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개혁신학회(회장 김재성 박사)가 9일 제127차 정기 학술발표회를 개최한 가운데, 2018년 소위 '웰다잉법'이라 불리우는 존엄사 시행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어 주목을 받았다.
김광연 박사(숭실대 윤리학)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법 시행을 앞둔 윤리적 논쟁점들"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2015년 12월 당시 연명치료중단에 관해 대법원은 연명치료 과정에서 치료를 중단할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키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연명치료 중단 과정에서 발생되는 인간 존엄성 훼손의 윤리적 논쟁은 연명치료중단의 윤리적 논의의 정점에 놓여있다"고 했다.
2018년에는 한국에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 소위 ‘웰다잉법’또는 ‘존엄사법’이 2015년 12월 통과되어 곧 시행될 방침이다. 그러나 김 박사는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고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웰다잉법에 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윤리적 한계는 없는지 그리고 그 한계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독교 공동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 박사는 "고통을 덜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온갖 가치판단이 개입될 것"이라 말하고, "이 과정에서 법적인 정당성이 개입되어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었지만, 인간 생명은 저울 위에 놓고 인위적인 무게를 정할 수 없다"면서 "인간 생명은 삶의 저울에 어떠한 것을 올려놓더라도 서로 견줄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북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미국의 몇몇 주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 박사는 "아직 한국 사회가 웰다잉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고, "이 법을 놓고 사회와 종교계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연명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소생할 가능성을 두고 가치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하다고도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박사는 사회보장제도와 호스피스에 대한 시급한 인식의 전환을 요청했다. 그는 "연명치료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료비와 막대한 치료비용을 감당 못해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명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웰다잉이 아니"라 말하고, "만약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되어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에게 비용을 지원해 줄 경우, 그 환자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 영적 안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 상황에 인간은 종교적 삶을 체험하고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간격에서 삶의 가치를 누리고 종교적 실존에 참예하게 될 것"이라 했다.
김 박사는 '인간 생명의 가치'가 단순히 기독교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회적이고 문화적 제도에서 생명의 존엄성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2018년 웰다잉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는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사회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의료비 지원과 병원비 부담에서 덜어줄 사회보장제도 확충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교회와 신학자들은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사회와 시민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 박사의 발표 외에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와 교회의 역할"(조만준) "목회자를 위한 게슈탈트 심리학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연구"(박은경) "온전한 복음의 회복과 현대적 종교개혁"(김현진)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논평자로는 이동영 김지훈 임현만 강천구 김승호 전태광 이경직 조영호 박사 등이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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