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기독교 강요'입니다. 종교개혁의 위대한 지도자, 존 칼빈(John Calvin)이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책입니다. 책 제목 중 '강요'에 해당되는 라틴어 'institutio'는 '교육', '교정'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저는 이 책에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제3권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다룬 부분에서 그러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칼빈은 '도우며 살라'고 합니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 바울이 이야기하듯, 우리는 한 몸이기 때문이지요. 몸의 각 부분이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듯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됩니다. 그러니 돕는 것이 당연합니다. 칼빈은 말하길, 몸의 한 지체가 항상 다른 지체를 위하여 수고하듯이 우리도 우리 가진 것을 타인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칼빈은 돕는다는 '행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도울 때의 '마음'을 점검하게 하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얼핏 보기에는 아주 자비로운 것 같지만, 실상 무슨 일을 베풀 때마다 언제나 상대방을 깔보는 경우를 보게 된다." '깔보는 마음'이라니. 완전히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것 아닌가요? 누군가를 도울 때 우리는 은근히 상대방을 내려봅니다. 드러내놓고는 안 해도 '저 사람이 내 도움을 받은 사람이네, 나는 도움을 준 사람이고' 하면서 우월감을 느끼지요. 저 역시 그랬던 것이 생각났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칼빈은 올바른 구제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우선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바로 그 사람의 입장에 자기를 갖다 놔야 합니다. 그리고선 그 사람의 불행을 마치 자기가 당하는 것처럼 안타깝게 여겨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실한 동정심이 일어나 마치 자기에게 하듯이 그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런 자세로라면, 누군가를 도울 때 멸시하는 태도로 도움의 행위를 망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쉽게 보거나, 그 사람을 내 수하에 함부로 두려고 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또 칼빈은 구제에는 끝이 없다고 말합니다. "한가지 의무를 행했다고 해서 이제 자기는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스로 이웃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여기면서 끝없이 도우라고 말합니다.
도움 받을 사람을 가리지도 말라고 합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칼빈은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우리를 해치고 상하게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을 포용하지 말아야 할 합당한 이유는 없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불안과 공포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강퍅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웃을 향해 마음을 펴보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칼빈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겸손한 구제, 끝없는 구제, 사람을 가리지 않는 구제가 우리의 삶 속에서 조금이라도 실천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글: 정유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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