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독교 에세이 작가로 활동한 고(故)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책 '다시, 성경으로'가 발간됐다.
그녀는 신문기자였다가 SNS에 업로드한 신앙적 단상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기독교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확신에 찬 신앙에서 의심을 수용하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신앙을 풀다', 성경적 생활 방식을 문자 그대로 실천한 실험의 기록인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등을 펴낸 바 있다.
작년, 독감 치료 중 부작용으로 37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유작이 된 이번 책에서 그녀는 현대를 살아갔던 한 평범한 평신도의 성경 읽기 여정을 보여준다.
유년 시절 그녀는 성경의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다. 1980~90년대 복음주의 문화는 성경을 주제로 한 책과 비디오를 홍수처럼 쏟아냈고, 그 속에서 그녀는 갖가지 디즈니 캐릭터들이 모세, 미리암, 아브라함 같은 성경 인물들과 함께 끝없는 퍼레이드를 벌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잠언을 암송하고 시편을 노래했으며, 새총 하나로 거인을 쓰러뜨린 이야기나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한 기적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믿었다. 누군가 '성경은 가짜야!'라고 말하면 언제든 반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춘기 때도 성경은 '소중한 책'이었다. 친구 문제, 이성 문제, 학업 등 온갖 고민이 생길 때마다 성경에서 답을 구했다. 자연스럽게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기독교 대학에 입학했다. 모든 학문을 '성경적 세계관'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 그 대학의 슬로건이었다.
하지만 20대 중반에 들어, 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성경적'이라고 배웠던 것들, 가령 지구의 나이가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젊은 지구 창조론'이라든지, 교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제한되어야 한다든지, 불신자들은 모두 지옥에 간다든지 하는 견해들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성경을 파헤쳐도 답은 나오지 않고 의문만 더해갔다. '적군은 아예 씨를 말리고 포로로 잡은 여성은 노예로 삼아도 된다고 말하는 신명기를 보면서, 어떻게 성경이 다른 종교의 경전보다 도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후로 몇 년 동안 그녀는 믿음에서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차갑게 식은 신앙을 가지고 뜨겁게 신앙하는 사람들에게 핀잔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다양한 학자들의 글을 접하고, 성경을 바라보는 여러 전통을 이해하면서 "성경은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의 성경 해석법은 그녀에게 "성경은 본질적으로 씨름하고 의심하며 토론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실천적 신학은 "성경 이야기가 정의의 문제를 상기시킴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친구이자 멘토인 구약학자 피터 엔즈의 조언에 따라 성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자 성경은 당혹스럽고 놀라게 할지언정 '살아 숨쉬는' 텍스트로 다가오게 되었다. 에반스는 성경이 정말로 살아 있는 책이 되려면, "하나님의 위대한 서사시와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성경은 우리에게 주저 없이 질문하고 그 질문과 씨름하는 모험에 자신을 던지라고 요청한다"고 말한다.
성경과 엎치락덮치락하던 나날을 지나, 그녀는 밤마다 아기에게 시편 121편을 노래로 불러주게 되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그 위엄에 압도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성경을 읽고 또 읽다 보면 바람 불어오듯 어느샌가 영감에 마주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감이 깃들인 책이기에,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엄격한 문자주의나 지나친 자유주의는 지양하되, 논쟁하고 토론하며 자유롭게 성경을 읽어보자고 권한다.
다시, 성경으로 ㅣ 레이첼 헬드 에반스 저, 칸앤메리 역, ㅣ 바람이불어오는곳 ㅣ 404쪽 ㅣ 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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