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오랫동안 한국교회 앞에 이단으로 정죄 당했던 故 박윤식 목사(평강제일교회)와 김기동 목사(성락교회), 이명범 목사(레마선교회), 그리고 변승우 목사(구 큰믿음교회)가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채영남 목사)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12일 오전 총회장 채영남 목사를 비롯한 예장통합 총회 관계자들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0회기 특별사면 선포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사면자들을 발표했다. 이단 관련자 사면 결의에는 앞서 언급된 4인이 발표됐으며, 이단옹호언론으로 규정됐던 교회연합신문도 사면 결의가 됐다. 또 권징 책벌자 16인에 대해서도 사면 결의가 이뤄졌으며, 故 김재준 박사에 대해서도 제38회 총회 결의를 철회하도록 제101회 총회에 청원 결의했다.
이홍정 목사(예장통합 사무총장)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교회 교단들이 이단 규정 과정에서 개입된 비신학적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단이란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복음 안에서 온전히 회복하게끔 해야 한다"면서 "이단정죄를 당했던 단체들의 내부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앞으로는 집단 소외와 소극적 저항감에 휩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 시대 하나님의 잃어버린 양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환 목사(제100회기 특별사면위원장, 특사위)는 경위 설명 등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인 것을 봤다"고 밝히고, "잘못된 것을 수정 개선하려는 이들을 (사면) 대상으로 선정했다"면서 "비본질적이라 할지라도 한국교회에 어려움을 주고 교회에 피해를 줬다면 반성하고 회개하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사면 이후도 중요하다면서 사면 대상 단체와 개인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과 교육, 케어가 있을 예정이라 밝혔다.
이 목사는 특별히 이단 관련 사면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과문 및 사면 이유를 낭독했으며, 총회장 채영남 목사는 총회장 담화문 발표와 특별사면 선언문을 선포했다. 채 목사는 특별히 담화문을 통해 "이단을 해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단적 주장과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이라며 선언문을 통해 "(사면자들을) 100회기에서 한시적으로 사면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로 맞이 한다"고 이야기 했다.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 질의응답시간 무겁고 날카로운 질문들도 쏟아졌다. 가령 성락교회의 경우 기독교대한침례회 총회에서 이단정죄가 되어 있는데, 예장통합 교단이 사면하면 충돌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정환 목사는 "현재 성락교회는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았다"면서 "물론 침례교에서 정죄한 사실이 있지만, 현재 충분히 그 교단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금품수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없었다"고 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가올 101회) 총회결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 목사는 "101회기에서 사면 문제로 결의가 이뤄진다면, 100회기 내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100회기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라 밝히고, "100회기 내에서 문제처리를 위해 오늘 선포식을 하는 것"이라며 "법무법인 자문을 받은 결과 100회기 내에서의 사면은 적법하고, 법적으로 문제제기가 들어와도 논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100회기 내에서 한다면, 2년 동안의 교육과 새 위원회 구성 등 100회기 임원들의 임기 만료 후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목사는 "사면은 100회기로 끝났다"고 못박고, 다만 "(사면의 조건으로 당사자들에게) 2년 동안 재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했는데, 때문에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되어 이들을 바르게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 특사위의 생각"이라며 "101회 총회에 지도위원회를 설치 할 수 있도록 헌의하려 현 임원회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연구안과 특사위의 보고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목사는 "이대위가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가령 24년 전 정죄가 이뤄졌는데, (이대위 보고는) 지나간 세월 동안 어떤 변화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면서 "특사위 심사와 이대위 보고와 최종적으로 조율을 통해 사면결의가 이뤄졌고 선포된 것"이라 했다. 더불어 '사면'은 '이단 해지'가 아니라면서 "용서하고 받아서 이끌어 주겠다는 의미"라 했다.
더 나아가 이 목사는 "이대위 판단이 잘못됐다 생각하지 말고, 판단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 가령 오순절에 대해 근본주의자들은 이단이며 사단이라 정죄했지만, 지금 보라. 현재는 정통 기독교의 한 형제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부분들을 이제는 이해한다고 폭을 넓힌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이번 사면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여타 단체에 대한 질문은 "사면에 관한 것으로 국한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채영남 목사는 선포식과 기자회견을 통해 "부족한 자를 총회장에 세우셨을 때,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간구했는데 이러한 한국교회 갈등상황을 보여주시더라"고 밝히고, "전도와 선교도 중요하지만, 이것 때문에 한국교회가 다 망하고 전부 나뉘어 물고 뜯고 피차 망해가고 있더라"면서 "말리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라 확신 한다"고 밝히고, "말씀에 입각해 이것이 틀리지 않다면 한 번 쯤은 시온의 대로를 열어 묶인 자들이 하나님 앞에 돌아오도록 길을 줘야겠다 했다"면서 "이유는 돈도 명예도 뭐도 아니다. 하나님이다. 그 분의 명령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채 목사는 "(사면대상자들이)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혹시 지키지 않고 이행하지 않을 때 사면결의는 취소될 것"이라 했다. 그는 "안 되면 묶는 것이야 쉽지만, 정말 힘든 것은 푸는 것"이라며 "그러나 100회 두 번의 희년인 이 때, 자유를 선포하고 형제들을 받아들여 잘 선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더불어 "안 되면 다시 묶는 한이 있다 해도 그렇게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냐"고 말하고, "하나님은 지금도 많은 잃은 양들이 돌아오길 기다리신다"면서 "해보지 않은 일이라 정말 힘들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한 번 큰마음을 먹고 100회 총회를 맞아 행하면, 이것이 시초가 되어서 나중에 많은 열매들이 맺혀질 것"이라 했다.
한편 선포식과 기자회견이 마무리 된 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사면대상자인 이명범 목사와 변승우 목사, 성락교회 김성현 담임목사(김기동 목사의 아들), 평강제일교회 이승현 담임목사가 한국교회 앞에 사죄와 예장통합 교단의 지도를 잘 받아 온전히 바로 서겠다는 다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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