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교회앞 장의자 앞에서 누군가 누워서 주무시고 계셨다. 작년 6월에 만났던 성도님이셨다. 13개월 만에 본 그의 얼굴은 완전히 뼈만 남은 노숙인의 모습 같았다. 청바지는 찢어 있었고, 살과 근육이 없는 심각한 상태로 보였다.
성도님 오랜만이에요 몸이 왜 이래요 어찌 교회 앞에서 이러고 있습니까! 저랑 안으로 들어가요.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를 부축하여 강대상 위에 눕혀 놓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3시간을 그를 눕혀 놓고 있는데 그의 신음소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저 영혼에게는 발 뻗고 누울 방한칸도 없단 말인가! 마음이 여러 가지로 심란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교회로 찾아오시지 왜 혼자서 고통을 겪고 계셨어요! 전 이런 상황인줄 전혀 몰랐어요. 참으로 이게 웬일입니까 그렇게 당당하고 똑똑하셨던 분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나는 그의 손을 붙들고 눈물로 기도를 시작하였다.
'주님! 고통가운데 신음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 영혼을 주의 손에 맡기옵니다. 생명의 구원이 주께 있음을 확신하게 하시고 온몸에 질병의 세력이 예수의 이름으로 떠나갈지어다. 이제 예수 안에서 평안하게 하시고 새롭게 거듭나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성도님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앙상한 그의 손을 붙들고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가 마지막에 “아멘”이라고 큰소리로 화답을 하였다.
바로 고시원을 방문하여 방을 알아보고 다시 교회로 왔다. 담당총무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교회를 다니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이젠 교회와 목사님 욕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시면서 격려해 주셨다는 것이다. 진심이 통한 것이다. 전도사님이 먹을 것을 가져 오셨고 찹쌀 죽을 먹여 주었다. 그를 장의자에 눕혀놓고 11시 예배를 드리고 119를 불러 응급실로 보내드렸다. 그것이 그와 마지막이었다.
다음날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그분이 방금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게시판에 무연고자. 그의 이름 석자가 쓰여 있었다. 주님, 사랑해 주려고 이제 섬겨주려고 교회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렇게 가시다니요.
나그네 인생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더욱 충성하리라!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