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 전염 막는 것처럼
디지털 공간 'SNS 거리두기'로 인포데믹 막아야
가짜뉴스 식별로 미디어 이해하는 능력 키웠다면
누군가 잘못된 정보 진단‧고치는 팩트 체킹해야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규제 방안 정책 토론 필요
독일, 조작 정보가 안보 저해‧환경 파괴하면 벌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과 후유증, 원인과 예방법, 치료법 등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직간접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예로 '소독용 알코올을 마시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로 이란에서는 최근 2개월간 5천여 명이 소독용 알코올을 마시고, 이중 500여 명이 사망했다. 또한 '중국 우한은 중국 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의 테스트베드로, 5G에 노출돼 사람들의 면역체계가 약해진 것이 코로나19의 발병 배경이 됐다'는 근거 없는 정보로 영국 등 유럽에서 5G 기지국들이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
이처럼 무분별한 정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회와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는 인포데믹(Infodemic, 정보 information+유행병 epidemic의 합성어, 거짓정보 전염병)의 발생 배경과 원인,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 또 이러한 가짜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교회는 미디어 영역에서 어떻게 변혁을 준비해야 할까.
최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진행된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변혁팀(담당 허종학 장로)의 '변혁 워크숍'에서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인포데믹 시대, 미디어 변혁의 방향성'을 주제로 강연한 마동훈 교수는 "믿기 힘든 뉴스를 쉽게 믿게 되는 이유는 우리의 중심되는 생각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며 "만일 성경적 세계관이 없다면 우리 주위의 다양한 삶의 양식과 문화, 세계관에서 중심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중심되는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는 믿기 힘든 뉴스를 쉽게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인포데믹의 3불(不) 숙주(宿主, host)가 있다?
마 교수는 인포데믹을 불러오는 우리 안의 세 가지 3불 숙주로 '불확실성' '불안' '불신'을 꼽았다. "앞으로 가는 길이 확연하게 보이면 확실성의 영역이지만, 캄캄한 밤에 불도 없이 골목길을 빠져나가야 한다면 불확실성의 영역이 된다"며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한 정보에 대한 인식체계는 곧 우리 정서에서 '불안'을 일으키고, 불안이 생기면서 형성되는 태도가 '불신'"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3불 숙주로 인해 생겨난 인포데믹이 '확증 편향'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거짓말임에도 믿고 싶은 정보는 따라가고, 따라가기 힘든 진실에는 등을 돌리는 식이다. 확증 편향과 같은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인포데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포데믹의 발생 배경과 'SNS 거리두기'의 필요성
마동훈 교수는 인포데믹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높은 도시화율과 스마트폰, 인터넷, SNS의 보급 확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위아소셜, 훗스위트가 2020년 1월 발표한 통계를 인용해 "디지털 미디어 활용과 굉장히 밀접한 전 지구의 도시화율은 약 55%에 이르며,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약 67%, 적극적인 인터넷 사용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0%, 적극적인 SNS 사용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9%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시청 경험 플랫폼 1위는 유튜브로, 2019년 12월 현재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95%가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고 최소 5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올리고 있다. 유튜브에는 1분 동안 전 세계에서 300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으며, 하루에 업로드된 콘텐츠를 보려면 50년이 걸릴 정도다.
마 교수는 인포데믹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으로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제시하는 '가짜뉴스 식별 방식'을 소개했다. 곧 ①정보원을 확인하고(뉴스 사이트 목적이나 연락처 등 확인) ②본문을 읽어보고(관심을 끌기 위한 선동적 제목일 수 있으니 전체 내용 읽기) ③저자를 확인하고 ④근거 정보가 확실한지 확인하고(관련 내용을 읽고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 ⑤농담이 아닌지 확인하고 ⑥나의 선입견은 아닌지 점검하고 ⑦전문가에게 물어보고 ⑧공유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면(먼저 확인하지 않은 정보는 공유하지 않기) 대부분의 인포데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어 코로나19 전염을 막는 것처럼, 가짜뉴스 식별 방법을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도 'SNS 거리두기'로 인포데믹을 방지할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마스크를 하지 않고 길에 다니고 옆 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고 붙어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공동체의 오피니언 리더일수록 SNS 등에서 정확한 정보가 아닌, 많은 정보를 나눠주는 것이 오피니언 리더의 하나의 지표같이 인식되는 현상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변혁의 방향성
마동훈 교수는 미디어 변혁의 세 가지 방향성으로 '미디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Media Literacy)' '팩트 체킹(Fact Checking)' '통합 지식 플랫폼(Integrated Knowledge Platform)'을 제안했다.
그는 "첫 번째로 가짜뉴스 식별을 위한 노력이 '미디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두 번째로 누군가는 나서서 잘못된 정보를 진단하고 고쳐주는 역할을 하는 '팩트 체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팩트 체킹은 해외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대학 연구소, 언론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과 규제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 여론 반영을 통해 의회에서 정책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 교수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소수민족 및 소수종교에 대한 편견 조작, IS(이슬람국가) 같은 폭력적 집단의 테러 합리화 및 조장 등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가짜뉴스나 누군가가 조작한 정보(infomation manipulation)로 유럽 국가의 안보를 저해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아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인종·종교별 박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페이스북에서 조작된 정보를 유통하여 사회, 국가에 폐해를 끼쳤다면 법원이 판단해 최대 약 5,000만 유로(약 662억 원)까지 페이스북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잘못된 정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미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규제 방안을 매우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디어 기술은 가장 발달되어 있으면서도 규제 방안에서는 가장 뒤처져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마동훈 교수는 DJ 추앙(Chuang), 이시카(Isika) 등 미디어 전문가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미디어 기술을 통한 '통합 지식 플랫폼'이 앞으로 교회의 미디어 변혁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먼저 구글이 소유하는 유튜브적 아이디어에 올라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떻게 교회가 사회에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튜버들보다 더 창의적으로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창의적 스토리텔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예로 △사이트앤사운드(Sight & Sound)의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뮤지컬 공연 및 뮤지컬 영화 상영 △원호프 한국지부와 미래목회포럼, 4/14윈도우한국연합의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인 '리드 투데이'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Over The Top)와 개별 콘텐츠 제작자 사이를 중개하는 에이전트인 MCN(Multi-Channel Network)을 통해 통합 지식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 등을 들었다. 마 교수는 "OTT와 MCN의 중요한 역할은 양질의 콘텐츠를 보증해서 유통시키는 것"이라며 "대형교회가 성경적 세계관의 통합지식플랫폼을 구축해 이런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동훈 교수는 이어 "유튜브의 흐름에 올라탔으면 따라잡아야 한다. 크리스천 공동체가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고, 방문했을 때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 미디어 산업이 아침에 미디어 업체가 원하는 내용을 신문이나 포털에 담아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빠르고 가장 편리하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뉴욕타임스가 버라이즌과 5G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도 어떻게 스마트하고 매력적으로 정보의 집적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전 세계를 향한 크리스천과 교회의 메시지는 유튜브를 따라잡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공간에서 통합적 지식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통합적 지식 플랫폼에서는 '복음'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전달되어야 하고 '세계선교 동향'에 대해서도 명확히 전달돼야 하며 '성경 말씀 해석'에 대한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고, 좋아하는 '목회자의 설교'나 '찬송가'를 들을 수 있고 '이단 식별 도구'가 있으며, '크리스천 라이프의 모든 지식과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적 세계관과 미디어 변혁
마동훈 교수는 마지막으로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교회나 크리스천 공동체가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미디어 변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 교수는 "하나님은 창조주이시자 심판자이시며 구세주이시다"며 "하나님은 사단이 우리에게 판데믹, 인포데믹 등과 같은 어려움을 주는 것을 허락하시지만 모든 것은 심판자이신 하나님의 주관 아래 있으며, 심판 받아 마땅한 우리는 구세주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은혜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미디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고, 팩트 체킹을 하면서 인포데믹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한다"며 "교회나 크리스천 공동체가 의혹을 받거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외부의 뉴스와 정보에 의해 오해의 소지가 생길 때, 오해의 소지의 근본은 무엇인지 교단이나 교회, 크리스천 공동체에서 누군가는 크리스천 사회에 대한 가짜뉴스를 바로 잡고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 미디어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더 창의적이고 매력적이며 스마트한 '통합 지식 플랫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마 교수는 "결국 미래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온도계가 아니라 온도조절계라는 한 목회자의 비유처럼, 변혁의 방향은 온도계가 아닌 온도조절계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허종학 장로는 "크리스천으로서 가짜뉴스, 분노를 표출하는 원색적인 댓글 문화 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현실적이며 시대적 요청에 맞춘 미디어 변혁 워크숍을 기획하고자 했다"며 "미디어 전문가인 마동훈 교수님께서 시의적절한 깊은 연구 결과를 나누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치 중립적인 미디어가 사탄의 미혹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가 문화의 7대 영역에서 구현되는 데 귀하게 쓰임받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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