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제 폐지, 교원평가 폐지를 3대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연가투쟁까지 실시하였다.
법외노조 문제는 실정법의 문제다. 노조의 권한을 과도하게 간섭하는 법을 개정함으로써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성과급은 교육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상대평가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모든 교사가 열심히 노력해도 일부는 하위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교사 간 갈등이 증폭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전교조는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를 같은 선상에 넣고 주장하고 있으나 교원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를 성과급과 같은 범주에 넣는 것은 오류다. 성과급과 교원평가는 평가의 내용과 주체와 방식이 전혀 다르다. 성과급은 주로 업무량의 많고 적음에 대한 평가이지만 교원평가는 교사의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대한 평가다. 성과급은 교사들이 상호 평가(혹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만 교원평가는 동료교사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평가다. 성과급은 상대평가이지만 교원평가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다.
교원평가가 도입된 배경은 교사의 수업을 학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자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좋은교사운동은 자발적 수업 받기 평가 캠페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이 교사들의 자율적 운동으로 확산하고 마침내 제도화되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이후 안병영 장관의 발언으로부터 촉발된 교원평가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교원평가제도는 불필요한 요소나 복잡한 절차 등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그 본류에는 학생들에 의한 수업 피드백이라는 과정이 존재함으로 인해 의미가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일찍이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만 남기고 나머지 요소를 제거하자는 제안을 했다. 동료교원에 의한 평가는 온정주의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수업 참관을 활성화하는 것을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으나 체크리스트 방식의 평가는 형식적인 평가에 머물 수 있으므로 질적인 평가로 내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부모 평가는 전체 교사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참여율을 높이라는 교육부의 압박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시켰다. 고로 학부모 평가는 전체 학교 운영에 대한 평가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학교평가를 내실화함과 동시에 교장 교감에 대한 책무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수업 피드백 결과는 소중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물론 학생들의 평가가 최종적 판단 자료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로서의 교사는 수업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경험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고, 책무성을 보완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학생들의 평가 앞에 선다는 것은 긴장되기도 하고 회피하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로서의 교사, 학생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교사이고자 한다면 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막말에 대한 부작용 문제는 그것대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상황이 심각하다면 실명으로 실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원평가는 어떤 면에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문제 교사에 대한 퇴출의 요구가 국민적으로 높았을 때 교원평가를 방패막이로 삼은 측면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교원평가 평점이 2.0미만의 경우 의무 연수를 받게 함으로써 책무성을 확보하는 기제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준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그 기준을 높이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한편 문제 교사를 거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있다. 그것은 교원평가보다 훨씬 복잡한 논의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지금은 교원평가라는 시스템으로 그러한 과제들을 봉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원평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그렇다면 학생들에 의한 수업 피드백이라는 과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다. 물론 현재의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고 폐지하자는 주장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둘째, 교원평가를 통해 작동하던 최소한의 책무성 장치가 없어질 경우의 문제다. 물론 현재의 교원평가가 책무성을 위한 충분한 장치는 아니다. 그러나 당장 이것을 없애자고 주장할 때는 대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 집단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책무성 확보에 대해서는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사실 교사에 대한 평가 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승진제도의 근간이 되는 근평이 있고, 다면평가도 있고, 성과급도 있다. 개중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평가라고 하기에는 결과 활용이 가장 미약하다. 승진과 보수와 연계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 자료로만 활용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직접적 피드백이라는 점에서 민주적 소통 기제로 작용한다. 평가제도의 문제로 보자면 현재 성과급의 문제와 가장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역시 상대평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평이자 다면평가다. 전교조가 근평이 아닌 교원평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원평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교직사회를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직사회는 현재의 교원평가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는 한편 교원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실 제대로 된 평가라면 학생들의 피드백에 대해 동료교사나 수석교사 등이 함께 결과를 놓고 의논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교사들의 자발적 협력 문화를 필요로 한다. 혹은 교장 교감의 지도력과 권위를 필요로 한다. 그와 같은 구조와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원단체는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교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서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하는 길이다.
2017년 12월 18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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