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따알(Taal) 화산 폭발 이후 화산재가 대량 분출되면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16일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이 한국교회에 중보기도를 요청해 왔다.
필리핀한국선교협의회(필한선협) 공동회장 김낙근 선교사는 △화산 폭발 영향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큰 지진이나 쓰나미, 대형 폭발이 없도록 △화산 폭발 반경 40km 이내 한국 선교사와 가족들의 건강과 사역지 피해 복구를 위해 △화산재로 인한 기관지 보호를 위해 방진 마스크가 원활히 공급되도록 △대피해 있던 선교사들과 현지 교인의 필요가 공급되고 마음의 안정을 얻으며, 신속히 사역 현장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김낙근 선교사는 "화산 폭발과 가까운 지역 선교사들과 현지 성도들은 미리 대피했고, 교회 등 사역 현장도 화산재 낙진으로 피해를 당했다"며 "화산 반경 40km 내 약 100여 가정, 400여 명의 선교사와 선교사 가족이 사역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분들과 현지 교인들을 위해 긴급히 방진 마스크 1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방진 마스크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 마스크의 10배를 주고 방진 마스크를 구입한 선교사도 있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유황 냄새와 화산재가 공기 중에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호흡기 계통에 안 좋을 것 같다"며 "비가 와서 공기가 깨끗해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한선협 사무총장이자 남부한국선교사협의회(남선협) 회장 고광태 선교사는 16일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지만, 화산섬 안에 한국 선교사님 두 분이 개척한 두 개의 현지인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며 "양 교회 100여 가정 성도가 대피하고, 말이나 염소를 키우던 가정의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고 선교사는 "현재 가장 급한 구호가 방진 마스크 보급인데, 교민들은 한인회와 대사관을 통해 이번 주 내로 보급이 거의 될 것 같지만, 문제는 현지인들에게 보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유아들을 위한 기저귀나 속옷 등이 필요하고, 생필품 보급과 여성용품도 절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피지역으로 옮기는 중 리빠의 티모시 크리스천 스쿨(Timoty christian school)에서는 300여 명의 이재민이 수용돼 구호물자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화산이 터진 따알 섬 안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과 교인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정기제 선교사는 "10년간 따알 섬에서 교육하고 복음을 전하던 교회와 40여 성도의 집이 완파에 가깝게 파손됐다"며 "저희 가정은 두 번째 개척한 교회인 마구얌 교회 안에 임시거처를 마련했고, 성도들은 가까운 친척, 지인 집, 정부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 있다"고 전해왔다. 정 선교사는 "성도들은 화산섬 안에서 관광객에게 말을 태워주는 것을 주 수입원으로 삼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하고 있으며, 당장 먹을 것조차 없어 염려해야 하는 이들이라 대책을 생각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마닐라에서 동북부에 위치한 퀘손에서 사역하는 서샬롬 선교사는 "마닐라에까지 화산재가 날려 난리가 났고, 방진 마스크를 구하려 해도 못 구하는 실정"이라며 "15일 현재 필리핀한국대사관, 한국선교사협의회에서는 약 6천여 명 가까운 교민이 마닐라에서 서북쪽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서 선교사도 "제일 심각한 것은 화산재로, 퀘손에 사는 데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럴 때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면 문제가 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96년 한국 선교사들이 설립하고 2000년 현지인 지도자들에게 이양된 필리핀장로교회는 피해 지역 주민을 위한 구제사역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산 폭발로 따알 화산이 위치한 따알 섬은 두꺼운 화산재로 뒤덮이고 상당수 동식물이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따알 섬 반경 14km 이내 주민과 관광객에게 대피령을 내려 2만여 명이 대피했으며, 따알 섬은 영구위험지역으로 선포해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현재 따알 산은 지금도 지진 활동이 멈추지 않고 추가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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