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역자님. 마음은 봄을 향해 달려가는데 날씨는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이네요.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순절 절기 중 고난주간이 다가옵니다. 사순절(四旬節)에서 종려주일을 지나 고난주간까지는 주님이 가신 고난의 자취를 쫓아가면서 회개로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갱신하는 기간입니다.
초대교회는 세례를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에 동참하는 중생의 사건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부활절에 새로운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풀며 부활의 의미를 기리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에 2세기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부활절을 준비하며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동참하는 준비 기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기간이 바로 사순절입니다.
사순절 기간은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해 금식(禁食)과 금육(禁肉)을 통해 절제하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2018년 사순절, 고난주간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먼저 예수님처럼 철저히 십자가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고 묵상하며 그분이 걸어가신 그 길과 삶을 닮아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회개와 기도, 화해와 용서, 금식으로 이어진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비움과 결단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봄이 오고 부활절이 다가오고 남북이 화해분위기로 나가며 분단된 이 땅에 전쟁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화해와 평화의 부활 아침이 밝아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아직도 분열과 갈등이라는 차가운 장벽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성경', '하나의 찬송'이라는 긍지를 지닌 한국교회가 사분오열의 분열과 고난속에서 다시 정신차리고 연합과 일치를 이룸으로 사명의 끈을 동여매야 할 시점입니다.
물론 분열과 갈등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큰 명분이 아니라 사소한 명예와 이익, 자리 욕심입니다. 이런 일로 분열을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제동 풀려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자멸의 길로 곤두박질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십자가 지신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지 못한다면, 자유와 풍요, 화려한 겉모습에 매몰된 채 영혼의 고갈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고난주간이 행사가 되고 부활절이 하나의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영성의 깊이를 더해야 하겠습니다.
동역자님. 올해 고난주간이 인생의 마지막 고난이 되고 영혼이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세로 마음을 찢고 통회함으로 부활의 영광이 임하는 새벽이 되도록 준비합시다.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우시던 예수님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되고 피땀흘려 기도하시던 그 옆자리가 우리의 자리가 되며, 십자가 지고가신 그 길을 따라가는 크리스천과 교회가 나올 때 그래도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가끔 교회가 성장제일주의에 빠지고 자본주의에 심취하면서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 귀족교회로 변질되고 있지 않는지 깊이 우려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미래학자들이 주는 경고를 귀담아 듣게 됩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회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으면 합니다.
2018년 고난주간에는 세상이 비판하는 교회의 아픈 치부와 부패의 고리를 근절하고 건강한 미래교회로 나가기 위해 교회와 성도들은 이 시대에 고난당하는 이들과 고난의 현장에 함께했으면 합니다. 교회안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당한 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거리로 말입니다.
또한 특별히 열강들의 각축장이요, 지구상의 화약고와 같은 이 땅의 핵을 녹일 수 있는 것도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무너진 교회와 민족의 아픔, 그 고난을 짊어지고 역사를 운행하시는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하는 크리스천의 삶입니다. 부활의 4월에는 한반도를 에워싸는 열강의 힘겨루기가 끝나고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부활의 주님과 함께 교회는 어둠과 시대의 고난을 몰아낼 등불을 들어야 하겠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복음통일은 우리민족의 희망의 등불이자 이 민족의 부활입니다.
동역자님. 마음만은 포근한 봄날 되시기를 바라며 주님과 동행하며 깊이 대화하고 묵상하는 고난주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