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훈련을 통해 성숙으로의 부름
아브라함은 완성된 자로 선택되고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그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평범한 인물이었다. 성경 자체가 아브라함을 특별나게 소개하지 않은 것도 아브라함의 그런 점을 확인시켜 준다.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카 롯을 대동하고 가나안으로 떠난 것도 아브라함의 순종이 완전한 것이 아님을 지적해 준다. 가나안 땅에 들어와 살면서 아브라함은 여러 가지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기근을 피하여 이집트로 내려간 사건이나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자신의 아내를 누이로 속인 행동 등은 대표적으로 그가 보여준 나약한 모습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완성된 자로 부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을 향하여 훈련받을 자로 부르셨다. 아브라함이 부름을 받았을 때 그는 가능성의 인물일 뿐이었다. 아브라함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는 창세기 내용(12장-25장)은 실제로 아브라함이 시련을 겪으면서 성숙한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동안 정들고 익숙했던 고향과 친척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가 아니라 새 역사를 이룰 인물로 훈련시키기 위한 부름이었다. 훈련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자신과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이다.
아브라함에게 있었던 가능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선택하신 근거는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는 가나안에 들어와 지내면서 하나님 앞에 제단 쌓는 일을 즐겨하였다. 단을 쌓는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의 경건한 삶과 예배를 의미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가나안 땅 세겜에 도착하였을 때, 하나님은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셨다. 이에 아브라함은 그곳에 하나님을 위한 단을 쌓고 예배를 드렸다.(창 12:7)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그가 믿음으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그런 약속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로 응답하였음을 보여준다. 그 후에도 그는 옮겨가는 곳마다 하나님 앞에 단을 쌓고 예배를 드렸다.(창 12:8) 예배는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가장 기본적 신앙행위이다. 아브라함은 그렇게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였다. 그런 모습이 곧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 가능성이었다. (계속)
권혁승 박사(전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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