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연구의 권위자 막스 터너(Max Turner)의 신간 『성령과 권능』(원제 'Power from on High')이 발간됐다. 이 책은 사도행전이 성령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면밀히 연구한 뒤, 오늘날 교회가 성령의 은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에 따르면 사도행전은 유대교적 성령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예언의 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록되었다. '예언의 영'에 대한 개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도행전의 기록자 누가는 무엇보다 구약의 요엘서에 나타난 성령에 비추어 '예언의 영'을 이해했다고 그는 본다.
요엘서가 언급하는 성령은 '모든 사람에게 내려지는' 영이다. 또 성령을 통해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노인들은 꿈을 꾸고, 청년들은 환상을 보게' 된다고 한다. 이 요엘서 본문은 사도행전 2장의 베드로의 설교에 직접 인용된 데 이어, 사도행전에 언급된 모든 성령의 행동과도 연관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또 '예언의 영으로서의 성령'은 다양한 은사 - 계시, 지혜, 돌발적인 예언, 송영 등 - 를 제공한다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이해였다며, 성령을 단지 '선교를 위한 능력을 받음'이라고 그 역할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누가복음 24장 49절이 선교를 앞두고 성령을 기다리라고 명령하시는 예수님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도행전 9장 31절의 '성령의 격려'라는 표현, 사도행전 15장 32절의 '예언자들이 성도들을 격려'했다는 기록 등은 성령의 역할이라는 개념에 "적어도 하나님의 백성을 세우는 것까지 충분히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특히 성령의 능력을 '설교의 능력', 또는 '증거나 가르침의 능력'으로 협소화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누가는 증거, 설교, 가르침 뿐 아니라 "지혜와 계시라는 영적 은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교회도 성령과 연관지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행전 6장 3절에서 집사를 선출하면서 그 요건으로 '성령과 지혜'를 제시한 대목이나, 사도행전 11장 28절에서 '성령의 감동을 받아 기근을 예언'한 장면 등이 그 예이다.
기쁨, 찬양과 같이 회중 가운데 널리 나타나는 은사 역시 성령의 은사로 설명될 수 있다. '안디옥의 성도들이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찼다'(사도행전 13장 52절)는 구절이 그렇다고.
이같이 사도행전에 나타난 성령에 대한 이해는, 성령의 능력이 "걸출한 그리스도인에게만 주어진다는" 견해를 반박한다고 막스 터너는 주장한다. 성령은 누구에게나, 다양한 방법으로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령의 보편성이 주는 도전"은, "성령에 대해 누가가 밝히는 '민주화'(democratization)를 허락하기 위한 도전"이라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집약한다.
그는 성령의 보편성이 "성령의 초월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도전의 또 다른 측면"이라면서, 성령의 보편성과 초월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성령의 형식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는 "성직주의화"로 이어지게 되어,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하고, 가르치고, 전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배운 기술에 의존하는 소규모 엘리트"가 되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수동적인 관찰자"에 머무르게 되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도행전의 성령론이 "이와는 아주 다른 것을 기대하게 한다"면서, "예언의 영이 모든 사람에게 부어지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어떤 개인도 회중에게 전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수 있고, 능력 있는 증거 사역을 하기 위해 은사적인 지혜와 능력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령론은 회중에게 활기를 불어놓고, 그들을 "하나님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성령의 보편성을 긍정한다.
저자 막스 터너는 영국의 런던신학교(London School of Theology) 신약학 명예교수로서, 저서로는 '성령과 은사' 등이 있다.
성령과 권능 ㅣ 막스 터너 저, 조영모 역 ㅣ 새물결플러스 ㅣ 734쪽 ㅣ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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