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임마누엘' 히브리어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 혹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하기' 보다는,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소소하지만 아름답게 풀어내 누리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잡지사 인터뷰 도중 김병삼 목사에게 아나운서가 "목사님은 하나님을 위해 뭘 하세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것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하나님을 위해 하는 일도 별로 없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는데, 요즘 그냥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김 목사는 이 대답이 '참 좋았다'고 한다. 다음은 그의 글 전문이다.
“목사님은 하나님을 위해 무얼 하세요?”
지난주에 어느 잡지사하고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마지막 질문이라고 하면서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목사님은 하나님을 위해 뭘 하세요?”
평신도로서 목회자에 대한 기대 내지는 환산을 가지고 특별한 대답을 기대한 것 같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버리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하나님을 위해 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말이죠.
예전에는 그런 문제를 가지고 참 많이 씨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제가 무엇을 해야 하나님이 기뻐하시죠? 하나님은 저에게 어떤 소명을 주셨죠?”
빨리 그걸 알아야 빨리 위대한 일을 하고, 그래야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 같다는 생각 말이죠.
그런데 목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하나님을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별로 하나님과 친밀해 지지도 기뻐하시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뭔가를 할 때마다 제가 한 일에 대한 업적을 쌓는 듯한 느끼. . .
하나님을 위해 뭔가를 하면 할수록 하나님과 멀어지는 느낌. . .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요?
한 때는 하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한다는 말들이 참 위대하다고 생각했고,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 시작했죠.
‘나’를 하나님께 드리고 헌신해야 하나님께 별로 가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마음 말이죠. 때로 나의 열심히 하나님을 앞서가 하나님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그런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하기보다, 그냥 하나님과 함께 가면 좋겠다고 말이죠.
하나님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할 때는 늘 바쁘고 쫓기고 불안했는데,
그냥 하나님과 함께 가자고 생각하니 참 좋더군요.
말이 참 길어졌는데, 아나운서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을 했죠.
“나는 하나님을 위해 하는 일도 별로 없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는데, 요즘 그냥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니 그 대답이 참 좋네요.
그냥 그렇게 죽 살다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냥 하나님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 하실 것 같은 생각도 들구요.
“그냥 나와 함께 하자!”
헨리 나우웬이 기도에 대하여 이런 정의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기도는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 가운데서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허비하기로 마음먹을 때, 가장 질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요?
이 바쁜 세상에서 하나님과 함께 가장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 뭔가는 잘 모르지만 ‘영성’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나요?
오늘 새벽 예배를 마치고 와 참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기도는 다른 일로 바쁘게 살아가던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무척 한가해지는 것이다!”
이 쉬운 일이 참 힘든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갑니다.
분주한 우리 사역의 한 가운데서,
치열한 우리 삶의 전쟁터에서 하나님과 함께 무척 한가한 시간을 자져보는 것이 오늘 우리의 작은 소원이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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