 사회 각 영역에서 기독교인다운 삶을 살아야하고, 기독교 시민의식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조직으로서의 교회 역시 사회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먼저 교회 스스로 공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제도화 및 관료제화와 함께 효율을 강조하며 무시해왔던 의사소통의 구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진정한 공동체는 모든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속도는 더디더라도 공동의 의식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주요한 사안들을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또한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이익과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럴 때에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게 된다”며 “사회로부터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