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최근 한국교회 개혁과 갱신을 위해 다양한 원인 제시와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오직 믿음' 교리로 말미암아 한국교회 윤리와 도덕을 약화시켰다며 '행함'을 강조하는 주장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원의 진리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함이 없다"고 말하며 여전히 루터의 칭의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반박들 역시 나오고 있다. 종교개혁500주년을 앞두고 진행 중인 구원론과 관련된 깊은 토론의 결과는 어떤 것일까.
장신대가 20일 낮 "루터사상과 한국교회 개혁"이란 주제로 제14회 종교개혁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철홍 교수(장신대 신약학)는 "루터의 칭의론을 둘러싼 논쟁: 루터가 실수한 것인가? 새관점이 실수한 것인가?"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논란 중에 있는 '바울의 새관점'을 화두로 ‘행함을 강조하는 믿음’보다는 전통적인 칭의론이 더 온전함을 주장했다.
김철홍 교수는 '바울의 새관점' 주장을 펼치는 학자 가운데 라이트(N.T.Wright)를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그는 라이트가 주장하는 ▶1세기 유대교는 언약적 신율주의 ▶바울의 율법의 행위에 대한 비판을 단지 할례법, 음식법, 안식일법 등을 지키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 ▶하나님의 의를 신실함으로 해석하는 것 ▶칭의를 교회론적으로 보고 구원이 공동체에 가입하는 멤버십과 동일시하는 것 ▶최후의 칭의에서 심판의 기준이 전 생애, 즉 순종/행위로 보는 점 등이 "전통적 입장과 다르면서도 수용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논쟁은 두 개의 거시적 신학적 틀의 충돌이며, 이 논쟁의 전체적 모습을 보려면 미시적 본문 분석뿐만 아니라 거시적 틀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루터의 바울이해가 새관점의 바울이해보다 더 원래의 바울 칭의론에 근접해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목회 현장의 윤리적 상황이 악화되어 있으므로 전통적 이신칭의의 복음 대신 행위를 강조하는 복음을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목회의 현장 상황에 따라 성경의 본문 해석을 바꿀 수 있고, 그 선택권이 목회자와 신학자에게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라 했다.
그는 "성경 본문이 A를 말하면 아무리 상황이 B라 하더라도 여전히 A를 말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와 신학자의 임무"라 말하고, "만약 그런 논리라면 유대교와 이슬람 같은 율법주의 종교 신자가 가장 윤리적이어야 하고, 로마 카톨릭교회 신자, 그 다음으로 영국성공회, 감리교, 성결교 신자가 개혁교회 신자보다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가설은 아직 증명된 바 없고, 인류가 실제 경험으로 깨달은 사실, 즉 '인간은 종교, 교파를 초월해 모두 다 죄인'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김 교수는 "행위심판론이 성도가 악행을 끊고 선행을 하게끔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라는 것은 사실"이라 밝히고, 다만 "행위를 구원의 조건으로 하면 성도들의 삶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복음이 손상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차라리 이신칭의와 은혜 복음을 견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악행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선행을 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아마도 그것이 칼빈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를 강조한 이유일 것"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 교수의 발표 외에도 염진섭 박사(한국루터연구센터 원장)가 "한국교회 갱신의 관점에서 본 루터 사상의 몇 가지 특징들"이란 주제로 발표했으며, 각각 김선영 교수(실천신대) 최인호 목사(예명교회)가 논찬자로 수고했다. 장신대는 현재 종교개혁499주년을 맞아 학술대회 외에도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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