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서울신대와 백석대, 협성대 신학생들이 함께 하는 '복음주의 신학생 네트워크'가 최근 '헌법불합치' 판결로 사실상 낙태죄를 폐지시킨 헌법재판소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제269조'와 낙태수술 집행자인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라 판결했다. 이에 국회는 낙태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법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제정하고 입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신학생들은 입장문을 통해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서 낙태를 반대한다"고 밝히고, 태아와 산모를 위해서, 그리고 낙태죄 폐지로 인한 사회적 현상을 우려하며 낙태를 반대한다고 했다.
다만 신학생들은 "현행 형법의 한계와 낙태의 불법성으로 인해 낙태가 음지화 되어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무조건적으로 헌재의 판결을 반대하기 보다는, 기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신앙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때문에 신학생들은 "여성의 선택권을 중시해 낙태죄를 폐지했던 것처럼, 의사들의 선택권을 존중해 낙태수술 거부권을 보장하고, 의사들의 양심적 낙태거부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또 신학생들은 "낙태 수술 전, 산모에게 낙태에 대한 의무교육 및 상담을 실시하고,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후유증을 교육하고, 낙태 경험자의 사례를 소개해 산모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라"고 했다. 나아가 "입양제도와 출산모 지원사항도 안내해 낙태 이외의 길을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하라"고 했다.
더불어 "초중고교 성교육 시간에 性의 소중함과 조심성을 교육하라"고 하고, "낙태 가능한 임신 주기를 10주차 미만으로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신학생들은 "입장문을 통해 낙태모들을 정죄하거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고 말하고, "낙태를 고려해야 하는 산모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태아가 태어날 수 있도록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낙태를 반대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했다.
한편 성명은 서울신대 신학과 제36대 바로학생회와 백석대 기독교학부 제23대 릴레이학생회, 그리고 협성대 신학대학 제31대 모다학생회가 함께 했다.
다만 신학생들의 입장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입장문에 참여한 한 학우는 "반대하시는 분들, 낙태를 안 당했기 때문에 태어나서 반대 목소리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 분들이 아직 나지도 못한 약한 자들을 태어나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은 일관되지도 못하고 종교를 떠나 비인간적인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다음은 신학생들의 입장문 전문이다.
[낙태죄 폐지와 폐지 이후의 대안에 대한 신학생들의 입장문]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제269조>와 낙태수술 집행자인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에 ‘헌법불합치’를 판결하였다. 이로써 국회는 낙태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법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제정하고 입법해야 한다.
아무리 <형법 제269조>와 <형법 제270조>가 사문화(死文化)되었다고 하지만, ‘헌법불합치’판결을 내려 낙태죄를 폐지시킨 헌법재판소에 깊은 유감을 밝힌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서 낙태를 반대한다. 이 세상에 헛되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고 믿는다. 모든 이가 존엄하며, 모든 이가 고귀하다고 믿는다. 산모의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음을 믿고, 모든 이에게 주어진 삶은 축복이며, 선물임을 믿는다. 하나님의 선물에 대한 인간의 마땅한 반응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며, 또한 누군가의 하루 또한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 믿는다. 산모의 뱃속에 있는 태아 또한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낙태를 반대한다.
태아를 위해서 낙태를 반대한다. 태아는 산모의 몸에 의존하여 잉태된다. 하지만 동시에 태아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이다. 태아의 유전자 및 DNA는 산모의 것과 100%일치 하지 않는다. 수정란은 산모의 많은 세포 중 하나가 아닌 남성과 여성의 결합작품이며, 시작부터 고유한 존재이다. 여성의 세포는 난자이지 수정란이 아니다. 태아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낙태에 반대한다.
산모를 위해서 낙태를 반대한다. 낙태모들의 육체적·정신적·심리적 후유증과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 일부 여성인권단체는 여성의 선택권만 강조할 뿐, 선택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 조차 없다. 수많은 낙태 경험모들은 자연적 유산을 겪으며, 우울증 및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낙태를 희망하는 산모들에게는 더욱 많은 교육이 필요했다. 그녀들은 낙태의 후유증과 낙태 이후의 삶에 대해서 전혀 안내받지 못하였다.
낙태죄 폐지로 인한 사회적 현상을 우려하여 낙태를 반대한다. 영국의 경우, 낙태가 합법화 된 후 16년간 약 200만 건의 낙태수술이 시행되었다. 일본의 경우, 낙태를 자유화한 년도를 기준으로 8년간 약 5백만 건이 넘는 낙태수술이 시행되었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비범죄하는 판결을 내린 년도를 기준으로 8년 동안 약 1200만 건의 낙태수술이 시행되었다.
기독교인으로서, 태아를 위해, 산모를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낙태를 반대한다. 하지만 동시에, 현행 형법의 한계를 인정한다. 낙태의 불법성으로 인해, 낙태가 음지화 되어 더욱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딜레마다. 낙태는 반대하지만, 불법 낙태로 인한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헌재의 ‘낙태죄 폐지’ 판결을 반대하는 것 보단, 기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신앙인의 책무(責務)라고 생각한다. 마땅한 의무감으로 우리의 입장을 공표(公表)한다.
국민의 일원으로서 낙태죄 폐지에 유감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방안을 당당히 제시한다.
1. 여성의 선택권을 중시하여 낙태죄를 폐지하였던 것처럼, 의사들의 선택권을 존중하여 낙태수술 거부권을 보장하라. 양심적 병역거부도 인정했다. 의사들의 양심적 낙태거부도 인정하라.
2. 낙태 수술 전, 산모에게 낙태에 대한 의무교육 및 상담을 실시하라. 육체적·정신적·심리적 후유증을 교육하고, 낙태 경험자의 사례를 소개하여 산모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라. 또한 입양제도와 출산모 지원사항도 안내하여 낙태 이외의 길을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하라.
3. 초·중·고등학교의 성교육 시간에 ‘성(性)의 소중함과 성(性)의 조심성’을 교육하라.
4. 낙태 가능한 임신 주기를 10주차 미만으로 설정하라.
입장문을 통해 낙태모들을 정죄하거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 낙태를 고려해야하는 산모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태아가 태어날 수 있도록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낙태를 반대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임을 밝힌다.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시편 139편 13절, 16절)
복음주의 신학생 네트워크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제36대 바로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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