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학아카데미가 25일 서울 남분순환로 서향교회에서 ‘일의 신학과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3월 16일 처음으로 열린 후 매월 두 차례 진행됐으며, 이날이 마지막 시간이었다. 조영호 교수(안양대)가 ‘4차 산업혁명과 노동윤리’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이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삶의 조건에 대한 문제”라며 “만약 우리가 인간을 노동하는 인간, 즉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로 정의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일하는 인간의 노동에 대한 물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노동 종말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노동 시장과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노동 없는 사회’를 창조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단화 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 안전망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가 이해해 온 노동 윤리가 여전히 유효한가, 혹은 유효할 것인가를 질문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일어날 일자리의 변화 및 감소 그리고 실업의 증가로 노동하는 인간 호모 라보란스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 위기 앞에서 어떤 이들은 기존의 노동에 대한 신학적 패러다임, 즉 전통적 노동 이해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은 자동화 디지털화로 인한 구조적 일자리의 감소와 기술적 실업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며 “반면에 근대적 노동 중심적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놀이나 관조적 사유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보려는 입장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견해는 안정적인 생계유지와 같은 물질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이 지니고 있는 인간의 자기실현 가능성을 숙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일자리의 변화로 ‘고용 없는 성장’을 극대화 할 것”이라며 “노동 없는 성장이 가능한 노동 없는 사회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확대하고 악화시킬 것이다. 동시에 일자리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 시장의 불안정은 단순히 불평등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위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노동은 인간의 인간성과 자아실현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노동은 공동체성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 두 가지는 노동 없는 시대에도 여전히 지속할 노동에 새로운 이해를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동은 물질적 차원도 있지만, 인격적 차원도 있다”며 “노동의 공동체성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복지 시스템을 새롭게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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