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가 8일 저녁 미디어카페 '후'에서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이란 주제로 '제7차 교회탐구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가 "평신도의 소명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해 한국교회 평신도들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 의식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정재영 교수는 먼저 평신도의 범위에 대한 조사결과를 살펴보고, "신학자들은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성도의 본질 성격에 관한 것이 아니며, 성직자도 성직의 기능을 수행하는 평신도로서 평신도의 신분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이런 개념을 알고 있는 평신도들은 1/3에 이르지 못했다. 또 신학자들은 만인제사장이 제시하는 제사장직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단순히 대상을 목사로부터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사장직의 자리를 교회에서 세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보는 반면, 응답자들은 절반 가까이 '왕 같은 제사장'이란 성구가 '상징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때문에 평신도들은 교회 내에서 찬양인도를 한다거나 선교사로서 선교 활동을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안수기도를 하거나 교회 공 예배 때 설교를 하는 것, 성찬식을 집례 하는 것, 축도를 하는 것 등 목회자의 역할로 여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목회자가 아니라 꺼려 진다"는 답변을 내놨다. 신학자들이 "성직자나 평신도 사이에는 기능상의 차이는 있지만, 존재적인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자는 의미상 성직자 됨보다 선행하는 것이라 본다"고 하는 반면, 응답자들 1/3 이상은 "신분상에도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정재영 교수는 "성경에 평신도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평신도는 목회자 또는 성직자와 구분해 교회 안에서 일종의 이등국민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로 교회 안에서는 평신도라고 하면, 마치 회사에서 말하는 평사원과 같이 아무 직급이 없는 '말단 교인'과 같은 의미로 잘못 사용되기도 하는 실정"이라 지적하고,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문제없다'는 의견이 2배 이상 많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평신도의 직업소명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먼저 '직업 선택 전 소명 고려 여부'에 대해, 직업별로는 블루칼라층에서 29.6%로 가장 낮게 나타났고, 고용형태별로는 임시직이 21.0%로 가장 낮았으며,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28.3%, 그리고 정규직이 39.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정 교수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일수록 직업 소명을 고려한 경우가 많았다고 응답했다"면서 "직업 소명이 직업의 내용이나 귀천과 상관없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지로 '직업 선택 기준'에 있어 응답자들은 "소명 때문에"(23.3%)라기 보다는, "소명 보다는 연봉, 적성, 이동거리 등 현실적인 상황"(69.1%) 때문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다만 "현재 직업과 소명과의 일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그렇다"(67.0%, 매우 그렇다 19.2%, 약간 그렇다 47.8%)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31.3%, 별로 그렇지 않다 26.9%, 전혀 그렇지 않다 4.4%)보다는 많았다. 직업에 대한 소명 확인 시기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일정기간 후"(36.6%)가 제일 많은 답을 했고, '직업에 대한 소명 확인 방법'에 대해서는 "나 자신의 기도와 상황을 통해 응답 받았다"(51.3%)란 대답이 제일 많았다.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성경적 실천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응답자들은 57.3%가 그렇다(어느 정도 그렇다는 비율은 47.9%)고 대답해 불가능하다(38.6%)는 대답보다는 많았다. 정 교수는 '가능하다'는 대답이 안정적이고 높은 연령대에서 많았다고 설명하고, "반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블루칼라, 비정규직, 경제수준이 낮은 층에서 높게 나와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경우에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뿐만 아니라 성경적으로 실천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환경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직장에서의 성경적 실천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마음속으로 일과 신앙을 분리하고 있어서"(28.2%)란 대답이 제일 많아 정 교수는 "실제 경험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시도 자체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 '직업 소명과 관련해서 교육을 받은 경험'들이 있을까? 응답자 58.8%는 "없다"고 대답해 "있다"(32.6%)고 대답한 응답자들보다 많았다. 반만 직업 소명 교육을 받은 이들은 "도움이 됐다"(85.5%)며 "어떤 직업이든지 소명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76.2%)고 답해 한국교회 직업 소명 교육이 시급함을 입증했다. 특히 정 교수는 "가정주부를 포함해 학생이나 무직자들은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여기거나 소명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해하는데 반해, 실제로 가정 밖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소명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20% 안팎으로 매우 낮게 나왔다"며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직업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인식은 매우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평신도의 교회 활동'과 관련,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응답은 80.8%였지만, "다니고 있지 않다"(19.2%)고 대답한 소위 '가나안 성도'들도 상당수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정 교수는 "평신도의 정체성과 관련한 '목회자를 포함하는 모든 성도'에 대한 의견이나 '목회자와 평신도는 직분에 따른 역할 차이가 있을 뿐 신분상의 차이는 없다'는 의견, 그리고 만인제사장에 대한 의견 등에서는 가나안 성도들의 인식이 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교회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전 성도의 의견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에서도 더 높은 동의율을 나타냈다"고 했다.
다만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의 신앙생활이 매우 척박한 상태"라 지적하고, "작년 실시한 '평신도의 교회 선택과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는 현재 교인들의 1/3이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들 중 22.1%는 개신교인으로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해 가나안 성도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는 가나안 성도 현상에 대한 교계의 대안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교회 공동체라는 측면에서 보다 많은 성도들의 예배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공동체로서의 특성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정재영 교수는 "평신도는 이미 세상에 보내진 자들"이라 말하고, "일상생활의 대부분 시간을 직장과 같은 일반 사회 안에서 보내는 평신도들은, 전문 목회자들과 같이 교회 안에서의 활동에 몰두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또 "평신도들 삶의 자리는 교회가 아니라 사회"라 말하고, "이미 보내진 사회 각각의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책임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들이 철저하게 기독교인의 삶의 원리를 따라 사회생활을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평신도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주체자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정 교수의 발표 외에도 이재근 교수(웨신대)와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가 각각 "종교개혁은 어떻게 사제주의를 무너뜨리고 평신도를 재발견했나" "한국교회는 평신도 신학을 수용할 수 있는가"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특히 이재근 교수는 "일단 종교개혁이 이론적인 면에서 사제주의를 붕괴시켰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아니"라 말하고, "평신도와 성직자 구분을 폐지한 개신교 내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설교자나 목사가 스스로를 '신령한 자'로 인식하고, 함께 동역할 일반 평신도를 낮춰 보는 현상이 보편화되어 교회가 다시 계급주의화 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비극"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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