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2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병)'을 공식 선언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전 세계 171개국에서 활동 중인 2만8천여 한인선교사를 위한 국가별 위기관리위원회 구성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국위기관리재단(KCMS)이 14일 밝혔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앞서 11일 선교단체 대표, 본부장, 세계 각국 한인선교사회 위기관리위원장과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인 위기상황으로 증폭되고 있어 각국 선교사회가 위기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과 비상계획 표준양식 및 코로나19 관련 정보자료를 배포했다.
김진대 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은 "현재 유럽과 중동, 미국,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한인선교사들에게도 큰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특히 제3세계 국가는 전염병에 대한 인식 부족과 생활습관 문제, 경제적 빈곤, 취약한 의료시스템과 정보 공개 불투명 등 전염병에 취약한 사회·문화·종교적 특성들로 인해 전염병의 팬데믹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각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이동 제한 및 공공시설 폐쇄, 국경 통제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탈리아는 전국 이동을 제한하고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을 2주간 일시 폐쇄했다. 필리핀은 인구 1,200만이 넘는 수도 마닐라와 인근 수도권을 15일부터 한 달간 봉쇄한다고 밝혔다. 중동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확진자가 1만 명이 넘은 이란은 북부 이란 지역의 이동을 제한했다.
코로나19 관련 비상계획(CP), 왜 필요한가
비상계획(CP)을 평상시에 수립하는 이유는 위기 발생 시 성급한 판단이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문제를 방지하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비상계획은 위기상황에서 취할 조치와 행동지침 등을 포함한다. 코로나19가 당분간 확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현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한 비상계획 수립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비상계획을 수립할 국가별 위기관리위원회와 지역별, 기관별 위기관리팀 구성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주재국 내 사망자 급증과 사회적 불안 고조, 경제 위기, 항공편 운항 중단과 이동 제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주재국 내 이동과 출입국 통제 등으로 선교사들이 꼼짝없이 갇히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고 더 악화될 경우 소요나 폭동, 그리고 외국인과 선교사들에 대한 혐오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어 한인 선교사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위기관리재단은 2014년 태국에서 동서남아시아 사역자들, 2015년과 2017년 ○○에서 중동 사역자들, 2016년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 사역자들, 2018년 우크라이나에서 동유럽 사역자들, 2019년 페루에서 중남미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3박4일 숙박 프로그램으로 위기관리세미나를 열고 위기관리표준정책 및 지침서를 제공했으며, 국가별·지역별 위기관리 코디네이터와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여 왔다.
재단이 배포한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는 비상계획 표준양식에 따르면, 각국 한인선교사들은 먼저 국가별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평가지침서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WHO와 한국의 정보, 주재국가 및 지역 언론, 한국 공관 등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수집·분석하여 '위기경보 단계'를 설정한 후, 각 위기경보 단계별로 '행동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비상계획 수립 과정에는 반드시 국제법과 주재국 국내법, 단체의 위기관리정책과 지침서, 한국공관의 비상계획과 관련 지침 등을 고려해야만 실제상황에서 작동하게 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개인 보건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물론, 증상이 있을 시 지정 장소에서 검체를 체취하고 보고 체계에 따라 보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확산되고 사회적 불안과 시위, 폭동 등으로 한국 교민이나 선교사들에게 위협이 되어 실제 피해자가 발생하면 위기경보의 단계에서 즉각 '철수 권고'나 '긴급 철수'로 대응할 수 있다. 긴급 대피 시에는 비상계획에 따라 사전에 준비한 개인 비상금으로 이동 목표 국가나 지역으로 교통수단을 통하여 안전하게 철수한다. 이 경우 여권이나 신분증 및 달러 등을 소지하고, 비상 생존물품, 주요 문서와 자료 등을 25kg 내외의 백팩으로 짊어지고 움직여야 한다. 이 외 △편도 항공료 △달러 확보 △가입한 여행자보험 확인 △비상용 가방 꾸리기 △비상연락망 확보 △사역지 시설 관리방안 등도 비상계획 수립 시 염두에 둘 요소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위기정보를 수집·분석, 냉철하게 평가하고, 그에 따른 단계별 행동지침을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비상계획을 치밀하게 잘 준비해야 실제 위기상황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며 "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사태를 계기로 각국 한인선교사들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가동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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