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창세기 28장에서 형 에서의 보복을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향해 가던 험난한 여정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체험한 야곱의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은 찬송가 364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Nearer My God to Thee)‘은 대표적인 애창 찬송가이다. 찬송가 364장은 돌배게를 베고 잠 같은 고생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꿈에서 보여주신 천성길을 걸어가며 믿음으로 승리한 야곱의 신앙을 표현한 가사와 그 아름다운 선율이 성도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에 오늘도 많은 이들이 은혜받으며 부르고 있다.
찬송가 364장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은 19세기 영국의 여배우이자 시인으로 활동한 사라 플라워 아담스(1805-1848)가 1841년 영국의 에섹스 자택에서 작사했으며, 1600개 이상의 찬송가를 작곡한 미국의 유명한 로웰 메이슨(1792-1872)이 1856년 현재의 선율을 붙여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메이슨은 “어느 날 밤 어둠 속에서 일어난 후 고요함 속에서 이 멜로디가 나에게 들렸다”고 고백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이 곡을 작사한 사라 부인은 1805년 영국 에식스의 할로우(Harlow, Essex)에서 유명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부호 벤저민 플라워(Benjamin Flower)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빼어난 미모에 어릴 때부터 다재다능하여 뭇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던 사라는 영국 모든 무대에서 최고 명성을 지닌 여배우가 되었는데 1834년에는 인기 논객이자 엔지니어인 윌리엄 애덤스(William Bridges Adams)와 결혼해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는 삶의 정점을 찍는다.
사라의 빼어난 미모와 연기력으로 인해 그녀가 출연하는 공연은 언제나 매진되었다. 하지만 3년이 못 가서 곧 갑작스럽게 건강을 잃고 1837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부인 역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말았다. 그녀는 그날 공연 중에 쓰러졌고 그저 과로쯤으로 여겼지만, 기침이 멈추질 않아 병원에 갔더니 악몽이 되살아나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녀가 5살이었을 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셨고, 언니 엘리자베스도 지금 같은 병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였다. 이제 32세밖에 되지 않은 사라에게도 폐결핵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 너무 신경이 쓰였다. 결국, 그녀는 연기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런던에 있는 사우스 플레이스 유니테리안(South Place Unitarian church)에 출석하면서 작가로 돌아선 그녀는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는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 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 대신이었던 하나뿐인 언니마저 폐결핵으로 잃었던 사라는 늘 심리적으로 초조하고 두려워했다. 날마다 자신의 초라해져 가는 외모를 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던 무대에 다시 설 수 없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몸부림치던 사라에게 하나님께서는 1840년 창세기 28장 10-22절을 만나게 하셨다. 고생스러운 환경 가운데 돌베개를 쌓은 야곱을 보게 되었다.
이후로 그녀는 질병으로 육신의 아름다움은 망가졌고 세상의 꿈은 모두 사라졌지만, 자신의 영광을 위한 야망의 성취와는 비교될 수 없이 큰 행복을 주시는 하나님을 더욱 바라보게 되었다. 하나님께 사로잡힌 아담스는 “주님께 가까워지길 원해요”라며 주님께 간곡히 의지하는 시를 썼다. 이 시가 바로 우리들이 즐겨 부르는 찬송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이다. 하지만, 1848년, 사라는 마흔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그녀가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던 하나님의 품으로 떠나가게 되었다.
주님을 가까이하게 함은 십자가를 진 것 같은 고생이다. 주님은 우리의 가는 길이 고생스럽더라도 “좁은 길로 가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우리는 주님 때문에 고난마저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야곱은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야 하는 환경이었지만 하나님의 인도를 깨닫고 감사의 제단을 쌓았다. 우리는 주님의 능력을 힘입어 하늘나라에 이를 때까지 어떠한 험한 길도 헤쳐나가야 한다.
이 찬송에 얽힌 너무도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은 1912년 4월 14일 운명적인 주일 저녁에 일어났다. 그날은 호화로운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대서양 한가운데서 침몰한 날이다. 그 당시 타이타닉은 대서양을 횡단하기 위해 만든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배였다. 이 배는 모든 것이 완벽하여 ‘신조차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불렸다. 사고 당시 배에는 2,340명이 탑승해 있었다. 인명구조를 위한 구명보트가 많지 않아 노약자를 비롯해 711명의 목숨만 간신히 건졌다. 나머지 1,500여 명의 승객은 거의 두 쪽이 난 배의 갑판 위에서 희망을 잃은 채 서 있었다.
그때 영국감리교회 성도인 바이올리니스트 하틀리(Wallace Hartley, 1878-1912) 악장이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곡조를 연주했고 곧 8명의 동료도 그를 따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어 생애 마지막 찬송을 노래했다. 거센 파도가 배를 완전히 삼킬 때까지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은 거룩하고 엄숙하게 죽음을 맞이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다.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 홍인숙의 문학서재 (조성호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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