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사회학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가 4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신학엔진 ‘아레오바고’(서울 영등포구 도림감리교회)에서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됐다. 이 세미나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5주간에 걸쳐 진행되며 마지막 주인 7월 2일 강의만 오후 5시부터 진행된다.
이날 정재영 교수(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 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종교와 사회학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과학은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엄정한 가치중립의 관점에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기본요건이 된다”며 “가치중립의 태도란 연구자의 가치판단 곧 연구자가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과 관계없이 현상이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태도를 뜻한다. 그리고 객관성은 자기 주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실을 기술하거나 설명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사회학의 관점에서 교회와 신앙생활을 바라본다면, 모호한 언설로 표현되던 부분이 보다 명확해지고 우리 자신과 교회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는 교회에 대해서 말할 때 교회는 영적인 영역이고 세상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특수한 공간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교회 역시 여러 사회단체 중의 하나이고 그런 점에서 일반 사회단체와 공통되는 특성을 지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과학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이며 과학의 방법으로 설명할 때, 보다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으므로 가능한대로 과학의 방법을 활용하여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떠한 과학의 방법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 영역은 사회과학이 건드릴 수 없는 신학의 영역이 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사회학은 객관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학 관점의 설명에 기대다 보면 하나님의 섭리가 약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어떤 현상을 객관성 있게 설명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능력이 약화되거나 신앙이 약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병에 걸렸을 때 기도에만 의지하지 않고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는다고 해서 신앙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보면 자기분야에서 전문가이며 권위자로 인정받는 사람조차도 신앙에 대해서는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며 “또 그러한 사람이 이른바 ‘신앙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신앙은 의심이 아니라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덮어놓고’ 믿기보다는 이성으로 따지며 ‘깊이 상고’하는 태도로 신앙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결코 신앙에 반(反)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학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회학의 관점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 신앙은 절대 진리를 믿기 때문에 도덕적 우월감을 갖기 쉬우며, 배타성이 강하여 심지어는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한 태도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며, 사회와 소통할 가능성을 없애버려 교회를 게토(ghetto)화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있고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종교 신념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종교 신념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강요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상대방을 존중해야 우리도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독교 신앙이 사회학을 만날 때 우리의 신앙은 보다 폭넓은 보편성과 합리성을 갖추게 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를 영접한 이후의 삶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리스도를 시인하고 영접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그리고 일생을 통하여 끊임없이 수행하고 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는 ‘전도 폭발’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들여오는 데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는데 비해 전도되어 온 사람들을 어떻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게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과 프로그램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라며 “교회 교육 프로그램들은 초신자에게 필요한 ‘구원의 확신’ 과정이나 기껏해야 중급수준의 내용을 쳇바퀴 돌리듯 돌리고 있으며 그나마도 주로 개인 경건생활이나 교회에서 봉사하는 법을 안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구원의 확신을 통한 회심은 단순히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적인 변화와 세계관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회심은 일차로 한 개인의 인성 안에서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그의 세계관과 가치관,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침으로 인해 종국에는 사회의 변화를 지향하는 대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한 개인이 회심함으로 인해, 자녀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교육의 방법, 자본의 축적과 기업 활동에 기여하는 경제적 행동과 판단,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변화가 온다면, 이러한 변화는 결국 사회 제도나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독실한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일에 매여서 교회 밖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 열심인 사람은 사회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이 없고, 오히려 분리주의자나 배타주의자와 같은 태도를 갖게 되고 만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 미국 윌로우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가 자체적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십일조를 하고 전도를 하고 봉사를 하는 영적인 활동과 하나님과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영적 성숙함은 궤를 같이하지 않았다’며 반성한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앙생활은 교회 안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직업 활동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해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특히 평신도들은 세상에 대하여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므로 우리사회의각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권면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는 구원의 확신을 갖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서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어야 한다”며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러한 점에 천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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