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헬조선에 응답하기 위한 기독교 개혁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 묵직한 주제로 한국선교신학회가 제2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본 개혁의 과제"란 주제로 발표한 이진형 사무총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은 "종교가 현재의 시급한 기후변화를 먼 산 바라보듯 마냥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타락과 무능, 특히 ‘생태 환경적 타락과 무능’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러한 생태 환경적 타락과 무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생태환경적인 종교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교의 개혁 과제’의 핵심"이라 주장했다.
생물학자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6번째 대멸종의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지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전에도 5차례에 걸쳐 이와 비슷한, 혹은 이보다도 심각한 생물종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전의 5번의 대멸종 사건들이 외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난 환경변화가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 6번째 대멸종은 지구상의 하나의 종인 우리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지구적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이진형 사무총장은 "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러한 대멸종은 하나님을 탓하거나 다른 핑계를 댈 수 없는, 오직 우리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황"이라며 신학, 교회, 영성의 세 차원에서 동시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 사무총장은 먼저 "기후변화의 시대의 신학은 인간만의 신학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오히려 기후변화가 인간을 위한 신학에 기인했음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신학이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 시대의 신학은 기후변화로 멸종의 위기를 맞는 열대우림의 개구리,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30일을 살다 도축되는 닭, 유전자조작기술로 살충성분을 품고 자라는 GMO 옥수수, 댐으로 막혀 거대한 호수가 되어버린 강, 관광개발을 위한 케이블카 설치로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산의 구원을 다루는 지구와 생명 전체를 아우르는 신학의 자리로 돌아서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노아의 방주가 노아의 가족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듯이 지구는 인간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신학은 생명 전체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과학적 지식, 물리학, 생물학, 생태학, 지질학, 기후학과의 겸손하고 진지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시대의 신학은 오직 창조세계와 생명의 신비를 만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하고, 오직 창조세계와 생명의 치유와 회복을 기도하는 것이 정점이 되어야 하며, 오직 창조세계와 생명의 풍성함을 체험하는 것이 도착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교회의 개혁과제를 언급하면서 "교회가 서로의 다름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다른 정체성을 만드는데 힘을 쏟아왔고, 때문에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기 위한 공의회의 정신은 점점 힘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교회의 모습이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예수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공감을 하려하면서도 교회가 창조세계 안의 다른 생명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갖게 된 이유"라며 "기후변화 시대의 교회는 배타적인 모습을 벗어버리고 다양성을 공유하는 교회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또 그는 "기후변화 시대의 교회가 겸손한 마음으로 사회의 환경운동, 생태운동, 생명운동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하고, "NGO, 생협, 녹색당과 같은 시민사회조직들과 정부의 관련 조직, 국제기구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제 교회는 기후변화로 멸종의 위기에 처한 1만7천여 종의 동물들 가운데 한 종을 살려내는 일이 예배가 되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 활동과 국가정책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일이 교육이 되고,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기 위해 사막화가 진행되는 한 지역에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선교가 되고, 기후 난민들을 위해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잘 곳을 나누는 일이 친교가 되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영성의 개혁과제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내가 나라는 자아로 삶과 죽음이 별개로 존재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허상에서 깨어나,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확장과 영속을 거듭하는 영원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실제의 모습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고, "먼 미래의 어느 날의 영원한 삶을 위해 살아가는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한 순간 지금 여기 우리에게 허락된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천국으로 우리의 지향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기후변화 시대에 영성을 수련하는 길은 특별한 수련 과정이나 대단한 영성센터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농사를 지으며, 뒷동산 순례길을 조용히 걸으며, 땀 흘리는 육체노동을 하며, 낯선 타인과의 교제를 나누며,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는 소박한 예술을 즐기며, 살아있는 생명을 쓰다듬으며, 먼 길을 날아온 새들을 숨죽여 지켜보며, 깊은 바다의 웅장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름날 소나기 지난 하늘 무지개를 바라보며, 산꼭대기 걸린 구름의 날벼락에 깜짝 놀라며, 돌인지 빵인지 혼미한 정신에 이르기까지 오랜 단식을 하며, 메말라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지금 이 순간들이 다시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을 유일무이한 영성의 자리"라 이야기 했다.
이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책임에 대해 "기후변화라는 우리의 참혹한 현실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현실에서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 지와 상관없이 일단 가능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 등을 강조하면서 발표를 마무리 했다.
한편 22일 경동교회(담임 채수일 목사)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이 사무총장의 발표 외에도 "교육개혁을 위한 기독교 개혁의 과제"(좋은교사운동 임종화 공동대표) "노동현장에서 본 개신교 개혁의 과제"(영등포산업선교회 홍윤경 노동선교부장) "한반도의 국가, 분단, 통합, 통일"(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다음 학회는 공동학회로 오는 6월10일 남대문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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