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의 사전투표율이 26.69%로 높게 나오면서 최종 투표율이 최대 7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대체로 보수적 성향을 보여왔던 기독교계의 ‘표심’이 어떤 힘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이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에게서 이른바 ‘체제 전(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많은 기독교인들이 4.15 총선을 통해 지난 약 70년 동안 우리나라가 유지해 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위기의식에서 기독교인들의 표가 대거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14일 투표를 독려하면서 “집이란 무너지면 다시 지으면 된다. 그래서 너와 나, 우리는 그 무너진 집을 다시 지었다. 그런데 이제는 집이 아니라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면 우리나라는 사회주의나 공산사회로 넘어갈 것이 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건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건국 세력의 상당수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이후 대한민국에서 기독교는 국가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그런데 지금 기독교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감지하고 있다. 이는 비단 기독교 안의 보수 진영에만 국한된 인식은 아니며, ‘개혁’ 내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들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들이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현 정권 초기 개헌 논의에서 있었던 ‘자유 삭제 논란’을 비롯해 △정부가 우리 동맹인 미국보다 북한과 중국을 더 가까이 한다는 지적 △또 얼마 전 나라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조국 사태’ △그리고 “이번 총선이 종교 등 분야의 기존 패권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입장 등을 접하면서 ‘사회주의 개헌’ 가능성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특히 이런 점에 민감한 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북한이나 중국도 나름대로 그들의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의 체제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지금이야 말로 기독교인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정당하게 주어진 참정권, 즉 ‘투표’를 해야 할 때라고 많은 목회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한 교계 관계자는 “어쩌면 이번 선거가 우리 스스로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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