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폴 리꾀르(1913-2005)는 프랑스 기독교 철학자이다. 그의 신정론은 미로슬라브 볼프 박사(미국 예일대 신앙과문화연구소장)와의 그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는 과거 세월호 사건과 현재 탄핵 정국을 맞은 기독교인들에게 사회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도움을 준다. 3일 낮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는 "리꾀르의 영성"을 주제로 '제59회 기독교학술원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열렸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는 "리꾀르에 있어서 영성의 핵심은 그가 인간 의지 안에 악을 이야기하고 이 악을 가능성만이 아니라 실재성으로 인정하고 그것이 은총에 의하여 극복된다는 종말론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고 밝히고, 특히 "역사의 속에 행해진 각종 악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단지 악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의롭게 기억하면서도 용서를 통한 종말론적 화해를 제시한다는 것에 있다"면서 "역사의 악에 대하여 정의와 사랑의 변증법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고 이야기 했다.
역사적으로, 리꾀르에 의하면 과거사에 관련하여 강요된 망각은 정의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은폐한다. 김 박사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들의 갈등 등은 역사가 우리를 부르는 화해와 용서의 문제"라 말하고, "용서란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이지만, 용서가 사랑에 기초한다고 하여 무조건 과거를 잊거나 청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사랑은 정의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은 정의를 뛰어 넘으나, 정의 없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꾀르는 진정 용서하려면 망각이라는 기억 말살을 고백하고 용서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의는 불행한 과거를 잊기를 요구하는 망각의 정치에서 벗어나, 사법적인 청산을 전제로 하면서도, 진실한 화해와 용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화해는 진정한 용서 위에 기초하며 역사 속에서 영향을 발휘한다"고 했다. 더불어 "용서는 오류의 인간에게 역사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며 "용서받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사적 과오 때문에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서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결론적으로 김 박사는 "리꾀르의 종말론적 용서 사상이 오늘날 과거사 청산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 속에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해 하나의 철학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준다"고 말하고, "그것은 역사적 악의 문제와 정의, 사회정의와 이웃 사랑의 변증법을 인정하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더불어 그는 "진정으로 화해하려면 용서해야 한다"면서 "책임을 추궁하는 처벌보다 더 큰 은혜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본다"고 이야기 했다.
지난해 '알라'(IVP)라는 책 한 권으로 '알라=하나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로슬라브 볼프 박사(미국 예일대 신앙과문화연구소장)도 "기억과 종말"(IVP)이란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올바르게 기억하기란 진실하고 정의롭게 기억하기이며,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기억하기이고, 과거의 일이 정의를 위한 정의로운 투쟁과 은혜가 가득한 화해의 사역을 진행할 동력이 되는 기억하기이다."(179p)
볼프 역시 국가에 의해 폭력을 당한 자신의 경험을 기술하면서 고통스럽고 잔혹한 현실 속에서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완전한’ 용서와 치유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치열하게 탐색했던 인물이다. 강영안 박사(서강대)는 그가 '화해적'이라 설명하고, "(볼프가) 갈등과 전쟁 등이 있는 곳에서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서 평화를 지향할 것인가에 늘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 했던 바 있다.
한편 행사에서는 정기철 박사(여수성광교회)가 주제발표를 했으며, 논평자로는 석종준 박사(침신대)가 수고했다. 또 행사 전 설교는 여주봉 목사(포도나무교회)가 전했다. 제60회 월례발표회는 오는 3월 3일 오전 7시 과천소망교회에서 "창조론에 대한 성경적 논의"를 주제로 열린다. 이승구 박사(합신대)와 이재만 박사(美창조과학선교회 대표)가 발표하며,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장)가 논평자로 수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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