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기독교학술원장)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에 그리고 추수감사주일을 바라보는 이 주간에 한국교회는 깊은 절망과 한탄과 분노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제 한국에서 전도의 문은 완전히 막혔다'고 절망한다. 어떤 이들은 '명성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며 교회를 조롱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명성교회는 10만 성도를 자랑하지만, 한국교회는 10만 성도를 잃었다고'고 한탄한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귀에 이러한 울분과 분노가 들리지 않는가? 지난 11월 12일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자신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위임했다. 보도에 의하면 당시 반대하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교회관계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다고 한다. 이어서 곳곳에서 반대와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장신대의 신대원 학생들이 반대의 촛불기도회를 열었고, 샬롬나비를 비롯한 기독교시민단체는 반대와 항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샬롬나비는 다시 한 번 명성교회의 목회세습이 잘못된 것임을 밝힌다.

1. 목회세습은 하나님의 주권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한 교회가 서고, 또 그 교회가 성장해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 아래 있음을 부정할 크리스천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개혁교회는 교회에 많은 성도가 있든지 또는 그렇지 않든지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신 것이며 하나님의 주권임을 고백한다. 비록 교회를 개척해서 성장시키기면서 목회자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다 해도 그것 역시 하나님의 주권이며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루신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순간 하나님이 하신 일은 '내가 한 일'이 되며, 주님의 교회는 '내 교회'가 된다. 내가 개척한 교회이고, 내가 성장시킨 교회이니 내 아들에게 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은 어디 있는가? 하나님의 은혜는 어디 있는가? 목회세습은 사도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루터와 칼빈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하나님의 주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하나님이 하신 것을 내가 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반역'이다. 이제라도 김삼환 목사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서 벗어나 다시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의 신학으로 돌아오기를 우리는 촉구한다. 한국교회 성도들 앞에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셨다'고 겸손히 고백하기를 소망한다.

2. 목회세습은 '거룩한 공교회'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예배에서 '거룩한 공교회'(ecclesia sancta catholica)를 고백한다. 교회는 개인 것이 아니라 몸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이며, 여러 교회가 지체로서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교회성이 구체화된 것이 교단의 헌법이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대형교회이든 소형교회이든 개척교회이든 헌법 앞에 평등하다.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은 교단 헌법의 '세습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누가 명성교회에게 이런 초법적 권한을 주었는가? 누가 금지된 선악의 열매를 먹으라고 시켰는가? 가히 안하무인(眼下無人)의 교만이자 유아독존(唯我獨尊)의 망상이다. 우리는 김삼환 목사가 불법과 탈법과 탐욕이 가득한 '죄인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바른 길, 올바른 길에 서기를 촉구한다.

3. 목회세습은 한국교회의 도덕성을 해치는 반윤리적 행위이다.

종교개혁자들이 추구했던 교회는 '거대한 교회'가 아니라 '거룩한 교회'였다. 물론 거대한 교회가 죄는 아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 아래 얼마든지 큰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거룩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면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버려진 소금일 뿐이다. 김삼환 목사는 과거 기회 있을 때마다 목회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만천하에 약속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김 목사는 자신이 했던 약속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어겼다. 이 한 사람의 거짓말은 한국교회 전체의 거짓말로 확산되고 있다. 누룩이 전체 빵으로 퍼져나가 듯이 한 사람의 죄가 전체로 퍼져나간다. '명성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조롱소리가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다.

4. 한국교회 지도자는 자신이 한 말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김삼환 목사의 목회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머슴목회였다. 본인이 하나님의 머슴이었을 것이고, 한국교회는 섬기는 머슴이었을 것이고, 명성교회를 섬기는 머슴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교회가 커지고 교인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교회의 헌금이 불어나기 시작했을 때, 머슴은 권력자가 되기 시작하였다. 김삼환 목사는 정년퇴임 후에도 교회강단을 장악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이용하였다. 김하나 목사를 후임으로 앉히기 위해 모든 절차를 합법을 가장하여 진행하였다.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는 이미 모든 비판의 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자신들의 목적지를 가기 위해 저돌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공감을 일으켰던 머슴목회는 사라지고 권력과 돈을 위한 위선의 소리만 들린다. 이렇게 한국교회는 죽어가고 있다. 한국교회의 모두가 자신이 한 말대로 살아가야 다시 소망이 생겨날 것이다.

5. 교회가 세상의 지탄이 되는 민낯을 부끄러워해야한다.

한국교회의 사회신뢰성이 한국종교들 가운데 가장 낮다는 것은 이미 온 세상이 알고 있는 일이다. 이렇게 세상에서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한국교회는 부끄러운 줄조차도 모르고 있다. 우리가 이미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왜 깨닫지 못할까? 그것은 화려한 교회당의 규모와 엄청난 헌금의 액수가 목회성공의 가장 큰 지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무어라 해도 교회 안에서 무슨 비판을 해도 당사자들은 큰 교회 건물과 많은 헌금의 액수 속에서 자신들은 승리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행진하고 있다. 종교개혁 당시 성 베드로 성당이 면벌부 판매 위에 지어졌듯이 한국교회는 지금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한 민낯을 깨닫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6. 예장 통합 총회는 장로교회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난맥상은 교회법이 있고 장로교회 상위기관들이 있어도 대형교회들의 변칙적인 행동들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데 있다. 명성교회가 세습에 반대하는 동남노회 부노회장의 노회장 승계를 막은데 대해 교단 내부의 분노가 크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묵과하면 총회나 노회 모두 무력화된다. 개교회주의가 깊어지면서 교회의 정상적인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의 명성교회의 변칙적인 세습에 대하여 총회는 교단의 법에 따른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총회의 권위와 함께 교회법이 제대로 시행될 때 개교회들에서 앞으로 이러한 변칙적인 세습이 근절되고 장로교회의 올바른 권위와 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7. 우리 모두가 허물의 멍애를 지고 회개하고 각성해야 한다.

한국교회에서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에 대해 떳떳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될 것인가? 명성교회는 대형교회라서 세상의 뉴스에 나오고 있을 뿐 크고 작은 교회에서 지금도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뉴스에 나오지 않을 뿐이다. 목회세습은 명성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 '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다. 교회의 윤리는 세상의 윤리보다 높아야 한다. 교회법은 외부의 강제력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을 통해 작동한다.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다고 해서 세상법으로 어찌할 방법은 없다. 오직 그리스도인의 양심과 결단만이 목회세습이라는 이 "사탄의 궤계"를 이길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회개하고 각성하며 하나님의 공의가 강물처럼 이 땅에 흘러넘치기를 기도해야한다.

2017년 11월 26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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