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가 지난달 30일 ‘상상력으로 열리는 영성’이라는 주제로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느낀 것에 대한 감탄을 쏟아 낸다”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상상력이 꿈틀거리고 있는 동안 성장은 계속된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가면 상상력이 서서히 죽어간다”며 “눈앞의 현실에 쫓겨 살다 보면 냉혹한 현실주의자가 된다. 눈앞의 이익과 당장의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다 보면 삶은 곧 지루해진다. 나이가 들면 온몸이 굳어진다. 뚜렷한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고 객관적 평가 능력이 떨어진다. 갈수록 뇌의 사용면적이 좁아지고 마침내 폐쇄된 자 안에 갇혀 주변 환경으로부터 고립되어 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호기심이 줄어들면 학습의 열기는 현저히 떨어진다”며 “세상에 낯선 것들이 없어지고 진부해진 환경에 둘러싸이게 된다. 가슴 떨리는 현상이 없어지고 삶의 흥겨움이 현저히 퇴보하고 만다”고 했다.
또 “신앙생활이 메말라진다. 기도생활이 공회전을 하고 기도를 주문처럼 외우다 끝나고 있다”며 “사용하던 언어가 하나둘 잊혀져가고, 새로운 언어는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 순간부터 영적 세계는 무덤덤해지고 영적 피곤함이 쌓인다. 익숙해진 종교생활에는 경이로움이 없다. 영적 호기심이 없는 식상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냉기가 흐른다”고 했다.
이 목사는 “신앙의 세계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영적 신비로움에 다가가는 구도자의 태도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피조 세계는 최고의 장인이신 하나님의 작품 전시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유심히 드려다 보면 경이롭다”고 했다.
그리고 “온 세상에는 생명력이 발산되고 있다”며 “길가에 작은 꽃 하나에도 우주의 신비가 숨어있다. 땅을 뚫고 나오는 약초들과 야생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는다. 생명은 정지되어 있지 않고 매 순간 변한다. 잠시만 눈을 돌렸다가 다시 바라보아도 낯선 얼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님은 사물의 하나하나에서 경이로움을 찾아내시며, 평범한 것 안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계셨다”며 “생명의 경이를 대하는 일은 언제나 새롭다. 고개를 돌리거나 지루할 겨를이 없다. 땅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도시는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그곳에서는 영혼의 메마름, 삶의 경박성을 피할 수 없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도시의 하늘에서는 별들을 볼 수 없다. 공장들이 만들어낸 신상품을 매만지고 있는 아이들은 상상력이 이미 죽어 있다. 전자게임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시를 쓸 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물 안에 숨겨진 비밀 코드는 세밀하고 광대하다. 성경 역시 상상력을 이끌어주는데 최고의 책이다”며 “낯선 대목을 마주치면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무궁한 세계로 이끌릴 수 있다. 성경을 문자로만 읽으면 놓치는 것이 많다.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행간을 읽어야 한다. 오감을 활짝 열어야 한다. 비에 옷이 젖듯이 말씀에 흠뻑 저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삶이 무미건조한 것은 상상력의 부재 때문이다”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역사는 주로 잔혹사다. 생명과 거리가 먼 을씨년스러운 세상이다”고 부연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어두운 곳에 생명으로 채워 넣으시는 분이다”며 “하나님과 연결된 곳은 생명의 냄새가 약동한다. 죽은 자도 살아난다. 하나님은 구원을 이루시는 열정으로 가득하신 분이다. 부활은 하나님의 주된 능력이다. 생명의 경이를 드러내는 기적은 하나님에게 일상적이다. 하나님을 과학으로는 증명 불가이지만 상상력의 날개를 펴면 신비롭고 경이로움의 극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성경을 묵상하며 기도하다 보면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한다”며 “피조물이나 성경을 대할 때마다 하나님에 대한 궁금증은 늘어난다.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말씀 앞에 머물러 있으면 어느 순간 말씀의 흡입력에 빨려 들어가고 만다.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에 너무 집중하면 신앙은 얼마 못 가서 위기를 맞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금만 더 천천히 눈을 열어 주목하면 새로운 세계가 다가온다”며 “목적지보다 길 위에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영적 민감성과 그 너머를 보려는 상상력이 신앙의 꽃을 피운다. 신앙이 바닥이 나 있다면 상상력의 부재일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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