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나핵집 목사)를 중심으로 한 23명의 대표단이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을 위한 유럽캠페인(본부장 전용호 목사)을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만 이 여정 중에 남북교회가 만났지만, '8.15남북공동예배'는 성사시키지 못하고 헤어졌다.
대표단은 첫 일정으로 지난 6월 26일 버밍햄 힐튼호텔에서 영국감리교회 총회에 참석, 영국감리교회 총대들에게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고 특별히 세계선교부가 주최하는 평화포럼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문숙 목사는 발제를 통해 “여성의 입장에서의 한국교회의 통일운동과 한반도평화조약의 중요성”을 나눴다.
27일(한국 28일) 대표단은 영국 상원 그리핏(Griffith)의원의 초청으로 영국 상원을 방문했다. 이 모임은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영국교계와 시민사회 대표 20여명이 함께했고, "한반도 평화조약"에 대한 중요성을 영국 의회와 교회에 알리고, 세계교회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영주 총무는 열강에 의해서 분단된 남북의 긴장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가 평화조약임을 말했다. 그는 "평화를 지향하고 평화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64년 간 이어오는 전쟁상태를 끝내기 위해 정전협정 중인 한반도에 평화조약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WCC 피터 프루브 국장도 "한국이 새 정부를 맞이해서 남북 간에 협력을 증대시키고,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함을 역설하며, 이를 세계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할 것"이라 약속했다.
대표단 노정선 박사는 한반도의 위기와 여러 현안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UN 및 미국 등이 취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실험과 핵실험에 대한 여러 제재조치들이 북한을 설득시킬 수 없었고, 도리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며 "제재일변도의 대북정책은 평화조약으로 가는 길에 장애가 될 뿐이기에 속히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핏 의원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음에 공감했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대북제재조치의 완화를 위해 영국 의회가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6월 28일 에딘버러로 이동한 대표단은 29일까지 스코틀랜드 교회와 일정을 함께 했다. 먼저 스코틀랜드 한국전쟁 추모공원에 방문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과 유가족, 시의회 의장, 귀족회의 대표 등과 함께 매우 감동적인 화해와 치유를 위한 예배를 드렸고, 교회협과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함께 준비한 기념식수를 했다. 영국에서 약 40,000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1,000여명이 전사하였는데, 그 중 대다수가 스코틀랜드인이라고 한다.
다만 교회협 대표단은 영국 내 유일한 추모공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설이 너무 초라해 시설개선을 위한 요구를 한국정부와 영국주재 대사관에 제기하기로 했다. 또 예배 후 식사를 함께하며 한국전쟁과 관련된 스코틀랜드의 이야기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코틀랜드 교회와의 일정을 마치고 6월 30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한 대표단은 독일개신교협의회 (EKD), 헤센나사우 주교회 (EHKN) 초청한 한반도 평화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전용호 목사가 평화조약 체결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를 하였고, 이기호 교수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정세와 남북관계 해법에 대한 발제를 했다.
한반도 평화회의에서는 분과토론과 종합토론을 통해 통일을 향한 한반도와 독일의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진지한 시간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통일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사회복지, 민주화증진과 인권 개선 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독일 통일의 과정에서 교회가 보여 준 치유와 화해의 경험들을 한국교회와 지속적으로 나누고 서로가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대표단은 7월 1~3일 라이프찌히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 총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단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하 조그련) 대표단과 8.15 평화통일 남북공동예배를 위한 실무회의를 가졌다.
다만 조그련 대표단은 "남한정부가 한편으로는 대화와 인도적 교류를 제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남측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며 "이런 상황에서 8.15 예배를 남북이 공동으로 드리는 것을 결정하기가 어려우니 앞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남북교회는 이 실무회담을 통해 최종적으로 8.15 남북공동예배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놓고, 남북공동기도문을 합의 하에 작성해 남북교회와 세계교회에 알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실무회담 이후 WCRC 총회장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예배를 드렸다. 조그련의 강명철 위원장은 설교를 통해 온전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남북의 그리스도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 관계자들 역시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독일의 일정을 마친 대표단은 7월 4일 떼제 공동체를 방문하여 원장수사와 평화와 화해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했다. 이어 7월 5일 제네바주재 UN한국대표부 대사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UN의 반응들을 들을 수 있었고, 박근혜 정부 기간 북한대표와의 교류는 없는 상황이었음을 확인했다.
또 대표단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사무국이 있는 에큐메니칼 센터를 방문, 피터 푸르브 국제국 국장, 미틴 로브라 정의.평화 프로그램 담당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반도문제가 WCC의 주요 의제임을 확인했다.
WCC 국제국은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 (EFK)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력키로 했으며, 마틴 로브라는 지난 6월 WCC 실행위원회가 2019년 정의평화순례 (PJP) 중심 주제를 “한반도통일”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교회협과 함께 공동협력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후 대표단은 세계YMCA 사무국을 방문하여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세계YMCA 총무는 2018년에 있을 세계YMCA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에 대한 지지성명을 채택,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8.15 공동기도주일을 참여하겠다는 것과 각국의 YMCA가 자국의 정부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내는 것을 약속했다.
대표단은 이상의 일정들을 끝으로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유럽캠페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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