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의 유화 '어린 세례요한과 함께 있는 마돈나와 아기 예수'는 성가족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랑받는 성서화이다. 성모는 방에서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으며 두 팔을 벌려 예수와 세례요한을 감싸고 있다. 아기 예수는 어린 세례요한으로부터 방금 건네받은 꽃을 들고 있다.
아기 예수와 요한은 서로 마주보며 카네이션을 넘겨받고 있다. 두 아기의 손이 이 작품의 기하학적 구조의 중앙인 공간에서 위아래로 만나고 있다. 분위기가 따뜻하면서도 은혜가 있고 아름다운 정경이다. 세상의 여느 가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성스러운 세 사람의 머리 위에 둥근 반지모양의 후광( ring halos)이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한참 보고 있으면 세 사람의 조용한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
"형, 카네이션꽃 줘서 고마워."
둘은 사촌으로 요한이 한 살 위이다.( 나기 전 복 중에서 서로 만났으니 6개월쯤 이라고도 한다)
낙타 털옷을 입고 십자가를 들고 있는 세례요한은 당연하다는 눈길로 화답한다.
두 아기는 앞으로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하다.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며 예수가 메시아임을 증거 하고
예수는 카네이션 꽃잎처럼 십자가에서 죄 많은 인류를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
성모는 우수가 어린 표정으로 두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카네이션꽃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서 주름진 꽃잎을 가진 진분홍색 때문에 유럽에서는 원예식물로 사랑을 받았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라파엘 등 유명 화가들의 ‘성모와 아기예수’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카네이션의 학명이 다이엔서스(dianthus)인데 이는 그리스어로서 ‘신의 꽃(‘flower of God)란 뜻이 있으며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미리 보여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로마 도시 풍경이 보이는 두 창문 사이에 배치한 어두운 구조물 때문에 그 앞에 앉은 가족들이 더 밝게 보인다. 두 창문 넘어 풍경으로는 낡고 희미한 건물이 보인다. 이는 예수탄생으로 인하여 우상을 섬기던 이방세계의 붕괴를 상징한다.
[좀 더 깊이 알기]
1.라파엘의 이 작품은 The Garvagh Madonna 또는 The Aldobrandini Madonna 란 별칭이 있다. 이는 이 작품이 1865년 런던 국립미술관에 오기 전 소장하였던 가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라파엘의 유사한 마돈나 그림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2.라파엘은 성모와 아기 예수 그리고 세례요한 등 셋이 있는 피라미드 구조의 유사한 성가족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의 초기 시절 로마에서 그린 그 작품들은 청색과 녹색이 어우러져서 ‘핑크 스켓치북’이라 부른다.
◈강정훈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및 조달청장(1997~1999)으로 봉직했다.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 및 성균관대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성서화 전시화(1993), 영천 강정훈-선교사 저서 및 한국학 기증문고 특별전(숭실대, 2012)을 개최했고,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이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한 후 현재도 서울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성서화를 쉽고 폭넓게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천년의 신비 성서화"(바로가기) "이천년의 침묵 성서화"(바로가기) 등이 있다. yanghwa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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