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특별히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있어서 정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가 아니었는가 싶다. 해방 70주년을 보내고 이제 통일을 향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2016년 한 해 동안 통일이 더욱 멀어진 것만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져왔다. 특히 북한은 제 4차, 5차 핵실험을 감행하였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도 더욱 심해졌고 남북관계도 경색되었다.
개성공단은 가동이 중단되었고 북한에 의해 몰수 조치까지 시행되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 재기도 강도 높게 이어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명목으로 사드 설치 문제가 급부상 하면서 한, 미, 중 삼국간의 정치적 마찰이 발생하는 등 외교적 상황도 녹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는 와중에도 남과 북의 변화와 통일을 향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을 본다.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민 숫자가 11월 부로 3만명을 돌파하였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더 배우고 알아가는 일들과 기회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탈북민들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한 탈북자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자유를 찾아 탈북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남한에 대한 소식들이 북에도 상당히 넓게 퍼지고 사람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태영호 전 공사 망명과 중국 내 식당 종업원 망명에서 보듯이 북한에서 상당한 특권층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반도의 상황과 환경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2016년을 보내며 얻는 교훈이라고 한다면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비전과 소망을 품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하나님의 은혜 안에 2017년을 맞이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통일에 대한 우리의 명확한 비전과 소명이 세워지길 바라며 지면을 통해 우리가 품어야 할 통일에 대한 청사진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성도로서 우리가 통일의 청사진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복음적인 통일’ 일 것이다. 복음이 강조하는 통일 과정에서 잘 구현되고 더 나아가 복음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는 일이 일어나기를 많은 성도들이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음의 메시지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통일에 적용되는 가치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가치는 바로 평화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는 것은 통일을 이루는 것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이 동반 된다면 통일의 의미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통일이 되더라도 사회적인 갈등과 분열로 인해 큰 아픔을 겪을 것이다. 물론 ‘평화’ 의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과 성도들 사이에 의견의 이견이 있다. 어떤 이는 통일 과정에서 모든 폭력적인 요소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사랑의 베풂과 섬김을 통한 이해와 화해를 예찬한다. 또 어떤 이는 현실주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관점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막고자 정치, 군사적인 요소가 적절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사상 모두 각각의 논리와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반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는 모두 동의 할 것이다. 현실과 이상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대안은 없겠지만, 전쟁을 막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룬다는 대전제를 이루기 위해 더 효과적이면서도 더 올바른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평화는 단순히 나라간의 충돌에만 연관된 것은 아니다. 70여년간 분리된 사회에서 전혀 다른 교육과 사회 경험을 해온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화합의 평화를 이루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과 북의 이질화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강동완, 박정란은 저서 ‘사람과 사람’에서 북한에서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 주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주민들 중 상당수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남한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접했고 남한에서 만들어진 각종 미디어 컨텐츠들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남과 북의 가치관, 언어, 역사 인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 남과 북이 큰 차이가 있다고 응답하는 등 이질화를 느끼고 있었다. 또한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도 아직까지는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미국에 대한 강한 증오를 가지고 통일을 위해서는 미군 철수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등 가까워진 마음의 거리만큼이나 아직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남한 주민들에게도 아직까지 북한 사람은 어려운 사람들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의 통일의식조사 에 따르면 응답자 중에 탈북민에 대해 친근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40% 중반 정도의 수치로서 매년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탈북민이라고 하면 거리감을 많이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탈북민들과 관계를 가질 때 단순한 이웃주민이라면 그리 꺼리지는 않지만 사업 파트너나 결혼 상대로는 상당히 꺼리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특히 이러한 거리감이 젊은 세대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남과 북의 사람들의 이질화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통일 이후 한반도는 극심한 분열과 차별, 지역주의 등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사람간의 화해와 화목에 대해서 성경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어떤 교육과 문화의 준비가 있어야 할까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고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2017년 1월 박해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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