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 6학년 1학기까지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용어와 인물, 그리고 사건과 제도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한 “개념 잡는 초등 한국사 사전”이 역사에 대한 개념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완전히 흩어 놓고 있다.
이 참고서는 주니어김영사에서 출판한 책으로,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역사 용어 450개를 뽑아서,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근/현대사에서 중심적인 인물이 되는 사람을 평가한 것을 보면, 북한의 김일성에 대해서는 ‘항일 무장 투쟁을 했고, 혜산진의 일본군 보천보를 공격했으며, 6•25전쟁 때는 인민군 최고 사령관으로 전쟁을 주도했고, 주체사상을 세워 중국과 소련과는 다른 사회주의 노선을 선언했다’고 기록하고 있다.(책 90페이지)
반면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우리나라 헌법과 자주 민주의의와 자유경제 체제를 확립시킨,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는, 뒤 부분에 보면, ‘부산 피난 시절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반대파 국회의원들을 가둔 채, 대통령 직선제를 통과시켜 대통령이 되었고, 헌법을 불법으로 고쳐, 제3대 대통령이 되었고, 1960년 3월 15일에는 엄청난 부정선거를 하였고, 4•19혁명이 일어나 대통령에서 물러났다’고 기술하고 있다.(책 306페이지)
그런가 하면, 한국의 산업근대화와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본군 장교로 태평양 전쟁에 가담하였고, 한/일 국교 정상화와 베트남 파병 문제를 국민이 반대해도 강행하였고, 유신헌법을 제정하여, 독재의 길을 열어주었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졌으며, 측근이던 김재규의 총에 맞고 죽었다’고 기술하고 있다.(책 157페이지)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역사’라기 보다, ‘가위와 풀만’ 사용했다고 항변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학문적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고 본다. 어찌 1950년 당시, 소련과 중공 군대의 절대적인 지원 아래 ‘통일전쟁’ 이라는 미명으로, 6∙25 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을 죽게 한 북한의 김일성은 두둔하고, 대한민국의 두 대통령에 대한 것은 ‘독재자’와 ‘부정’을 저지른 대통령으로 몰아가는 것인가?
역사 서술의 분별 능력이 없는 어린이를 위한, 역사 사전으로 발행 되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넘어, 경악스럽다.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김 씨 왕조 3대에 걸친, 70년의 끔찍한 독재는 논외로 하더라도, 김일성 개인 46년간의 독재와 부정과 인권 탄압과 수많은 사람들을 전쟁으로 내몰아 죽게 한, 그야말로 민족의 반역자요, 동족상잔의 범죄자인 김일성을 어찌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는 초등생을 위한 “한국사 사전”이라고 볼 수 없는, 어느 나라에서 발행한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어찌 이런 내용으로 공부한 아이들을 통하여, 이 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으며, 기성세대가 역사를 바로 가르쳤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역사는 사실 못지않게 진실이 중요하며, 부정(否定) 못지않게 균형과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책은, 각 종교에 대한 것을 기술하고 있는데, 불교(186페이지) 천주교(357페이지) 천도교(355페이지) 유학(289페이지)을 설명하고 있지만, 기독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친일자로 변절하기 전, 춘원 이광수는 ‘우리 민족은 기독교에 대하여 감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 진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조국 독립운동에 앞장서고,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 기도에 온 몸으로 맞서 싸운 기독교, 민족 역사의 영원한 자긍심으로 여기는 3•1독립만세운동이 기독교가 중심이었다는 엄연한 역사조차 외면한 것은 “개념 잡는 초등 한국사 사전”이 아니라 “개념 망치는 잡서”라고 평가해야 옳다고 본다.
이 책은 당시, 박 모 씨, 또 다른 박 모 씨, 그리고 최 모 씨가 썼고, 국민대 이 모 교수가 감수하고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흔히 ‘역사는 힘 있는 자의 기록으로 남는다’고 하는데, 이런 기록을 남긴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평가와 사용은, 이제 약자가 된, 양식 있는 사람들과, 배우는 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의 강력한 의견 표명으로만이 바로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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