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종교개혁 5백년이 지난 다음 해 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는 작년 한 해, 종교개혁 5백 주년을 기념하며 수많은 연구와 기념사업 그리고 그와 관련한 많은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우리에게교회의 과거를 반추함으로 현재를 직시하고,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믿음의 눈과 지혜를 얻도록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교회에 제시된 개혁의 과제들을 안고 목회현장에서 어떻게 이를 적용하며 풀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교회를 섬기는 현장목회자로써 교회 개혁에 대한 답을 종교개혁자들의 구호 가운데 하나였던 “오직 말씀으로”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개혁자들은 오직 말씀으로 그 시대에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떨리는 마음으로 듣고 실천함으로 개혁을 이끌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역시 ‘오직 말씀으로’ 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삶을 개혁해 나아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는 그 중심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길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길은 ‘제사 중심의 종교’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경전(말씀) 중심의 종교’의길입니다. 이 둘 사이의 의미를 분명히 구별하기 위하여 ‘경전중심의 종교’를 ‘말씀중심의 교회(공동체)로 부르겠습니다. 제사중심의 종교에서는 성전, 제의 그리고 사제가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제사중심의 종교화된 교회는 화려하고 웅장한 성전의 건축과 유지에 힘을 쏟고, 형식에 치우진 제의적 행위에 몰입하며 사제의 역할이 과도하게 강조됩니다. 우리는 제사중심의 종교로서 기능을 했던 구약시대와 예수님 시대의 유대교, 종교개혁 이전의 타락한 가톨릭을 기억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 시대의 일부 교회에서도 제사중심으로 종교화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봅니다.
반면에 ‘말씀중심의 공동체(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해석된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내려고 애쓰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말씀 중심의 공동체를 성경과 역사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말씀으로 자신들의 삶을 개혁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공동체의 기반인 사회를 개혁하고 시대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갔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성전을 건축하고 이제 봉헌식을 마친 솔로몬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은 뜻밖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성전을 건축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제사중심으로 종교화되는 것을 미리 경고하셨습니다.
“만일 너희나 너희의 자손이 아주 돌아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가 너희 앞에 둔 나의 계명과 법도를 지키지 아니하고 가서 다른 신을 섬겨 그것을 경배하면 내가 이스라엘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에서 끊어 버릴 것이요 내 이름을 위하여 내가 거룩하게 구별한 이 성전이라도 내 앞에서 던져 버리리니 이스라엘은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속담거리와 이야기거리가 될 것이며"(왕상9:6-7)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제의 중심의 종교에 대한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백성은 이렇게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제사종교의 길로 들어서 파국을 맞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의 유대교 역시 말씀 중심의 공동체가 아니라 제사중심의 종교로 우뚝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도전해 들어오는 말씀의 새시대를 정면으로 거역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예루살렘 성전을 기반으로 하는 사제그룹과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성전을 청결하게 하시며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2:19)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말씀으로 이 세상에 오신 주님께서 삼일 만에 부활하실 것을 예고하심과 동시에 제사종교화된 유대교에 대한 경계의 말씀입니다.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의 교회의 상황은 그야말로 제사종교의 전형적 모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교황의 권위를 우위에 두었고, 베드로 성당의 건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면죄부 판매를 하기에 이릅니다. 이는 비성서적일 뿐만 아니라 제사종교가 된 타락한 교회의 절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제사중심으로 돌아 선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처럼 생명력 없는 종교가 되어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말씀 중심으로’ 돌아서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바벨론이 무너뜨린 예루살렘 성전을 뒤로하고 포로로 끌려간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 치욕스런 포로생활을 하며 말씀중심의 백성으로 거듭납니다. 그들은 바벨론 포로기를 겪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오경을 편찬합니다. 그리고 포로 귀환 이후 에스라와 느헤미야의 지도력으로 말씀 중심의 공동체로 회복됩니다. 그 사실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은 느헤미야와 유다백성들이 예루살렘 성벽을 준공하며 경험했던 말씀 낭독회였습니다. 느헤미야서에는 말씀중심으로 누리는 감격과 공동체의 회복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니 백성이 율법의 말씀을 듣고 다 우는지라 총독 느헤미야와 제사장 겸 학사 에스라와 백성을 가르치는 레위 사람들이 모든 백성에게 이르기를 오늘은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성일이니 슬퍼하지 말며 울지 말라 하고 느헤미야가 또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가서 살진 것을 먹고 단 것을 마시되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는 나누어 주라 이 날은 우리 주의 성일이니 근심하지 말라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 하고”(느8:8-10)
주님과 함께 했던 갈릴리의 공동체는 역시 말씀이신 주님이 중심이 된 아름다운 공동체였습니다. 갈릴리의 사람들은 주님의 말씀을 들으러 모여 들었고 그 말씀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았으며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누렸습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종 병에 걸려서 고통 당하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데려오니 그들을 고치시더라 갈릴리와 데가볼리와 예루살렘과 유대와 요단 강 건너편에서 수 많은 무리가 따르니라”(마 4:23-25)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활과 성령강림으로 세워진 교회 공동체 역시 말씀중심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행 2:42) 말씀이 중심이 된 교회(공동체)는 치유와 회복이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이며 세상을 변혁시키는 힘을 가진 공동체였습니다.
그 강력한 또 하나의 증거가 바로 마틴 루터를 통한 종교개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루터 이전에 시작되었던 교회 개혁의 목소리가 마틴 루터에 이르러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화산처럼 분출하였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말씀으로”였습니다. 루터는 라틴어로 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소수의 사제들의 손에만 쥐어 있던 하나님의 말씀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교회가 말씀중심의 공동체로 회복될 때 교회는 교회다워지고, 성도는 성도다워지며 세상은 변화됩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힘써야 할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의 교회가 제사중심의 종교에서 말씀중심의 공동체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되고 가르쳐져야 합니다. 성도들은 들은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 말씀을 중심으로 세상 안에서 실천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 안에서 말씀을 따라 실천적인 삶을 살며 받은 은혜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건강한 소그룹들이 생겨나야 합니다.
교회학교에서는 주님의 말씀이 은혜롭고 재미있게 들려져야 합니다. 어린 아이 때부터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에 말씀을 중심으로 한 대화가 이루어져 부모와 자녀가 서로 말씀 안에서 함께 성장해 가야야 합니다. 달팽이처럼 더디 가더라도 하나님 말씀을 중심으로 한 모임과 공간과 자료들을 만들어 내고 꾸준하게 키워가는 노력이 우리 교회에 필요합니다.
각 교회마다 형편은 다르겠지만 제사중심의 종교화된 요소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것들을 정리합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고, 바르게 해석되고, 그 말씀을 따라 실천하려는 말씀 중심의 공동체로 건강하게 세워갑시다.
/글·사진=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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