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개신교회는 '칭의' 교리를 "교회가 서고 무너지는 항목"(articulus stantis et candentis ecclesiae)으로 여길 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루터는 "만일 (이신)칭의 교리가 상실되면, 모든 참된 기독교 교리가 상실 된다"고 했고, 칼빈도 "칭의 교리는 종교의 방향이 결정되는 중심점"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갑종 박사(백석대 총장, 신약학)는 칭의와 성화에 대한 사도 바울의 교훈을 중심으로 "종교개혁의 칭의론 다시 보기"란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칭의가 오해·오도되어 발생한 한국교회 부작용을 돌아보고 칭의 내 함의되어 있는 깊은 의미를 다시금 살핀 후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27일 백석대에서 한국개혁신학회가 백석대학교와 함께 "루터 선언 500주년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개최한 공동 학술심포지엄에서, 먼저 최갑종 박사는 "종교개혁자들의 칭의 사상은 성경적인 칭의 교훈의 재발견인 동시에, 중세 로마 카톨릭교회의 칭의론에 대한 반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세 로마 카톨릭교회는 칭의를 하나님께서 죄인인 인간을 실제로 의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했고, 따라서 신인(神人)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신실한 은혜와 그리스도 구속사건의 완전 충족성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공로주의 구원론으로 빠진다고 봤다.
그러나 최 박사는 "바울이 종교개혁자들과 개혁교회 신조들, 그리고 개혁신학자들이 단언할 만큼 칭의와 성화 어휘를 엄격하게 서로 구분해서 마치 서로 별개의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오히려 동일한 구원의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즉 칭의는 구원의 법정적인 면을, 성화는 구원의 제의적인 면을 말하고 있다"면서 "둘 다 바울 복음의 구원의 특징을 설명하는 그림언어"라 했다.
그리고 최 박사는 바울의 칭의 어휘가 법정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관계론적이고 종말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울의 칭의 어휘가 복음서의 하나님 나라의 경우처럼 '이미'와 '아직'의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것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와 아직의 관점에서 강한 윤리적인 교훈(예를 들면, 마5~7장에 있는 산상설교의 하나님 나라 백성의 윤리)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바울의 칭의 메시지도 이미와 아직의 관점에서 강한 윤리적인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최 박사는 "바울의 윤리적 메시지를 성화 교훈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칭의 교훈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바울의 칭의 메시지가 복음서의 하나님 나라처럼 윤리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바울의 칭의 메시지를 구원의 확실성을 담보하는 전매특허처럼 사용하지 않아야 함을 뜻한다"고 했다.
최 박사는 "사실 종교개혁시대에서는 칭의와 성화를 동일시해 인간의 윤리와 선행을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해 한편으로 공로주의가 득세하고, 다른 한편으로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의 유일성이 크게 훼손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라는 개신교의 신학이 정착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 박사는 "이런 종교개혁신학을 오해 내지 오도해 바울의 칭의 복음을 윤리는 값싼 복음, 십자가 없는 값싼 은혜로 만들고, 신앙과 삶, 신학과 윤리를 나누는, 그래서 교회의 비윤리성과 부패를 방조하는 오늘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도 바울이 강조하고 있는, 그 안에 이미 강한 윤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바울의 종말론적 칭의 교훈을 새롭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우리의 과제"라며 "오직 성경(Sola Scriptura)으로 돌아가자는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하는 길"이라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최갑종 박사의 기조강연 외에도 Dr. I. John Hesselink(Western Theological Seminary)가 "왜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것이 아직도 중요한가?"란 주제로 초청강연을 전했으며, 이후 분과별 학술발표가 이뤄졌다. 행사 전 개회예배에서는 장종현 목사(백석대 설립자)가 설교했으며, 행사 마지막에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가 총평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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